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스경제=박재형 기자] 아파트 주민들의 ‘집값담합’ 행위로 연일 논란이 계속되는 가운데, 주민뿐만 아니라 공인중개사들도 집값 조정을 위한 담합 행위를 공공연히 이어가는 것으로 드러났다. 공인중개사들이 “매수 고객들의 관심을 사고 거래를 활성화시키기 위해 호가를 낮춰 거래를 하자”고 모의를 하는 것이다.

12일 국토교통부와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국토부는 지난 9일 집값 상승을 위한 불법행위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가짜 허위매물 신고 조사에 들어갔다. ‘얼마 이하로는 집을 팔지 말자’는 집주인들의 담합이 날로 늘고 있기 때문이다. 집값을 인위적으로 올리기 위해 짬짜미한 가격보다 낮게 내놓으면, 허위매물로 신고해 '가격 키 맞추기'를 하고 있는 형국이다.

서울 송파구의 한 공인중개사무소./사진=연합뉴스

부동산 매물 검증기구인 한국인터넷자율정책기구(KISO) 부동산매물클린관리센터에 따르면 지난 8월 허위매물 신고건수는 2만1824건으로 7월 대비 세배 가까이 증가했다. 최근 부동산 가격이 급등한 틈을 타 특정 지역 입주민들이 집값을 띄우기 위한 목적으로 신고를 한 것이 주 원인이다.

입주민들의 담합도 부동산 시장을 교란시키고 있지만 중개사 담합 행위도 이에 못지않다는 지적이다. 업체 관계자들이 “주민 담합 행위뿐만 아니라 중개사 담합 행위에 대한 조사도 필요하다”고 한 목소리를 내는 이유다.

서울 은평구의 한 공인중개사 대표는 “일을 함께하는 지역모임에서 임원들이 일정 가격이하로만 거래를 하자고 제안한 적이 있다”며 “몇몇 중개사가 말도 안 되는 소리라고 거절하고 나서서 우리 지역은 담합을 막을 수 있었다”고 토로했다.

이어 “중개사들끼리 이런 식으로 가격을 담합해 거래를 하는 곳이 서울 모든 지역에 만연해 있다”며 “우리 지역과 달리 담합 분위기가 형성됐는데 함께하지 않는 부동산은 일명 ‘왕따’를 당해 거래 매물이 줄어들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공인중개사는 지역모임이 활성화 된 직업이다. 사무소가 자리 잡은 지역을 중심으로 모임을 형성하고 정보나 매물을 공유한다. 다른 업체와 연계를 통하지 않고서는 중개 업무를 하는 것이 쉽지 않다. 매수·매도 양측의 고객을 한 중개사무소에 모두 확보하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서울 송파구 문정동의 R공인중개사무소를 운영하는 김성현 공인중개사는 모임에서 정한 거래 규정을 지키지 않았다는 이유로 지난 1년간 주변 중개사무소에 따돌림을 당했다. 지역모임에서 회장직까지 수행했던 김 중개사도 담합에 나선 공인중개사들을 막을 수 없었다.

지난 8월 인근 부동산과 다시 관계 해소에 나섰지만 지역모임은 김 중개사에게 ‘111㎡ 10억5000만원·146㎡ 12억원·159㎡ 12억5000만원 이하로 거래할 것’이라는 지침을 지키라고 강요했다.

김 중개사는 “공인중개사는 매수와 매도라는 양측의 입장을 말 그대로 중개해주는 직업이다”며 “거래를 더 많이 하고 수수료를 받기 위해 다른 사람의 사유재산을 침해하는 행위에 동조할 수 없다는 신념을 지켰지만 주변 중개사들에게 냉대를 받고 있다”고 강조했다.

박재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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