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손절vs버티기'...가상화폐 투자자들 '천태만상' 들여다보니

[한스경제=허지은 기자] “없는 돈인 셈 치자고 들어왔는데 진짜 없는 돈이 돼버릴 줄 누가 알았겠어요. 처음 수익률이 마이너스 50%를 넘었을 때 충격이 엄청났는데 지금 보니 마이너스 92%를 넘었네요”

30대 직장인 A씨는 가상화폐 지갑을 보여주며 쓴웃음을 지었다. 그는 지난해 12월말 직장동료를 따라 가상화폐에 투자했다. 투자금은 한 달 치 월급인 330만원. 비트코인과 이더리움은 물론 이오스, 트론, 리플 등 다양한 가상화폐에 분산투자를 했다. 그러나 그가 보여준 지갑에는 단돈 26만원만 남아있었다. 그는 ‘더 이상 버틸 힘도 없다’고 토로했다.

A씨처럼 지난해 전세계를 강타한 가상화폐 광풍을 타고 가상화폐 투자에 뛰어든 이들이 적지 않다. 평범한 직장인은 물론 대학생, 주부에 이르기까지. 단돈 백만원으로 수십억원을 벌었다는 소문이 심심찮게 들려오던 때였다. 그때 그 가상화폐 투자자들은 지금 무엇을 하고 있을까.

올 1월 가상화폐 투자를 시작한 20대 직장인 B씨는 4000만원 가까이 투자금을 늘렸으나 현재 평가액은 366만원에 불과하다. B씨의 수익률은 마이너스 90%를 넘어섰다./그래픽=허지은 기자

◆ 떨어지는 가상화폐엔 날개가 없다…90% 손해는 기본

올 1월 가상화폐 투자를 시작한 20대 직장인 B씨는 가상화폐 투자로 한때 짭짤한 수익을 올렸다고 했다. 그는 “200만원으로 시작했을 당시 일주일만에 1400만원까지 만들었다. 올 초 까지만 해도 주변 지인 중에서도 소소하게 수익을 낸 이들이 많았다”며 “실제로 회사 후배는 수십억원을 벌었다며 퇴사하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초기 투자로 재미를 본 B씨는 이후 본격적인 투자에 뛰어들었다. 가격이 저렴한 알트코인(비트코인을 제외한 가상화폐)을 찾으러 다녔고 커뮤니티나 SNS 상에서 들려오는 정보를 통해 나름의 전략을 세워 투자했다고 한다. 그는 “2월까지 속절없이 내리던 비트코인이 3월 들어 1만달러를 넘었을 때 희망을 갖기도 했다”고 말했다.

현재 상황을 묻는 말에 B씨는 말없이 거래소 지갑을 보여줬다. B씨 역시 수익률이 마이너스 90%를 넘은 상황이었다. 그는 “4000만원까지 투자금을 늘렸지만 지금은 10분의 1도 남지 않았다”며 “’버티기’가 9개월을 넘을 줄 누가 알았겠나. 회수 시기를 보고 있는데 수익률을 보면 눈물만 난다”고 말했다.

실제로 ‘코인판’을 뜨는 투자자들이 늘어나면서 연초대비 시가총액은 반의 반토막이 났다. 코인마켓캡에 따르면 지난 1월 8일 가상화폐 시가총액은 8158억달러(약 919조원)에 육박했으나 이날 현재 1894억달러(약 213조원)으로 쪼그라들었다. 6200억달러, 우리 돈으로 699조원 가량의 투자금이 시장에서 빠져나간 것이다.

◆ 지금이 '저가매수' 타임?...전문가들 "높은 변동성, 투자 유의해야"

가상화폐 가격이 하락한 지금이 오히려 매수 기회라는 이들도 있다. 20대 자영업자 C씨는 “지금이 바로 저가매수 타임”이라며 “여윳돈이 생길 때마다 최근 가격이 많이 떨어진 이더리움, 리플 등의 코인에 투자금을 넣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6월 가상화폐 투자를 시작한 C씨는 수익의 일부로 지금의 가게를 차리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C씨는 “가상화폐 투자에 있어서 중요한 것은 타이밍인 것 같다. 가격이 낮을 때 사고 높을 때 판다는 원칙과 타이밍이 중요하다”며 “중간에 손해를 보기도 했지만 여윳돈으로 큰 욕심 내지 않고 투자에 임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30대 직장인 D씨는 코인판을 떴지만 최근 재투자 기회를 엿보고 있다. D씨는 “손실이 더 커지기 전에 원금만 회수했다”면서도 “그때보다 지금 가격이 더 내리면서 재투자를 고민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변동성이 높은 가상화폐에 ‘투자 정답’은 없다고 조언한다. 미국 가상화폐 전문 헤지펀드인 블록타워캐피털의 아리 폴 최고투자책임자(CIO)는 “지난 수 년동안 비트코인이 10센트에서 7000달러를 넘어서는 동안 가격이 80% 이상 떨어진 적이 다섯 번이나 있다”며 “가상화폐 투자도 주식이나 채권과 마찬가지로 결국 0으로 수렴할 수 있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고 말했다.

허지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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