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데이터 산업 규모 (출처: 한국데이터진흥원 2017 데이터산업 백서)

[한스경제=팽동현 기자] 이번 데이터 경제 활성화 정책에서 또 하나 살펴봐야 할 부분은 데이터 거래 관련 제도다. 한국데이터진흥원에 따르면 총 6.3조원 규모의 국내 데이터 시장에서 가공·분석 분야는 3851억원으로 6.1%에 불과하다. 미국의 경우 총 945조원 규모의 데이터 시장에서 가공 분야만 202조원으로 21.3%를 차지, 전체 시장 활성화를 견인하고 있다.

이에 따라 데이터 경제 활성화 정책의 일환으로 추진되는 ‘데이터 바우처’ 제도는 고가로 판매되거나 전문적인 가공을 요하는 데이터를 구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 중소기업과 스타트업들에게 도움을 주기 위해 마련됐다. 내년 600억원, 향후 5년간 3000억원 규모인 이 사업은 구매와 가공의 2개 부문으로 나뉘어 매칭 형태(정부지원금 75%, 민간부담금 25%)로 진행되며, 민간부담금 중 5% 이상은 현금 부담해야 한다는 조건이 붙는다.

그동안 이러한 데이터 구매와 가공을 지원하는 제도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한국데이터진흥원은 DB진흥원 시절부터 데이터 거래 장터인 ‘데이터 스토어’를 마련해 운영해왔고, 이번 ‘데이터 바우처’ 제도 역시 ‘데이터 스토어’를 기반으로 한다. 정부에서는 이번에 대폭 강화된 지원이 ‘데이터 스토어’에 활기를 불어넣을 것으로 보고 있으나, 그간 기업들의 이용률이 높지 않았던 데는 이밖에도 이유가 있다.

◆ 데이터 스토어가 유명무실했던 이유

먼저, 거래되는 데이터의 종류가 한정적이다. 대기업들은 중소기업이나 스타트업, 또는 상호간에 도움이 될 수 있는 데이터를 대체로 각사에서만 쥐고 있는 상황이다. 기업의 경쟁력이나 전략과 크게 연관이 없어도 말이다. 각종 개인정보 관련 사고에 따른 부정적 인식이나 향후 책임 소재와 같은 문제가 그 배경으로 작용한다.

또한 데이터를 사고팔려 해도 그 가격에 대해 참고할 만한 가이드라인이 없다시피 하다. 데이터의 가치를 매기는 일은 개별적인 판단이 반영될 수 있어 쉽지 않은 문제지만, 기업들로서는 어떤 데이터가 얼마 만큼 거래 가능한지 가늠이 안 되는 상황이다. 아직 시장이 제대로 형성되지 못해 시장경쟁에 따른 가격산정이 잘 이뤄지지 않는 측면도 있다.

아울러 데이터의 거래가 이뤄져도 유통체계가 확립되지 않아 애로사항이 발생할 수 있다. 거래가 어떤 과정을 거쳐 어떤 조건에서 마무리되고, 사후에 무슨 일이 발생하면 어떻게 협의할지 등의 시스템 구축과 공감대 형성에 있어 아직은 여백으로 남아있는 부분이 적지 않다.

과기정통부에서도 이 같은 문제들을 인지하고 현재의 컨설팅 수준을 넘어 보완방안을 강구하고 있다. ‘데이터 스토어’ 관련해서는 가이드라인과 표준계약서를 연내 마련해 보급하고, 데이터 관련 지식재산권 및 공정거래 관련 문제에 대해서도 유관기관과 공조해 대책을 수립해 나간다는 계획이다.

미국 최대 규모의 데이터 서비스 전문기업 엑시엄 출신인 김옥기 엔코아 데이터서비스센터장은 “수년 전 국내에 빅데이터 관련 사업이 범람했을 때도 결국 어떻게 쓸지 정하지도 못해서 중단된 경우가 있었고, 이후 분석 목적들을 정했을 때는 정합성이 안 맞아 문제였다. 메타데이터 정리가 선행되고 품질도 갖춰야 비로소 활용 가능하기 때문”이라며 “이번 정책이 효과를 보려면 이를 주도할 수 있는 곳과 특히 전문가를 잘 선별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 “방향은 맞는데…” 구체적 실현방안 마련 시급

이번 정책에 물음표가 붙는 부분은 또 있다. AI 학습용 데이터 구축은 기업들의 제품 개발과 학계의 연구를 위해 요구됐던 조치지만, 국내에서 생성됐고 한글이라는 점에서 활용 대상 시장에는 한계가 존재하는데다 현재 예산으로는 부족할 수 있다. 또한 다수의 분야별 빅데이터 센터를 구축하는 것도 표면상으로는 활성화에 도움이 될 수 있으나, 데이터의 통합성과 일관성을 확보하는 데는 역설적으로 도움이 되지 않을 공산도 적지 않다. 

특히 데이터 분석 전문인력 5만명을 양성하겠다는 계획은 과연 실효성이 있을지 의구심을 자아낸다. 현재 국비로 지원되는 전문인력 양성 과정은 해당 교육생이 바로 기업 실무에 투입될 수 있는 수준의 교육을 제공하지 못하고 있다. 초급 인력을 기업에서는 그리 많이 필요로 하지 않은데 앞으로 5만명 중 몇명이나 분석가로서 자리 잡을지 의문이다. 

더욱이 신규인력들을 교육하고 이끌어줄 데이터 사이언티스트들은 글로벌 기업들에 속속 뺏기고 있다. 앞선 기술을 익히며 다양한 기회를 찾을 수 있는 실리콘밸리 등에서 최상급 대우를 제시하는데, 열악한 근로환경이 종종 문제되는 국내 IT업계에 남고자 이를 마다할 이유는 없기 때문이다. 까딱하면 '무늬만 분석가'인 수많은 실업자만 쏟아지는 결과로 이어질 수도 있는 셈이다.

데이터 분석 전문가인 전용준 리비젼컨설팅 대표는 “시장에서 필요로 하는 것은 1000명이라도 중급 이상의 전문성을 가진 분석 인력이다. 당장은 기업에서 관련분야에 종사한 기존 인력의 재교육에 집중하는 편이 실효성이 높을 것”이라며 “기대만큼의 데이터 전문인력을 양성하려면 높은 수준의 이론과 실무 기술력을 모두 가진 전문가급 강사부터 양성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팽동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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