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개인지분 7.5%보유...정부 규제 강화에 주춧돌 역할 기대 어려워
상속세 1조원 납부 부담...일각에선 '연부연납' 전망도

[한스경제=변동진 기자] 공정거래위원회가 지난달 총수 일가의 사익편취 규제 강화에 대한 밑그림을 내놓은 가운데, 구광모 LG그룹 회장이 손자회사 ‘판토스’를 상속세 마련을 위한 ‘총알’로 쓸지 여부에 대해 재계 이목이 쏠린다. 취임 후 3개월째를 맞았지만, 아직까지 이렇다 할 대안이 나오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구광모 LG그룹 회장. /연합뉴스

10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물류서비스 방계 비상장 판토스(구 범한판토스)는 지난 2015년 LG상사가 지분 51%(102만주)를 3147억원 규모에 취득하면서 자회사에 편입됐다.

구광모 회장은 당시 판토스 지분 7.50%를 개인 명의로 사들였다. 또 고(故) 구본무 전 회장의 두 딸인 연경·연수 씨 등 오너가 4세가 지분 19.90%를 보유하고 있다.

LG그룹 종합물류 계열사 판토스. /판토스 홈페이지

◇판토스, 구광모 일가 지분 후 몸집 키워…내부거래액 두 배 이상 폭증

문제는 판토스의 높은 내부거래 비율이다. 지난해 기준 이 회사의 매출액은 1조9978억원으로 이 가운데 69.6%(1조3897억원)가 국내 계열사 내부거래로 발생했다. 해외 계열사 거래까지 포함하면 70.9%(1조5607억)에 달한다.

LG그룹 계열로 편입됐던 2015년 내부거래 금액이 6622억원(54.8%)에 불과했던 점을 고려하면 총수 일가가 지분을 획득한 후 두 배 이상 늘어난 셈이다.

실제 내부거래액이 가장 많은 LG전자의 경우 2015년 1647억원(24.9%)에서 지난해 7071억원(50.9%)으로 네 배 이상 급증했다. LG디스플레 역시 같은 기간 261억원에서 728억원으로 늘었다.

LG화학은 내부거래액 증가 속도가 가장 빠른 것으로 나타났다. 2015년 749억원에 불과했지만, 2016년 2121억원, 2017년에는 4191억원으로 2년간 460%나 증가했다. 같은 기간 내부거래 비율은 11.3%에서 30.2%로 상승했다.

판토스의 내부거래 비율이 증가한 이유는 2016년 하이로지스틱스를 합병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이 시기는 공교롭게도 구광모 회장이 지분을 사들인 다음 해다. 게다가 그는 판토스 주식 취득 후 2015년부터 지난해까지 주당 5000원씩 매년 7억5000만원씩, 총 22억5000만원의 배당금을 받았다.

구광모(오른쪽) LG그룹 회장이 부친인 구본무 전 회장의 ㈜LG 주식을 상속받으려면 약 1조원 안팎의 상속세를 부담해야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LG

◇판토스, 구광모 상속세 총알 역할할까…재계 “분할 납부할 것”

판토스의 내부거래가 주목받는 이유는 구광모 회장의 상속세 마련 방안과 밀접한 연관이 있기 때문이다.

㈜LG의 최대주주는 11.28%를 소유한 구 전 회장이다. 구 전 회장의 동생인 구본준 부회장 7.27%, 구광모 회장은 6.24%를 소유 중이다.

구 전 회장의 ㈜LG 지분 11.28%는 시가 약 1조5000억원 수준이다. 경영권 프리미엄 20%를 가산하면 주식가치는 1조8000억원 안팎이다. 구광모 회장은 구본준 부회장 부자(장남 구형모 선임, 지분율0.6%)에게 경영권을 위협받지 않을 만큼만 상속받아도 LG그룹 최대주주가 될 수 있다.

만약 구 전 회장의 지분을 온전히 상속받을 경우 구광모 회장이 내야 할 상속세는 약 1조원에 달할 전망이다. 현행법상 상속 재산이 30억원을 초과하면 50%의 세율이 적용된다.

즉, 구광모 회장이 상속세 마련을 위해 판토스를 상장하는 등 사실상 ‘총알’로 사용할 것이라는 게 일각의 전망이다. 당장에 큰 돈을 마련하기가 불가능한 입장에서 경영권을 훼손하지 않는 가장 현실적인 선택일 수 있다는 분석이다.

하지만 재계에서는 현 정부의 강한 재벌개혁 기조를 감안하면 LG가 이 같은 방식을 선택하기 쉽지 않을 것으로도 보고 있다. 현행 공정거래법에서는 자산 5조원 이상 대기업 중 특수관계인 지분이 상장사 30%, 비상장사 20% 이상인 계열사에 한해 내부거래 매출 규모가 200억원 이상 또는 매출 비중이 12% 이상이면 일감몰아주기 관련 적법성 여부를 검토한다.

물론 판토스는 이에 해당하지 않는다. 하지만 최근 공정위는 상장과 비상장 구분 없이 규제 대상 기준을 20%로 일원화하고, 계열사가 50% 넘게 지분을 보유한 자회사 역시 일감몰아주기 범주에 넣는 개정안을 발표하는 등 관련 정책을 강화하고 있다.

아울러 검찰은 올해 5월 LG상사의 지주사 편입과정에서 100억원대 양도소득세 탈루 혐의와 함께 총수 일가의 지분 매매 과정도 수사할 것이라고 밝혀 LG그룹을 압박하고 있다.

공정위 관계자는 “공정거래법 전면 개정안에 포함되지 않는다면 규제 대상에 포함되긴 어렵다”며 “대신 부당지원행위 있다면 개별사안으로 심도 있게 들어다볼 필요가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재계 관계자는 “㈜LG의 특수 관계인 지분율이 46.65%로 안정적이며 지배구조 관련 문제도 없는 상황”이라며 “상장 등 복잡한 구조로 승계를 진행하지 않을 것으로 전망”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상속세를 몇 년에 걸쳐 나눠 납부하는 연부연납 방식을 선택할 것으로 예상”이라고 덧붙였다.

변동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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