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해외채권 투자 지속…환헤지(Hedge) 비용 증가 영향
영화, 부동산 투자 확대…채권 위주 투자서 탈피 노력

[한스경제=전근홍 기자]생명보험업계의 운용자산 수익률이 지난 2009년부터 줄곧 하락세를 보이면서 지난해 이어 3%대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이 같은 하락 국면에는 ‘외화유가증권’ 확대 영향이 한 원인으로 꼽힌다. 돌려줘야 할 보험금을 시가로 평가하는 회계기준(IFRS17)의 도입으로 장기채권 투자를 늘리기 위해 해외채권 투자에 눈을 돌렸는데 수익률 향상에 별다른 도움이 되지 못한 탓이다. 보험업계 실적이 전년대비 하락세를 보이고 있는 것이 영업환경 변화 때문만은 아니라는 반증이다. 자산 운용능력이 제자리 걸음 하면서 금융시장 변화에 적절하게 대응하지 못했다는 자조적인 분석도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한-미 금리 역전으로 미래 시점의 환율을 현재 시점 환율로 고정해 환율 변동으로 인한 위험성을 줄이는 환헤지(Hedge)의 비용 부담이 커져 최근 몇 년간 미국 회사채 등 달러표시 해외채권 투자를 크게 늘렸던 국내 보험사들이 국내로 유턴하는 현상까지 벌어지는 중이다.

실제 보험연구원에 따르면 국내 생명보험사의 외화유가증권 규모는 올해 5월말을 기준으로 88조 원으로 지난해보다 0.9% 증가하는데 그쳤다. 비슷한 시기 1년만기 달러·원 헤지프리미엄은 마이너스 1.579%를 기록했다. 1년 전인 마이너스 0.593%에 비해 3배 이상 높아진 것이다. 결국 연 3% 금리를 받을 수 있는 10년물 미국국채에 투자해도 1.579의 환헤지 비용으로 1.4% 정도의 수익만 발생한다는 이야기다.

보험업계에선 “업계 전반적으로 영화에 대한 투자나 부동산 투자 등 채권 위주에서 벗어나 대체투자처를 찾기 위한 노력을 하고 있다”면서 “한국은행의 금리정책 기조를 면밀히 모니터링하고 금리변동성에 따른 자본확충, 경영 합리화, 투자수익처 발굴 등 다양한 경영전략을 마련하기 위해 고심하고 있는 중”이라고 밝혔다.

생명보험사 연도별 운용자산수익률./생명보험협회

12일 생명보험협회 공시에 따르면 국내 24개 생보사들의 운용자산이익률은 2009년 5.43%에서 2010년 5.88%로 상승한 것을 마지막으로 줄곧 하락세를 보인다.

구체적으로 보면 ▲2011년 5.22% ▲2012년 4.75% ▲2013년 4.61% ▲2014년 4.51% ▲2015년 4.00% 등으로 해마다 떨어지다가 2016년에는 4%대마저 붕괴되며 3.92%를 기록했다.

이후 지난해 말 3.7%로 역대 최저를 기록했다. 올해 상반기는 3.88%로 전년(3.55%) 대비 0.33%포인트 상승했지만 여전히 수익률 상승을 위한 마땅한 투자처가 없어 반등할 기미는 보이지 않는다.

올 상반기, 운용수익률 4%대 2개사에 불과

상반기를 기준으로 회사별 운용수익률을 보면 푸르덴셜생명과 교보생명의 운용자산이익률이 각각 4.02%, 4.01%로 4%대를 넘었다. 이밖에 ABL생명(3.94%)·AIA생명(3.94%)·삼성생명(3.90%)·DB생명(3.81%)·IBK연금(3.77%)·메트라이프생명(3.74%)·오렌지라이프(3.72%)·현대라이프생명(3.70%) 등이 올해 상반기 자산운용이익률 상위 10개 생보사에 이름을 올렸다.

반면 BNP파리바카디프생명(2.85%)과 라이나생명(2.87%), 하나생명(2.87%) 등은 여전히 자산운용이익률 2%대에 머물고 있다.

조영현 보험연구원 연구위원은 “보험사들이 운용하는 자산내 해외채권 비중은 많게는 60% 정도 되는데, 보험사들이 원하는 매년 6~7%의 안정적 운용수익을 올릴 수 있는 대체투자처를 찾기는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조 연구위원은 “대체할 수 있는 투자처를 찾는 노력은 이미 몇 년 전부터 지속돼왔는데, 영화나 부동산 투자 등 채권 위주에서 벗어나려는 노력을 기울이더라도 투자금액과 안정적인 수익률을 담보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조영현 연구위원은 “생명보험사 자체적으로 자산운용에 대한 다각화 노력을 꾸준히 해오고 있기에 지켜볼 필요가 있다”며 “리스크를 줄이기 위한 노력과 대부분 장기 투자를 중심으로 운용하고 있다는 점 등에서 수익률이 반등하기까지는 시간이 필요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황인창 보험연구원 연구위원은 “최근 5년간을 기점으로 해외투자 비용이 10%이상인 보험사 수는 기존 2곳에서 22곳으로 늘었고 20% 이상인 곳도 기존에는 없다가 8곳으로 늘었다”면서 “이 같은 해외투자 확대는 투자 다각화를 통한 수익률 제고가 주 목적”이라고 설명했다.

황 연구원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에 고착화된 저금리 환경에서 운용자산수익률이 지속적으로 감소했기에 반등하려는 측면이 강했던 것”이라며 “보험사가 해외투자에 나설 경우 투자의 목적과 채권의 종류 기존 투자 포트폴리오 자산 구성 등을 반영한 환헤지 전략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전근홍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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