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文, 盧에 이어 종부세 고삐 죌까

[한스경제=김서연 기자] “박근혜 정부 때 ‘빚내서 집사라’는 말 듣고 빚내서 집 샀던 사람들이 요즘 그렇게 부러울 수 없어요. 그때는 대출도 잘 나왔는데, 대출 끼고서라도 집 샀다면 이렇게까지 억울하지는 않았겠죠. 그런데 지금은 대출도 막아놨지, 집값은 자고 나면 올라있지…그냥 무주택자들은 내집 마련 꿈 접으라는 얘기죠.”

한 무주택자의 하소연이다. 박근혜 정부는 임기 동안 부동산 관련규제를 과감히 풀고 집값의 80%까지 대출을 해주며 ‘내집 마련’을 장려했다. 2014년 8월 주택담보인정비율(LTV·Loan To Value ratio)을 50~60%에서 70%로, 총부채상환비율(DTI·Debt To Income ratio)을 50~60%에서 60%로 각각 풀었다. 빚을 내서 집을 사라던 정부 정책은 ‘가계대출 폭탄’이라는 부메랑이 돼 돌아왔고 집값도 오르긴 했으나 현 정부만큼 폭등 수준은 아니었다.

8·2대책 전후 1년간 아파트값 변화(단위:%). 그래픽=이석인기자 silee@sporbiz.co.kr

◆ 盧 정권, 서울 아파트값 평균 56.6% 급등

11일 정부와 업계에 따르면 고삐풀린 집값을 잡기 위해 그간 나왔던 부동산 규제들이 총 망라된 ‘역대급’ 부동산 정책이 이르면 이번주 발표될 전망이다. 규제 강도와 범위를 가늠하며 부동산 시장이 숨을 죽인 가운데,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정책이 과거 노무현 정부의 실패한 정책을 그대로 답습하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노무현 정부는 대출 규제·투기 억제에 초점을 맞춘 부동산 정책을 임기 전반에 걸쳐 쏟아 부었으나 결론적으로는 부동산 시장에 패했다. 무리한 규제가 시장의 공급요인을 사라지게 만들었고, 가격 폭등까지 이끈 것이다. 출범 3개월 만에 내놓은 분양권전매제한 부활, 수도권 투기과열지구 지정 등이 담긴 대책을 시작으로 양도소득세 강화, 세제·대출 관련 규제들로 부동산 시장을 옥죄었으나 좀처럼 ‘약발’이 먹혀들지 않았다. 이때 도입된 종합부동산세(종부세) 역시 집값 오름세를 제어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서울 아파트값 평균 56.6%’ 급등이라는 처참한 실패로 돌아간 것이다.

현재 제기되는 가장 큰 우려는, 노무현 정부 때의 부동산 정책을 현 정부가 경험했음에도 불구하고 궤를 함께하고 있다는 점이다. 부동산 시장을 ‘때리는’ 강도가 현 정부가 한 수 위라는 분석도 나온다.

◆ 文, 盧에 이어 종부세 고삐 죌까

노무현 정부는 지난 2005년 종부세 도입을 강행했고 ‘세금 폭탄’이라는 비판과 함께 강력한 조세저항에 부닥쳤다. 때문에 정부와 여당이 부동산 보유세 인상 카드를 꺼내들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실제로 보유세 인상 방안은 작년 문재인 대통령의 최종 대선 공약집에서 빠지기도 했다.

종부세를 강화한다고 해서 집값이 단숨에 잡히지도 않는다. 종부세 강화는 단기적으로는 투자 심리를 위축시키지만 노무현 정부 시절 과세 대상을 확대하는 등 고삐를 더 쥐었을 때 길게는 1년, 짧게는 두세 달쯤 뒤 다시 집값이 올랐다.

이번주 내 나올 부동산 종합대책에 종부세 강화 방안이 포함되면 두 정권의 부동산 정책이 큰 차이가 없게 된다. 종부세 개편방안은 이미 정부안이 확정됐고, 국회에서 논의를 거쳐 추가 강화 여부가 검토된다. 종부세 최고세율을 참여정부 수준으로 올릴지, 다주택자에 대한 추가과세 세율을 인상할지, 종부세율 인상대상을 확대할지 등이 쟁점이다. 일각에서는 1주택자 종부세 부과 기준이 현행 9억원에서 6억원으로 낮춰 대상이 확대될 수 있다는 관측도 있다.

정의당 심상정 의원이 11일 오전 국회 정론관에서 종합부동산세법 개정안 공동발의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날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정의당 심상정 의원은 종부세의 누진적 과세 기능을 강화하기 위한 내용의 종합부동산세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한다고 밝혔다. 종부세 세율을 노무현정부 당시 수준으로 맞춘 것이 골자다.

지난 6월 나온 보유세 개편안으로 종부세에 어느 정도 부담이 실렸지만 세금이 강화되는 것을 상쇄하고도 남을 만큼 집값 오르는 폭이 훨씬 크니 ‘부동산만한 투자처가 없다’는 인식이 확산하고 있는 이유다. 노무현 정부 때 종부세로 크게 당한 다주택자들이 이 정도 인상안으로는 꿈쩍도 하지 않았고, ‘노무현 정부 때 880만원 수준의 종부세를 냈는데, 현 정부에는 종부세를 올려도 120만원에 그치고 있다’는 사례가 태반을 이루고 있다. ‘부자 증세’라는 취지를 확실히 못하고 있다는 얘기다.

김현식 국민은행 강남스타PB센터 팀장은 “보유세를 현실화하면 세 부담이 늘어나기에 투자자들이 반기지는 않지만 집값이 10억원 올랐는데 여기에 500만~1000만원 세금을 지불하는 것이 큰 부담은 아니라는 투자자들이 대부분이다”며 “다주택을 보유한 투자자들은 ‘정권이 바뀌면 정책도 바뀐다’라는 생각으로 소위 말하는 ‘버티기’에 들어가는 경우가 있기 때문에 정부는 시장 상황을 대응할 뿐 정책을 일관되게 추진하기 어렵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중론”이라고 말했다.

김서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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