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담합 의심지역, 중개업자 중심
국토부, 허위매물 신고 단지 업무방해 조사나서

[한스경제=김서연 기자] “그런데 집 얼마에 내놨어? 급하다고 너무 싸게 내놓은 것은 아니지? 6억원 아래로 내놓으면 (아파트)값 떨어질 수도 있는데.” (영화 ‘목격자’ 中)

최근 개봉한 영화 ‘목격자’에서 살던 집을 팔고 이사를 가려는 주인공 부부에게 아파트 부녀회장이 건넨 말이다.

혼란에 혼란을 거듭하고 있는 최근 부동산 시장에 집주인들까지 나서 힘을 보태고 있다. ‘얼마 이하로는 집을 팔지 말자’는 짬짜미로 집값을 일정 수준 유지시키면서 이보다 낮은 가격에 내놓으면, 허위매물로 신고해 대응을 하고 있는 것이다.

국토교통부가 지난 4월 ‘집값 짬짜미’에 대해 형사처벌을 제도화할 방침을 밝혔지만, 실제로 규제할 방법은 아직 마련되지 않은 상황이다. 이에 정부는 최근 일부 아파트 주민들이 집값을 인위적으로 올리기 위한 ‘호가 담합’을 하고 이보다 수준보다 낮은 가격에 올라온 매물을 허위매물로 신고하는 행위에 대한 조사에 들어갔다.

허위매물 신고 접수 건수. 그래픽=이석인기자 silee@sporbiz.co.kr

◆ 8월 부동산 허위매물 신고 건수 역대 최고

10일 국토교통부와 부동산 매물 검증기구인 한국인터넷자율정책기구(KISO) 등에 따르면 최근 국토부는 KISO로부터 지난 달을 중심으로 최근 접수된 부동산 허위매물 등 신고 관련 자료를 넘겨받아 분석 중이다.

KISO의 부동산매물클린관리센터는 인터넷에 올라온 부동산 매물 중 허위매물에 대한 신고를 접수하고 시정하는 역할을 한다. 센터에 따르면 8월 한 달간 접수된 부동산 허위매물 신고 건수는 2만1824건으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해 동기(3773건) 대비 5.8배에 달하는 수치다. 월 기준 2만건을 초과한 것은 2013년 관련 통계가 작성된 이후 처음이다. 허위매물 신고 접수는 ▲1월 7368건 ▲2월 9905건 ▲3월 9102건 ▲4월 6716건 ▲5월 5736건 ▲6월 5544건 ▲7월 7652건 ▲8월 2만1824건으로 나타났다. 8월 들어 세배 가까이 급증한 것이다.

KISO는 최근 부동산 가격이 급등한 틈을 타 특정 지역 입주민들이 집값을 띄우기 위한 목적으로 신고를 한 것을 주된 원인으로 꼽았다. 온라인상 지역주민 및 입주자 커뮤니티 등에서 낮은 가격의 매물을 게시한 중개업소에 대해 허위매물이라고 신고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는 해석이다. 8월 한 달 간 허위매물 신고 사유를 유형별로 보면 가격 정보가 사실과 다르거나 프리미엄 미기재 등에 해당하는 ‘허위가격’이 57.7%(1만2584건)로 절반 이상을 차지했다.

서울 송파구 잠실의 한 아파트 상가 부동산 중개업소들 앞으로 한 사람이 지나가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허위매물 신고에 몸살 앓는 중개업자

허위매물은 중개업자가 호객을 위해 실제 가격보다 싸게 걸어놓는 매물인 경우가 많은데, 국토부와 KISO는 이런 ‘낚시용’ 매물이 정상적인 수준을 넘어서 과도하게 접수됐다고 판단했다. 국토부는 집값 담합 행위가 매우 광범위하게 퍼졌고, 신고가 많은 단지를 중심으로 중개업자에 대한 업무방해 여부 등을 조사할 방침이다.

KISO로 신고가 들어오면 신고를 받은 부동산 중개업자가 48시간 이내에 자율처리를 해야 한다. 노출 종료, 거래완료, 정상매물 중 처리를 할 수 있는데, 중개업자가 정상매물이라고 밝힐 경우 KISO가 유선상 확인이나 현장방문(수도권) 등을 통해 추가 검증을 벌인다.

유선 검증에서 허위매물로 적발되면 매물 등록이 7일간 제한되고, 현장검증서 허위매물로 적발되면 14일간 매물 등록이 제한된다. 자율처리 과정에서 중개사가 ‘노출 종료’를 클릭하면 KISO는 그것을 허위매물을 시인한 것으로 판단한다. 이 경우 경고가 1회 부과되고 경고가 3회 누적될 시 매물 등록이 7일간 제한된다.

KISO는 8월 부동산 허위매물 신고가 역대 최대치를 기록한 데 대해서 “집값을 높이기 위한 입주민 담합 등 무분별한 신고가 증가한 것을 원인으로 보고 있다”고 밝혔다.

KISO 관계자는 “8월 들어 부정확한 신고가 많아져서 지역 커뮤니티 카페를 모니터링 했는데 ‘특정 가격 이하의 매물은 무차별적으로 신고를 하자’는 게시글들이 다수 발견이 됐고 (허위매물) 신고가 급등한 지역과 일치하는 것을 봤다”고 설명했다.

KISO에 따르면 8월 허위매물 신고 건수 상위 10개 시·군?구 지역을 보면 경기도 화성시가 2302건으로 허위매물 신고 건수가 최다를 기록했다. 경기도 용인시와 성남시도 각각 1989건, 1357건으로 신고 건수가 많았다. 서울특별시 양천구(1229건)와 송파구(1227건)도 허위매물 신고 건수가 1000건을 넘어 과열 양상을 보였다.

중개업자에게 주택 매물 가격을 일정수준 이상 유지하도록 강요하면서 괴롭히는 행위로 공인중개소들도 몸살을 앓고 있다고도 전했다. 국토부 역시 이 같은 행위가 형법상 업무방해죄에 해당한다는 입장이다.

이 관계자는 “부동산 중개업자가 48시간 이내에 자율처리를 하는 과정에서 정상영업이 어려운 측면이 있다”며 “신고가 많이 들어오면 영업이 어렵다면서 영업방해를 호소하고 있는 중개업자들이 많다”고 말했다.

김서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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