내용요약 자기관리 경쟁 코드로…외모지상주의 유독 심해
미디어 잘못된 기준 과대 적용…다양한 가치 존중해야

[한국스포츠경제=최지윤 기자] “러브 마이셀프”(Love myself·나 자신을 사랑하다)

우리나라는 외모지상주의가 만연해 있다. 유독 여성들의 외모 및 몸매에 대한 평가가 엄격한데, 서구 문화 동경에 대한 그릇된 인식에서 비롯된 경향이 크다. 미에 대한 사회적인 인식이 변하면서 최근 이영자, 김숙, 박나래 등이 여성들의 워너비로 떠올랐다. 특히 이영자와 최화정은 최근 방송된 올리브 ‘밥블레스유’에서 수영복 몸매를 공개해 화제를 모았다. 그 동안 우리 사회에서 수영복은 젊은 날씬한 여성들의 전유물로 여겨졌지만, 두 사람은 고정관념을 깨고 자신의 몸에 당당한 모습을 보여줬다. 임수향, 차은우 주연의 JTBC 금토극 ‘내 아이디는 강남미인’도 시청자들의 공감을 샀다. 외모지상주의의 씁쓸한 현실을 반영해 사회적인 메시지도 함께 던졌다. 최영일 시사평론가, 정덕현 문화평론가 2명의 전문가와 함께 우리 사회 외모지상주의와 미의 기준 변화, 미디어에서 주의할 할 사항 등을 대담형식으로 풀어봤다. 

'밥블레스유' 이영자(왼쪽), 최화정

-우리 사회 외모지상주의가 만연해 있는데.

최영일 시사평론가=“한국에서는 여성 외모를 평가 요소로 보는 사회적인 현상이 과도하다. 유교사회에서 비롯됐는데 20세기부터 신여성, 유럽 문화에 대한 동경에 대한 그릇된 인식으로 더 심해졌다. 특히 여성들의 몸매, 피부에 대해 매우 엄격한 건 화장품 사업이 발달하면서 생긴 부작용이라고 볼 수 있다. 길거리를 지나다니면 화장 안 한 여자들을 거의 찾아볼 수 없다. 이런 현상은 사회 심리적인 요소가 작용한 건데, 충분히 아름다운데 자신의 외모를 드러내기 부끄러워하고, 과도할 정도로 콤플렉스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타인의 삶에 지나치게 관심이 많은 한국 사회는 직장, 동호회 등 커뮤니티 활동을 할 때도 여성 외모 평가 외에 콘텐츠를 공유하지 못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내적인 부분까지 전위적인 평가가 이뤄지지 못하니까 겉모습에만 집중하는 경향이 있다.”
 
정덕현 문화평론가=“우리 사회는 경쟁 구조도 심하지 않냐. 자기 관리도 경쟁의 코드로 보고,  ‘자기관리를 못하면 경쟁력이 떨어진다’고 생각한다. 이런 분위기는 일종의 경쟁 사회를 조장하는 힘의 하나로서 나온다. 경쟁사회는 기준을 계속 내세우고 이에 못 미치면 계속 비판하기 때문에 사람들은 계속 열심히 할 수밖에 없다. 자기 관리 명목 하에 외모, 몸매에도 똑같은 기준을 부여한다. 예전엔 배 나온 사람들이 성공한 이미지였지만 어느 순간 바뀌었다. 미디어에서 늘 식스팩을 자기관리 상징으로 보여줬다. 식스팩 만들려고 하다가 허리 다친 사람도 많다. 어떤 몸이 좋고, 어떤 몸이 나쁘다고 할 수 없다. 다양한 미의 기준을 인정하는 사회로 가는 게 바람직하다. 미디어는 항상 한 쪽이 옳고 한 쪽은 그르다는 방향으로 가고 있는 게 문제다.”
 
-이영자, 박나래 등 다양한 캐릭터의 여성들이 워너비로 떠올랐다.
최영일=“최근 MBC ‘나 혼자 산다’에서 송승헌씨가 박나래씨한테 관심을 보이지 않았냐. 박나래씨에게 꽃미남들의 구애가 펼쳐지고 있는데, 과거 박경림씨와는 비슷하면서도 다르다. 박경림씨는 연예계 마당발로 조인성, 성시경 등 많은 남성들과 스캔들이 났지만, 박경림씨 자체가 매력의 대상이 되지는 못했다. 하지만 이영자, 김숙, 박나래씨 등은 오랫동안 연예계 생활을 하면서 다양한 캐릭터로 사랑을 받고 있지 않는가. 다양한 매력을 가진 사람들이 주인공 반열에 오를 수 있는 사회로 변화했다. 과거 ‘깍두기’ ‘양념’ ‘감초’ 등으로 불렸지만, 이제 주인공이 될 수 있는 수준에 올라갔다.”
 
정덕현=“이제 어떤 게 좋고, 어떤 건 나쁘다고 얘기할 수 없는 상황이다. 각자의 기준에 따라 미의 기준도 달라진다. 식스팩을 중요시 한다면 그 사람에겐 멋있지만, 다른 사람에게 강요할 필요는 없다. 각자가 가진 미의 기준을 추구하는 건 상관없는데, 다른 사람에게도 같은 기준을 가지고 지적하는 건 잘못됐다. 반대로 이영자, 박나래씨 등이 여성들의 워너비로 떠올랐지만 통통하거나 뚱뚱한 몸이 미의 기준이라고 할 수도 없다. 다양성 사회로 접어들면서 다양한 미의 기준의 생기고 있지 않냐. 존중해야 한다.”
 
-요즘 미디어에서 여성 외모 등 다루는 방식이 변하고 있는데.
최영일=“유럽, 미국 사회에서 10~20년 전 일어난 현상을 이제 받아들이고 따라가는 거다. 영화 ‘타이타닉’(1997)에 출연한 케이트 윈슬렛은 살이 많이 쪘을 때 “주위 시선을 신경 쓰지 않는다” “내가 행복하면 된다”고 말했다. 당시 패션업계에서도 ‘왜 모델들은 말라야 하냐?’ ‘너무 마른 모델은 런웨이에 세우지 말라’는 새로운 룰이 제시됐다. 서구사회는 ‘자기 모습 그대로 당당할 수 있다’는 사회적인 메시지들이 대중화됐다. 우리는 겉모습은 사회화를 추구했지만 다양성을 쉽게 받아들이지 못했다. 오랫동안 집단주의, 획일주의 문화가 지속 돼 하나의 기준만 계속 대입했다. 이제 조금씩 다양한 가치를 받아들이기 시작했는데, 여성도 더 이상 외모로 평가 받는 존재가 아니라는 걸 인정해야 한다.”

-‘내 아이디는 강남미인’이 공감 받는 이유는.
정덕현=“‘강남미인’은 외모지상주의가 얼마나 우리의 삶에 뿌리 박혀 있는지 보여준다. 강미래(임수향)는 성형으로 달라진 주변사람들이 처음에는 낯설고 신기하지만, 이 역시 사람의 실체를 보지 않는 ‘외모지상주의’의 또 다른 면이라는 걸 알게 된다. 자연미인 현수아(조우리) 역시 외모지상주의가 만들어낸 피해자다. 친구인 척 미래에 접근하지만 사실 성형한 ‘강남미인’인 그가 자연미인인 자신과 같은 급으로 여겨지는 걸 못 받아들이지 않냐. 우리나라는 외모지상주의가 워낙 심해서 스트레스가 클 수밖에 없는데 ‘강남미인’은 역전된 상황을 보여줘서 시청자들이 더욱 공감하고 카타르시스를 느끼는 것 같다. 외모로만 보면 자연미인 현수아가 더 예쁘지만, 여우 짓 하는 그보다 착하고 심성 고운 강미래가 더 예쁘게 보이지 않냐. 강미래는 못생긴 외모로 놀림 받아 성형했지만 자존감을 회복하지 못했다. ‘단순히 얼굴이 바뀐다고 모든 게 해결되지 않는다’는 걸 사회적인 문제로 환기시킬 필요가 있다. ‘강남미인’은 청춘 로코로 대학 캠퍼스 안에서만 극을 그려서 한계가 있지만, 사회적인 메시지도 짚을 필요가 있다.”
 
-미디어에서 여성 외모 다루는 시각 주의 필요한데.
최영일=“‘토크쇼의 여왕’ 오프라 윈프리가 예뻐서 최고의 앵커가 된 게 아니다. 우리나라 언론 미디어는 여성의 미에 잘못된 기준을 과대 적용해 왔다. 조금씩 변화의 조짐이 보이고 있지만, 아직도 남성 중심 사고방식이 만연한 상태다. 여성 프로그램을 보면 주제가 외모, 화장, 패션, 다이어트 등이지 않냐. 일상에서도 마찬가지다. 여성 스스로도 외모 평가하고 서로 비교한다. 여성들의 대화 소재가 매우 다양해져야 한다. 길에서 흔하게 만나는 사람도 비밀과 수수께끼를 가진 신비로운 존재다. 자기 스스로 내면을 들여다보고 타인과 공유하면서 내 삶과 가치관을 극대화해야 한다. ‘러브 마이 셀프’ 마인드를 가져야 한다.”
 
정덕현=“사회적으로 외모지상주의를 불편하게 보는 시선이 생겼다. TV 등 미디어는 상당 부분 미에 대한 기준점을 세우고, 기준 밖에 있으면 소외시키려고 했다. 사실 TV라는 화면 자체가 가로로 눌러져 있어서 연예인들이 실제로는 굉장히 날씬해도 통통하게 나오는 경향이 있다. 연예인들은 과도하게 다이어트 할 수밖에 없고, 일반인들에게 그런 몸매가 기준이 돼 불편해진 부분이 있다. 언론에서 여성들의 외모, 몸매 등을 다룰 때 굉장히 주의할 필요가 있다. 외모에 순위가 있는 게 아니지 않냐. 그냥 예쁜 걸 예쁘다고 얘기하는 건 문제 없지만, 그 부분만 강조해서 보여주는 건 주의해야 한다. 언론 미디어가 이런 부분을 가장 많이 조장할 뿐만 아니라 사회적으로도 많은 영향력을 끼치기 때문이다.”

최지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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