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스경제=양지원 기자] 초자연적인 심령 현상과 악령을 쫓는 엑소시즘을 일컫는 오컬트(Occult) 장르가 대세다. 퇴마사제와 악령은 더 이상 외화에서만 등장하는 ‘단골손님’이 아니다. 총 540만 명의 관객을 동원하며 한국 오컬트 영화의 가능성을 열어준 ‘검은사제들’(2015년)을 시작으로 오컬트 장르 콘텐츠는 점점 더 다양하게 진화하고 있다.

■ ’손 the guest’, 韓드라마 오컬트 장르 성공 신화 쓸까

OCN의 첫 수목극 ‘손 the guest’는 첫 방송 전부터 호러마니아층의 관심을 모으고 있다. 예고 영상에서 공개된 출연 배우들의 빙의 연기가 화제가 됐다.

‘손 the guest’는 한국 드라마 최초로 오컬트 소재를 활용한다. 한국 사회 곳곳에서 기이한 힘에 의해 벌어지는 범죄에 맞서는 영매(김동욱)와 사제(김재욱), 형사(정은채)의 이야기를 그린다. ‘보이스1’을 연출한 김홍선 PD와 악역 모태구로 활약한 김재욱이 다시 의기투합한 드라마다.

김재욱은 일찌감치 ‘손 the guest’에 대한 자신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지금껏 한국에서 제작되지 않은 새로운 작품을 완성시키는데 함께 하는 것에 큰 의미가 있다”고 밝혔다.

드라마는 엑소시즘과 샤머니즘을 결합함으로써 기존의 오컬트 장르와 차별점을 뒀다. 김PD는 “세 주인공이 서로 의지하면서 악령을 상대하는 이야기”라며 영화 속 엑소시즘은 가톨릭을 기반으로 한 서구적 개념이다. 한국에도 샤머니즘이라고 불리는 무속신앙이 존재해왔다. 두 세계관이 ‘치유’로 서로 맞닿을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 이정재·하정우도 빠진 오컬트의 매력

영화계에서는 이미 오컬트 장르 신작 두 편이 개봉을 앞두고 있다. 이정재와 박정민 주연의 ‘사바하’는 ‘검은사제들’을 연출한 장재현 감독의 차기작이다. 장 감독은 전작에서 구마의식이라는 낯선 종교적 소재를 대중적으로 표현하며 호평 받았다. 이번 작품에서는 그 동안 영화에서 거의 다룬 적 없는 신흥 종교를 둘러싼 미스터리를 통해 관객에게 흥미로운 이야기를 풀어놓을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사바하’는 불교를 소재로 한 영화다. 종교 문제를 조사하던 박목사(이정재)가 신흥 종교와 관련된 사슴동산을 수사하면서 초현실적인 사건에 휘말리게 되는 이야기를 그린다.

평소 오컬트 장르를 잘 보지 않는다고 밝힌 이정재 역시 시나리오를 읽고 흔쾌히 출연을 결정했다. 이정재는 “시나리오가 꽤 흥미로웠다. 캐릭터 역시 해본 적 없는 인물이라 해보고 싶은 욕심이 났다”고 말했다.

하정우는 아빠와 딸의 이야기를 다룬 오컬트영화 ‘클로젯’ 촬영을 앞두고 있다. ‘클로젯’은 엄마가 죽은 뒤 사이가 소원해진 부녀가 산속에 있는 집에 갔다 벌어지는 일을 그린 공포 스릴러다. 하정우가 아빠로, 김남길이 퇴마사 역할로 출연을 확정했다.

‘클로젯’은 충무로 관계자들 사이에서 시나리오가 무서운 작품으로 소문이 자자했다. 한 관계자는 “‘클로젯’ 시나리오를 읽고 한 동안 밤에 잠에 드는 게 힘들었다”고 털어놓기도 했다. 특히 배우 겸 감독 제작자로도 활동한 하정우가 기획에 참여한 작품인데다 드라마 ‘나쁜 남자’ ‘상어’, 영화 ‘무뢰한’ ‘살인자의 기억법’ 등에서 다크한 매력을 과시한 김남길이 퇴마사로 변신해 기대를 모으고 있다.

■ 색다른 장르에 흥행은 덤

이처럼 배우를 비롯해 감독, 제작자, 투자자들까지 오컬트 장르에 열광하는 이유는 신선한 소재와 탄탄한 마니아층이 보장됐기 때문이다. 한 매니지먼트 관계자는 “늘 새로운 캐릭터에 목말라 있는 배우들에게 오컬트 장르는 색다른 도전이 될 수 있다”며 “‘검은사제들’을 시작으로 ‘곤지암’까지 다시 한국 공포물이 재기에 성공했기 때문에 향후 흥행 역시 긍정적으로 바라보고 있다”고 귀띔했다.

또 다른 영화 관계자 역시 “범죄스릴러만 각광받던 시대는 지난 지 오래”라며 “차별화된 장르들이 흥행에 성공하는 경우가 많다. 오컬트 장르 뿐 아니라 색다른 장르물의 흥행은 한국영화의 질적인 성장에 보탬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사진=OCN·CJ엔터테인먼트 제공 

 

양지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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