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전자 기술 특허를 빼돌렸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김진수 전 서울대학교 화학과 교수./사진=연합뉴스

[한스경제=김현준 기자] 김진수 전 서울대학교 화학과 교수가 수천억원 대 가치를 평가받는 유전자 기술을 본인 소유 회사에 불법적으로 빼돌린 의혹을 받고 있다. 그리고 이와 관련한 진실공방이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다.

한겨례 “세계적 유전 기술 빼돌려” vs 툴젠 “서구에서도 사용하는 방식”

김 전 교수의 날치기 의혹이 불거진 것은 지난 7일 보도를 통해서다. 이날 한겨레는 기사를 통해 김 전 교수는 한국연구재단으로부터 29억3600만원을 지원받아 동료들과 세계적인 특허인 ‘크리스퍼’ 유전자 가위 기술을 자신이 최대주주로 있는 회사 ‘툴젠’으로 날치기 했다고 밝혔다. 심지어 서울대는 이를 알고도 묵인·방조했다고 보도했다.

크리스퍼가 국가에 지원을 받은 기술인만큼 특허 소유권이 소속 학교 산학협력단에 있어야 했지만, 툴젠은 김 전 교수 개인 명의로 2012~2013년 미국·유럽·한국·중국·일본 등에 해당 특허를 출원했다. 한겨레는 이를 위해 김 전 교수는 직무발명 신고서에 한국연구재단의 지원을 받았다는 내용을 넣지 않고 툴젠이 100% 연구비를 지급한 것처럼 조작했다고 보고 있다.

또 서울대는 크리스퍼와 다른 3개 특허를 묶어 툴젠에 1852만5000원이라는 가격에 넘겼는데 규정과 달리 특허심의위원회도 열지 않고 신고가 들어온 지 불과 4일 만에 기술이전 계약을 체결했다고 보도했다.

이에 툴젠은 지난 9일 반박 자료를 내면서 특허 권리를 이전받은 것은 서울대와 체결한 계약 내용에 따른 것이라고 밝혔다. 또 김 단장이 개인 명의로 특허를 최초 출원한 것은 미국의 ‘가출원 제도’를 이용한 것이며, 이는 한국은 물론 서구의 바이오업체와 발명자들도 빠른 출원을 위해 적법하게 하는 방식이라고 주장했다. 가출원 제도는 발명자가 정규출원을 하기 전에 자신이 발명한 것을 특허청에 제출해 그 출원일을 좀 더 빠른 날짜로 인정받을 수 있는 제도다.

김 전 교수는 “일부 언론 보도는 사실관계도 틀릴 뿐만 아니라 나를 수천억원대 특허를 빼돌린 파렴치한 도둑으로 기술하고 있어 무척 억울하다”면서 “툴젠의 창업주이며 최대주주이긴 하지만 배당 한 푼 받지 않고, 주식 한 주도 판 것이 없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오해가 있다면 풀고 그 결과에 책임을 지겠다”고 말했다.

서울대도 같은날 보도자료를 통해 ‘서울대가 수천억원대의 특허권을 빼앗겼다는 내용은 사실과 다르다’고 반박했다. 서울대 측은 “책정한 기술료가 낮다고 단정하기 어렵고 툴젠은 2011년 서울대 자연과학대학과 화학부에 각각 5만 주씩 총 10만 주의 주식을 발전기금 형식으로 이전했다”면서 “김 전 교수가 서울대 교수 시절 수행한 연구에 대한 권리를 모두 가져간 것으로 볼 수 없다”라고 주장했다.

이어 ‘특허 출원과 관련해 자체조사를 하고 있으며, 위법적인 부분이 발견될 경우 필요한 형·민사상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지식인들이 양심 팔아먹어서 나타나는 현상” vs "세계적인 기술 발전만 해치는 꼴“

김 전 교수의 특허 빼돌리기 논란과 관련해 네티즌들 사이에서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한 측은 “소위 지식인이라는 것들이 양심을 팔아먹어서 나타나는 현상”, “교수가 민간에서 하던 걸 가져와서 국비 받아서 연구하고 그걸 대가없이 그대로 다시 기업이 가져가는 방식은 문제가 있다” 등 의혹이 사실이라 보면서 김 전 교수를 비판하고 있다. 또 사실이 아니더라도 절차상의 위법성이 있다면 분명한 잘못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반면 “유죄 확정 전까지는 무죄고 그러다가 유능한 생사람 잡는다”, “세계에서 몇 안 되는 이 기술 연구 지원은커녕 뒤를 캐지 못해 공격하는 꼴이라니”, “개발자가 특허 받아와서 실용화 하는 거고 엄연히 특허료 주고받아 왔는데, 이제 보니 대단한 기술이라서 배가 아픈 것” 등 절차상 위법한 사항도 없으며 악의적인 의도를 지닌 이번 보도는 세계적인 기술 발전만 헤치는 행위라고 주장하는 이들도 있다.

이처럼 아무리 세계적인 유전자 기술이고, 수십억원의 개발비로 수천억원이 넘는 수익을 창출했다 하더라도 국비가 들어간 국가적 사업인 만큼 절차상 문제가 있다면 짚고 넘어가야 할 부분이다. 특히 위법 사유가 개인 사익 추구에 있다면 말이다.

다만 과도한 부풀리기와 억측으로 문제를 제기했다면 기술자들의 개발 의욕을 떨어뜨리고 미래 산업 발전을 저해할 수 있는 만큼 철저한 진실 검증으로 의혹을 풀어가야 한다.

김현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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