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법조계, 구속 기각 가능성 높아

[한스경제=변동진 기자] 삼성그룹 노조와해 공작에 관여한 혐의를 받는 이상훈(63) 삼성전자 이사회 의장(전 경영지원실장 사장)의 구속 전 피의자 심문을 받고 있는 가운데, 법조계 안팎에서는 기각 가능성이 높다고 입을 모은다.

이상훈 삼성전자 이사회 의장이 11일 오전 영장실질심사를 받기 위해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 들어서고 있다. /연합뉴스

이 의장은 11일 오전 10시30분부터 서울중앙지법 이언학 영장전담 부장판사 심리로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위반 혐의에 대한 영장실질심사를 받고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 2013년 7월 삼성전자서비스 협력업체 직원 중심으로 노조가 만들어지자 ‘즉시대응팀’을 구성 와해 공작 지침을 내린 의혹을 받는다.

이 의장은 이 과정에서 노조와해 공작과 관련해 지시하거나, 보고를 받은 혐의를 받는다. 그는 2012년부터 지난해까지 미등기이사로서 삼성전자 경영지원실장을 맡으며 노사관계 업무를 총괄했다. 올해 3월 주주총회를 통해 등기이사로 선임됐다.

검찰은 지난 7월10일 이 의장 집무실과 경영지원실을, 지난달 20일에는 미래전략실과 밀접한 관계가 있는 삼성경제연구소 등을 압수수색했다. 또 6일은 그를 소환해 관련 혐의에 대해 장시간 조사를 진행한 후 다음 날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박상범 삼성전자서비스 전 대표. /연합뉴스

◇삼성전자서비스 노조와해 관련 실무진, 대부분 영장 기각

법조계에서 이 의장의 구속영장이 기각될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전망한다. 법원이 노조와해와 관련된 삼성전자서비스 및 삼성전자 핵심 관계자들에 대한 영장을 대부분 받아들이지 않았다는 이유에서다.

실제 이 의장과 비슷한 혐의(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위반 등)로 구속영장이 청구된 박상범(61) 전 삼성전자서비스 대표의 경우 지난 5월과 6월 두 차례나 기각됐다. 그는 노조와해 공작인 이른바 ‘그린화 작업’을 지시한 혐의 등을 받다.

박 전 대표는 ‘노조활동=실업’이라는 분위기를 조성하기 위해 4곳의 협력사에 ‘기획 폐업’을 실시하고, 이에 협조한 협력사 사장에게 수억원 상당의 금품을 불법적으로 제공한 의혹을 받는다.

또한 지난 2014년 금속노조 삼성전자서비스지회 조합원 고(故) 염호석 씨가 노조탄압 등에 항의하며 스스로 목숨을 끊자, 회사 자금 수억원을 불법으로 건네 유족을 회유, 노동조합장 대신 가족장을 치르도록 한 의심도 받는다.

당시 영장실질심사를 담당한 서울중앙지법 박범석 부장판사 “피의자가 일부 범죄 혐의에 대해서는 형사 책임을 인정”이라며 “그러나 범죄 사실의 많은 부분에 대해서는 다툴 여지가 있다”고 기각했다.

또 삼성의 노조탄압 정황을 감추기 위해 염 씨의 유족 대신 경찰에 신고한 뒤 그 대가로 3000만원을 받았다는 혐의로 박 전 대표와 함께 영장이 청구된 이 씨 역시 구속되지 않았다.

이밖에 검찰은 강경훈(54·) 전 삼성그룹 미래전략실 부사장을 비롯해 목모 전 삼성전자 노무담당 전무, 박 전 사장과 공모한 혐의를 받는 최모 전무, 윤모 상무, 노무사 박모 씨, 함모 전 협력업체 대표 등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하지만 대부분 기각됐고, 최 전무와 목 전무 두 명만 구속됐다.

최진녕 법무법인 이경 대표변호사는 “노조와해와 직결된 삼성전자서비스 대표 및 노무 담당 실무진 대부분에 대한 구속영장이 기각된 상황”이라며 “그런데 그 윗선(모회사 삼성전자)을 구속하려는 것은 조금 어려워 보인다”고 내다봤다.

이어 “경우에 따라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위반 혐의에 대해 구속영장을 발부할 수 있겠지만 수차례 압수수색을 했음에도 실패하지 않았나”라며 “기존 상황들을 비춰봤을 때 기각 가능성이 조금 더 높지 않을까 생각된다”고 덧붙였다.

한편 이 의장의 구속 여부는 이르면 이날 밤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변동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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