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현대해상·NH농협손보 “치매보험 저축 활용 가능”
높은 환급률 이면…보장 적다는 것 주의 필요

[한스경제=전근홍 기자] 고령화로 인해 치매 환자가 빠른 속도로 늘면서 손해보험사들이 발 빠르게 가벼운 증상의 치매까지 보장하는 상품을 내놓고 ‘니치(niche)마케팅’을 펼치고 있다. 그러나 출혈경쟁이 심화돼 ‘저축치매보험’이라는 변종 영업을 펼치면서 애먼 소비자들만 불완전판매 위험에 내몰리고 있다는 지적도 무시할 수 없는 상황이다.

문제는 지나친 출혈경쟁으로 치매를 보장하는 보장성 상품을 저축기능으로 활용할 수 있다며 변종영업을 펼치고 있다는데 있다. 돌려받게 되는 만기 환급금이 크기에 적금처럼 쓸 수 있다고 유인하고 있는 것이다.

보험업계 안팎에선 “환급금이 많다는 것은 보장하는 담보 내용이 상대적으로 부실하다는 의미”라며 “이에 보험사는 보험금 지급에 대비한 준비금을 적게 쌓아도 되고 따라서 상대적으로 환급금이 늘어나는 구조임을 명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직접 의뢰해 본 현대해상·NH농협손해보험의 일명 '치매보험' 가입설계안./ 한스경제DB

◆현대해상·NH농협손보 변종영업 물의…“치매보험 저축 활용 가능”

9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현대해상·NH농협손해보험이 각각 ‘(무)든든한건강플러스간병보험 2종’과 ‘(무)NH치매중풍보험 1종’을 출시하고 추후 최대 180%의 환급금을 받을 수 있기에 저축목적으로 가입하도록 변종영업 행위를 펼쳐 물의를 빚고 있다.

현대해상이 내놓은 이 상품은 중도에 해지할 경우 돌려받는 보험금이 발생하지 않는다. 따라서 기본적으로 여타 보장성 보험 상품에 비해 적립되는 보험금이 크다. 이에 30~40대 소비자를 대상으로 30년~40년 뒤 납입한 보험료 원금에 1.5배 이상을 돌려받을 수 있다고 유인하고 있다.

가령, 노인성 질환의 위험이 적은 40세쯤에 이 같은 상품에 들면 80세 정도까지 관련 보장을 받을 수 있고, 이후에는 그 동안 보험료보다 큰 금액을 탈 수 있으니 일종의 ‘저축치매보험’이라는 것이다.

이 상품은 20년 납 100세 만기로 30대 기준 매월 3만7570원의 보험료를 부담하면 된다. 가입연령은 20세부터 70대까지이며 간단한 경증치매로 진단받을 경우 최대 1000만원까지 보장받을 수 있다.

NH농협손해보험이 출시 상품의 경우 역시 동일한 기준으로 매월 4만5200원의 저렴한 보험료를 납입하면서 경증치매와 중증치매 진단비로 최대 1000만원을 수령할 수 있도록 구성돼있다. 특히 이 상품은 매월 납입하는 보험료를 조금 더 올릴 경우 치매 병증의 정도와 관계없이 최대 2000만원까지 보장받을 수 있다는 점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모으고 있는 중이다.

현대해상·NH농협손보의 일명 '치매보험'을 권유한 설계사의 문자 답변./한스경제DB

이들 상품을 권유한 설계사는 “NH농협 상품은 납입한 총 보험료가 1000만원이 조금 넘어가고 73세쯤 해지 시 1700만원 이상 환급금을 수령할 수 있다”면서 “현대해상의 경우에는 납입한 총 보험료가 900만원이 넘는데 동일한 나이 때 해지 시에 1600만원 넘게 돌려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환급금이 크다는 것은 보장 부분이 빈약한 것”

이처럼 일종의 불완전 판매를 서슴치 않는 것은 치매 진단을 받게 되면 자연스레 건강보험공단의 ‘장기요양등급’ 판정이 필수이기에 모럴헤저드(도덕적해이)가 예방되고 보험금 누수를 방지 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즉 보험사 입장에선 보험사기 적발이 필요 없게 되니 변종영업을 통해서라도 이문을 남기고 싶다는 심산인 것이다.

심각한 문제는 영업과정에서 제시하는 높은 환급금 역시 계약 당시의 예시에 따른 것일 뿐 가입 기간 중 실제 보장 발생 등에 따라 변동될 수 있다는 점이다. 또 치매보험의 환급금이 비교적 많은 것은 그 만큼 보장이 적다는 뜻이기도 하다.

정성희 보험연구원 연구위원은 “국가가 치매를 책임지겠다고 나서면서 보험사들 치매보험 상품을 판매하면서 필수 연계조건으로 장기요양등급 판정을 요구하고 있다”며 “판매수요가 늘고 있는 시점에서 이러한 불완전판매 행태는 틈새시장을 공략하기 위한 출혈경쟁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말했다.

정성희 연구위원은 또 “소비자 입장에선 만기에 돌려받을 보험금이 없는 보장성 상품보다 자신이 낸 보험료를 돌려받기 원하다”면서 “치매보험의 경우 출발단계 이기에 다른 보장성 상품에 비해 담보 구성 자체가 부실한데, 환급금이 많다는 이유로 가입한다면 낭패를 보기 십상”이라고 덧붙였다.

전근홍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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