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스경제=양지원 기자] 영화 ‘상류사회’는 변혁 감독이 ‘오감도’(2009년) 이후 10년 만에 내놓은 신작이다. 재벌가로 입성하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장태준(박해일)·오수연(수애) 부부의 이야기를 적나라하게 표현했다. ‘상류사회’는 이 부부의 이야기를 통해 재벌가의 민낯, 정경유착, 조직폭력배의 정치 개입 등을 다루며 씁쓸한 현시대의 상황을 조명했다. 변혁 감독은 “‘선을 지키자’는 메시지를 담았다”며 “성인 관객들이 영화가 끝난 뒤 이야기를 나눌만한 작품을 만들고 싶었다”고 했다.

- ‘상류사회’를 어떻게 기획하고 만들게 됐나.

“흑백영화 ‘자유부인’을 현대무용으로 공연한 적이 있다. 1950년대 여성이 자유를 찾아서, 춤바람이 난 이야기인데 지금 시대로 확장해보면 어떨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자신의 무언가를 드러내고 찾고자 하는 사람의 이야기를 그리고 싶었다. 현대의 부부의 상승 욕구를 다룬 이야기가 지금 할 법한 성장드라마였다고 본다.”

-재벌가를 소재로 한 작품은 숱하게 많은데 ‘상류사회’의 차별화된 지점은.

“상류사회를 보여주려고 하는 것보다 상류층을 무작정 좇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았다. 한국사회 사람들은 스스로 중산층이라고 얘기한다. 그 안에서 상대적인 결핍과 소외를 경험하고 있는 것이다. 영화에서 미술관 관장이 되고 싶어 하는 오수연도 그렇고 정치인을 꿈꾸는 장태준도 마찬가지다. 막상 그 꿈을 이뤄도 거기서 끝이 아니라 또 다음단계가 있지 않나.”

-수애를 오수연 역에 캐스팅한 이유가 궁금하다.

“수애는 여성스럽고 단아하지만 한편으로는 되게 강단이 있는 느낌을 준다. 사랑스러운 느낌과는 거리가 좀 있다. 나는 그 모습이 오수연과 잘 어울릴 거라고 생각했다. 영화에서도 가능하면 그 매력을 살리고 싶었다.”

-장태준과 비서 박은지(김규선)의 불륜은 실제 물의를 일으킨 정치인이 떠오르는데.

“현 사회를 담고자 하는 의도는 있었지만 구체적 사건을 표현하고자 한 건 아니었다. 이 영화를 만들 때에도 늘 뉴스에 나오던 이야기였다. 미술가 사건, 재벌가 저축은행 사건 등 정치·경제·문화에서 참고를 했다.”

-재벌 한용석(윤제문)과 미나미(하마사키 마오)의 정사신이 너무 적나라하다는 평이 있다.

“사무실에서 일하고 있는 수연의 모습을 담는 것처럼 찍는 게 옳다고 생각했다. 한용석은 이게 다 작업 아닌가. 조명을 낮추고 어둡게 찍는 것보다 밝은 대낮을 선택했다. 아들(박성훈)과 통화하면서 분량이 더 긴 것처럼 느껴질 수 있으나 사실 정당성 있는 연출이다. 물론 관객 입장에서 불쾌할 수는 있다. 하지만 ‘상류사회’는 멋지고 우아하고 추악한 면을 다 보여주는 영화이기 때문에 이 장면이 보기 힘들어도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한다.

-윤제문과 하마사키 마오와도 협의가 잘 이뤄진 장면인가.

“그렇다. 사전에 협의가 된 장면이다. 밝고 맑게 배우들과도 다 이야기됐고 이견이 없었다. 요새는 촬영 현장을 시간적으로 배분하기 때문에 협의를 꼭 해야 한다. 내가 없어도 될 정도로 모두 잘 해줬다.”

-수애의 노출은 하마사키 마오나 김규선에 비해 거의 없다.

“과거 연인(이진욱)을 만나 파리에 간 거니까 정보적인 면에서 표현하는 게 적당하다고 생각했다. 굳이 그 신을 묘사하는 건 중요하지 않았다. 콘티보다도 덜 찍었던 것 같다. 첫 컷에서 정면 얼굴을 찍는데 수애와 이진욱 모두 표정 연기를 잘 했다.”

-비단 노출이 아니더라도 폭력 묘사 등에서 수위 조절을 하지 않았는데.

“스스로 강한 효과를 좋아하기도 한다. 또 영화라는 작업이 시간적인 제약이 있지 않나. 그 시간 안에서 관객에게 세게 각인시키고 싶은 마음이었다. 대사의 집중도를 높이려면 이미지를 각인시켜야 하니까. 내가 할 수 있는 건 다 한 것 같다. 최선을 다했기 때문에 후회 없다.”

-박해일도 현장에서 완벽한 배우로 유명하지 않나.

“정말 작은 디테일 하나까지 준비해오는 스타일이다. 시나리오를 작업할 때도 꽤 오랫동안 이야기를 나눴다. 자신의 연기톤 뿐 아니라 이야기의 흐름에 대해서도 많이 이야기한다. 맏형같이 현장 분위기를 잘 만든다. 도움을 많이 받았다. 우리끼리 문자할 때는 ‘시어머니’라고 부르기도 한다. (웃음)”

-중간 중간 시대를 풍자하며 웃음을 주는 대사들도 많았는데.

“영화가 가벼운 내용만 있는 게 아니다보니 약간의 유머코드가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조연들이나 단역들의 대사도 가능하면 세태 풍자와 유머가 함께 있기를 바랐다. ‘19금’ 장면을 봤으니 웃을 수 있길 바랐다.”

-故(고)이은주 관련 악성 루머를 생성한 악플러들을 고소했는데.

“그 당시에도 들었던 이야기지만 거기에 대해서 밝힐 분위기가 아니라고 생각했다. 아마 신작 개봉이 없었다면 넘어갔을 것이다.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작품에 폐를 끼치기 때문에 부당하다고 생각했다. 사실 지금도 내가 잘 하고 있는 건지 잘 모르겠다. 많은 분들이 수고한 작품이니 영화에만 집중되길 바랐다.”

- ‘상류사회’의 매력은.

“영화를 종합예술이라고 하지 않나. 드라마와 다른 풍성함을 느꼈으면 한다. 좋은 대사도 많다. 영화의 멋을 느꼈으면 하는 마음이다. 다양한 평가가 있길 바란다.”

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양지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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