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스경제=양인정 기자] 금감원이 작업대출 등 불법 대출에 시달리는 청년들에 대해 손을 놓고 있다며 청년시민단체가 일제히 비판의 목소리를 냈다.

청년지갑트레이닝센터 등 청년 문제를 다루는 16개 시민단체는 12일 금융감독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불법 대출에 무관심한 금감원을 규탄하고 나섰다. 

이들은 금감원이 포털싸이트와 SNS(사회 연결망 서비스), 카카오톡 등에 버젓이 올라오는 불법대출 광고에 대해 단속의지가 없다고 한 목소리로 비판했다.

특히 이 같은 불법대출이 구직 중이거나 생활고에 시달리는 청년들을 대상으로 하고 있어 문제가 심각해지고 있다.

청년들에 대한 불법대출 문제를 앞장서서 제기하고 있는 빚쟁이유니온 한영섭 위원장은 기자회견에 앞서 “인터넷과 SNS에 등장하는 작업 대출과 내구제 대출키워드는 불법이 자명한데도 가감 없이 나타나고 있다"며 ”이는 금감원이 청년에 대한 불법 대출에 대해 그 어떤 심각성도 못 느끼는 것“이라고 문제를 제기했다.

작업대출은 소득 증빙이 어려운 청년에 대해 서류 등을 위조해 직업이 있는 것처럼 꾸며 대출을 받는 것을 말한다. 또 내구제 대출은 ‘스스로를 구제하는 대출’을 의미하는데, 주로 휴대폰이나 노트북을 구매해 싼값에 넘기고 대가를 받는 형식이다. 

이 같은 불법대출에는 모두 대출 브로커들과 관련됐다. 이들은 서류를 위조해 대부업체와 일부 저축은행과 연계해 대출을 알선하고 수수료 명목으로 대출금의 최대 70%를 떼어가는 수법을 쓴다. 소득 없이 작업대출을 사용한 청년들은 곧 연체자로 전락하고 이 돈을 갚기 위해 다시 사채를 쓰는 악순환이 전개된다. 일부 브로커들은 작업대출금을 갚지 못한 청년들을 상대로 개인회생과 파산절차를 알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청년에 대해 재무설계와 채무상담을 하는 청년지갑트레이닝센터의 정수현 센터장은 “작업대출로 채무를 진 청년들이 친구에게 다시 작업대출을 권유해 또 다른 피해자를 만들고 있다”며 “작업대출을 받은 청년들이 피해자이면서 가해자가 돼 음성화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들어나지 않는 건수를 감안하면 피해 규모는 더 클 것이라는 게 정 센터장의 주장이다.

청년단체가 12일 금융감독원 앞에서 청년 대상 불법대출에 대해 기자회견을 열고 금융감독원의 감독강화를 촉구하고 있다.사진=한스경제 양인정 기자

◆누가 청년들을 불법대출시장으로 내 몰고 있나

일각에서는 불법임을 알면서도 작업대출을 시도하는 청년들의 의식이 문제라는 지적도 제기하고 있다. 일하지 않고 불법대출에 기대는 것이 청년들의 잘못된 의식 때문이라는 주장이다.

청년 노동조합 김병철 청년유니온 위원장은 이 같은 주장에 대해 “청년들이 작업대출 까지 써야 하는 사회, 경제적 환경을 무시한 주장”이라며 “작업대출을 알아보는 대부분의 청년들이 구직과정에서 생활비와 주거비를 마련하기 위해 무모하게 뛰어든다”고 말했다. 

청년의 대안 금융을 모색하는 김기민 ‘토닥’ 이사장은 “늘어나는 실업률과 치솟는 집값으로 청년들 삶이 어려워지고 있다”며 “이들을 위한 그 어떤 제도권의 금융정책이 없다. 사회, 경제적인 정책으로 풀어가야 할 문제를 청년들 개개인의 문제로 치부하는 것은 본말이 전도된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날 통계청이 발표한 2018년 8월 고용 동향에 따르면 15세에서 29세까지 취업자는 지난해 같은 달 대비 4만명, 30대는 7만8000명이 각각 감소했다. 

전지예 금융정의연대 사무국장은 “청년들이 구직난에 10만원 20만원이 필요해 대출을 알아보는 상황”이라며 “금감원은 ‘불법이니 알아서 조심하라’고 개인의 문제로 돌릴 것이 아니라 구체적인 감독대안을 내놔야 한다”고 비판했다. 

청년 관련 단체는 이날 보도자료를 통해 “최근 몇 년 사이 작업대출과 내구제대출 등 비정상적인 대출이 청년들에게 빠르게 번지고 있다”며 “브로커들이 더 교묘하고 전문화된 방법으로 불법대출에 나서고 있다”고 우려를 나타냈다. 

금융감독원이 지난 3월에 내놓은 불법 금융광고 유형별 적발현황에 따르면 ‘작업대출’의 경우 지난해 299건에서 올해 381건으로 27.4%나 늘었다. 반면 대포통장 매매는 2016년 566건에서 2017년 275건으로 51.4%가 줄었다. 

한영섭 위원장은 “대포통장 매매가 급감한 것은 금감원이 꾸준히 감독을 강화했기 때문”이라며 “금감원이 작업대출에 대해서는 상대적으로 심각성을 인식하지 못해 감독을 느슨히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한 위원장은 또 “금감원에 청년의 불법대출 문제를 제기하면 통신사업자를 규제하는 방송통신심의회에 책임을 떠넘길 뿐”이라고 성토했다.

이어 발언에 나선 이태영 사단법인 두루 변호사는 “작업대출 내구제 대출은 범죄임에도 적발하기가 쉽지않아 처벌이나 단속이 되지 않고 있는 실정”이라며 “당장 단속과 더불어 온라인 홍보 등을 통해 문제의 심각성을 적극 알려야 한다”고 지적했다.  

불법대출에 대한 접근성은 나날이 일상화되고 있지만 감독당국은 기존 말만 되풀이 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이날 청년단체의 기자회견에 대해 “작업대출이라는 단어만으로 불법성을 인식하기 어렵다”면서도 “현재 온라인상에 불법 키워드를 모아 방송통신위원회에 보내면 그곳에서 일괄 처리하는데, 삭제와 동시에 새로운 키워드가 계속 올라와 단속에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사실상 금감원 조차 불법대출에 방치된 청년들을 위한 보호막을 마련하지 못하고 손을 놓고 있는 상황이다. 

양인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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