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채무조정 받고 또 빚 져...사채시장 내몰릴 위험 커
"상환능력 제대로 심사해 서민금융 영역으로 전환 필요"
사진=연합뉴스

[한스경제=양인정 기자] "연체된 빚이 8000만원이나 있는데 대출이 이렇게 쉬운지 몰랐어요“ 

대전시에서 학원을 운영하는 A씨는 지난해 5월 개인회생을 신청했다. 원리금 8000만원의 빚을 진 A씨는 매달 70만원씩을 5년 동안 갚아나가기로 하고 법원으로부터 3800만원을 감면받았다. 지난해 12월, A씨는 방학과 함께 원생들이 줄어들면서 수입이 급감했다. 생활비 부족으로 개인회생 변제금 70만원 조차 연체 위기에 처하자 A씨는 대출업체를 찾아 3000만원을 대출받았다. A씨는 "급한 불은 껏지만 이자가 늘어 걱정"이라고 말했다. 

11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개인회생 채무자들이 대부업체의 무분별한 대출 상품에 노출돼 있다. 상환능력이 부족한 사람들에게 다시 빚을 지게해 자칫 이들이 불법 사채시장으로 몰릴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개인회생은 자신의 소득으로 채무를 나눠 갚는 제도다. 개인회생 제도는 최근 변제기간이 5년에서 3년으로 줄었지만, 기존 신청자들에겐 해당 사항이 없다. 이러다 보니 채무를 갚아나가는 기간 동안 사고, 질병, 실직 등으로 수입이 단절되거나 줄어든 경우 채무를 갚지 못하고 파산하는 상황도 생긴다.

대법원에 따르면 개인회생 신청자 수는 2014년 11만707명, 2015년 10만96명, 2016년 9만400명, 2017년 8만152명이다. 매해 10만명 가까이 개인회생을 신청하고 이들은 대부분 지금까지 채무 상환을 이어오고 있다.  

또 변제기간 5년 동안 변제금을 내지 못한 채무자는 전체 채무자의 27%인 1만7774명에 달했다. 개인회생 신청자 10명 중 3명은 조정된 빚을 갚지 못하고 중도 포기하는 셈이다.

일부 대부업체들은 이 개인회생 채무자 계층을 하나의 대출 시장으로 보고 전방위 영업에 나서고 있다. 이들 대부업체는 개인회생 채무자들이 다시 대출을 받더라도 채무조정하기 힘들다는 점을 노리고 있다.

파산법조계 한 변호사는 “개인회생 중에 다시 대부업체로부터 대출받고 이마저 연체해 다시 개인회생 신청을 하는 채무자가 있다”며 “법원은 이런 경우 개인회생을 통과시키지 않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대출절차도 매우 간단하다. 앞서 A씨는 포털에 ‘개인회생 대출’이라고 검색해 나오는 대부업체에 전화해 대출을 받았다. A씨는 “대부업체가 서류를 우편으로 요구했고 얼굴은 보지 않았다”고 말했다. A씨는 이와 같은 방법으로 3곳의 대출업체에서 모두 3000만원을 대출받았다. 대출금에 대한 이자는 모두 법정최고금리였다.

◆ 금융감독 사각지대, 불법사채 유혹받는 개인회생 대출자

문제는 새로운 대출을 받은 개인회생 채무자들이 다시 연체하는 경우다. 대출받은 채무자가 이 돈을 갚기 위해 이번에는 무등록 불법 사채에 손을 댈 수 있다는 데 있다. 이 때문에 개인회생 대출에 대해 금융감독 등 적절한 규제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그러나 상환 능력이 부족한 채무자에게 쉽게 대출을 해줘 생길 수 있는 문제에 대해 정부나 금융당국은 실태 파악조차 못 하고 있다. 대부업체라도 자기자본이 3억원을 초과하면 금융감독원에 등록해야 한다.

금융감독원 한 관계자는 “개인회생 대출상품에 대해 아직 이렇다 할 통계나 조사가 이뤄진 것은 없다”며 “문제의 소지가 있는 만큼 곧 점검에 나서겠다”고 말했다. 

◆ 개인회생 채무자 수요 서민금융 영역으로 전환

개인회생 대출을 사용할 수밖에 없는 채무자들의 사정도 살펴봐야 한다. 빚을 지고 채무조정을 받는 채무자가 돈을 구할 곳은 사실상 이런 대부업체 말곤 없다. 대부업체들이 개인회생 대출에 뛰어드는 것은 이처럼 수요가 있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정부가 이들 개인회생 채무자의 수요에 대해 정책 수립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조성목 서민금융연구원장은 “최근 개인회생 대출 시장에는 저축은행까지 중개인을 통해 진입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제대로 된 대출심사를 거쳐 개인회생 채무자의 수요를 서민금융의 영역으로 전환하는 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양인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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