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개발에서 앞서나 보안 이슈 걸림돌...미·중 무역분쟁까지 겹쳐
KT는 지난 4일 "세계 최초 5G 상용화"를 약속한지 555일째를 기념, 5G 서비스 개발을 위한 협업 공간 ‘5G 오픈랩’을 개소했다. 사진은 황창규 KT 회장이 개소식에 참여해 전시물을 관람하는 모습

[한스경제=팽동현 기자] 이동통신 3사의 5세대 이동통신(5G) 장비 업체 선정에 세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가성비가 뛰어나나 보안 우려를 사고 있는 중국 화웨이 통신장비의 채택 여부가 ‘뜨거운 감자’다.

13일 ICT업계에 따르면, 이통3사는 이달 중으로 5G 네트워크 장비를 선정하고 5G 전국망 구축에 본격적으로 나설 계획이다. 세계 최초로 연내 상용화하겠다는 목표를 고려하면 이미 작업시간도 촉박하다는 게 업계 분위기다.

◆ 5G 장비 선정 관련 뜨거운 감자 ‘화웨이’

시장조사업체 IHS마켓(IHS Markit)에 따르면 지난해 글로벌 통신장비 시장에서 화웨이가 28%의 점유율로 1위에 올랐고, 에릭슨(27%), 노키아(23%), ZTE(13%)가 그 뒤를 이었다. 삼성전자의 경우 글로벌 시장에서는 3%의 점유율에 그쳤지만, 국내 시장에서는 40% 이상의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다.

5G 장비 개발에서도 현재 화웨이가 앞서나가는 모양새다. 5G 연구개발(R&D)에 현재까지 10억 달러(약 1.1조원) 이상을 투입, 전세계 5G 필수 특허 가운데 10%가량을 보유하고 있다. 특히 5G 핵심 기술로 꼽히는 ‘폴라코드(Polar Code)’는 화웨이에서 개발을 주도한 모바일 데이터 전송 오류 수정 기술로, 지난 2016년 3GPP(세계이동통신표준화기구)로부터 이 분야 국제표준으로 선정됐다.

그럼에도 현재 전세계 주요 시장에서는 화웨이의 5G 장비를 선뜻 채택하지 않고 있다. 정보 유출 우려 때문이다. 중국산 장비에 대한 보안 논란은 수년째 이어지고 있다. 화웨이 역시 중국 정부와 유착돼있다는 의심을 받아왔고, 실제로 지난 2016년 미국에 판매된 일부 화웨이 스마트폰에서 백도어(숨겨진 접근 경로)가 발견된 바 있다.

미국에서는 화웨이 장비가 스파이 활동에 악용될 수 있다는 내용의 의회 보고서가 나온 2012년 이래로 중국산 통신장비가 사실상 배제된 상황이다. 미중 무역전쟁이 한창인 현재, 장차 자국 ICT업계의 기반이 될 5G에 중국산을 쓸 이유는 더더욱 없을 것이다. 지난달에는 호주와 일본까지 각각 정부 차원에서 5G 장비 도입에 화웨이, ZTE 등 중국제를 제외하기로 결정했다.

◆ 선택의 여지가 없는 LG유플러스

통신망의 경우 국가 주요시설이라 한 업체의 장비만으로 구축되지 않는다. 국내에서는 LTE 때도 이통3사 모두 삼성, 에릭슨, 노키아, 화웨이의 통신장비를 혼용했다. 주요 권역에 어느 회사의 장비를 쓰느냐 차이로, 삼성전자가 국내 점유율 1위에 오른 데는 이통사 대상 스마트폰 공급 이슈도 거들었다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

차이점이라면 LG유플러스는 LTE 때부터 화웨이 통신장비를 적극 사용해왔다는 것이다. 내부망에만 적용했던 타 이통사들과 달리, 주요 기지국에도 화웨이 통신장비를 도입해왔다. 이번에도 LG유플러스는 화웨이 5G 장비를 채택할 전망이다. 5G 상용화 초기에는 LTE와 연동된 NSA(논스탠드얼론) 방식으로 혼합해 구축될 예정이라 기존 LTE 장비와의 호환도 고려해야 하기 때문이다. LG유플러스와 화웨이는 통신장비 외에도 스마트폰 등 다방면에서 협력관계를 다지고 있기도 하다.

화웨이는 국내 5G 주력망으로 활용될 3.5GHz 대역에서 경쟁사들보다 3개월 정도 앞선 것으로 평가된다. 이통업계 관계자는 “화웨이가 5G 장비 개발이 가장 빨랐기에 현재의 촉박한 일정을 가장 잘 맞출 수 있다. 다른 장비업체들은 연내 충분한 공급이 가능할지 장담할 수 없는 상태”라며 “5G 장비 가격도 30% 이상 저렴해 유지보수까지 따지면 연간 수천억원 차이를 보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 고뇌하는 SK텔레콤, 소극적인 KT

SK텔레콤과 KT의 고민은 이러한 화웨이 5G 장비를 마냥 배제시킬 수 없다는 데서 시작한다. 업계에 따르면 화웨이의 5G 장비는 성능 측면에서 부족함이 없으며, 보안 관련해 적어도 통신장비에 대해서는 문제가 있다는 테스트 결과나 증거가 아직 없다. 오히려 IT보안인증인 국제 CC인증까지 유일하게 획득한 상태다. 뛰어난 가성비를 내세우는 것은 물론이다.

업계에서는 KT의 경우 오랫동안 공기업이었고, 현재도 국가기간망을 책임지고 있다는 점에서 화웨이를 적극 도입할 확률은 낮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진퇴양난에 빠진 곳은 SK텔레콤이다. 자회사인 SK하이닉스의 주요 고객 중 하나가 화웨이로, 5G 장비 채택 여부를 놓고 ‘사드(THAAD)’ 때와 같은 무역보복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정부에서는 통신장비 관련해 국산을 써주길 바라는 뉘앙스를 풍기면서도, 개별 기업의 의사를 존중한다는 명분하에 다른 나라 정부처럼 나서주지는 않고 있다”며 “명확한 이유 없이 선정되지 못한다면 화웨이뿐 아니라 어느 기업이든 반발하는 게 당연하다”고 지적했다.

◆ 미국 시장으로 영토 넓히는 삼성전자

이 가운데 삼성전자는 5G 장비의 국내 공급뿐 아니라 미국시장 공략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버라이즌과 스프린트에 이어 지난 10일(현지시간)에는 AT&T의 5G 장비 공급업체로 선정됐다. 이로써 미국 1·2·4위 이통사에 모두 5G 장비를 공급하게 됐다. 중국업체들의 진입이 원천봉쇄된 미국시장에서 빠르게 세를 넓히는 모습이다.

삼성전자는 자사가 집중해온 28GHz 고주파 대역은 물론, 향후 국내 5G 전국망에 쓰일 3.5GHz 저주파 대역에서도 기술경쟁력을 확보했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지난 7월에는 ‘5G 시티 체험 및 설명회’를 열어 기술력을 과시, 그동안 화웨이에 집중됐던 업계의 시선을 돌린 바 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5G 장비는 납기에 맞춰 공급할 계획”이라며 “5G 스마트폰도 이통사와 협의해 출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삼성전자의 미국시장에서의 선전에 힘입어, 업계에서는 이통사들의 5G 장비 선정 또한 기존 통신장비와의 호환성도 고려해 결국 LTE 때와 유사하게 흐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중국 통신세계망도 최근 보도를 통해 SK텔레콤과 KT에서 화웨이의 5G 장비를 채택할 가능성은 낮을 것으로 내다봤다.

팽동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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