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9·13 종합 부동산 대책, 부동산 시장 단숨에 잠재우기는 힘들어"

[한스경제=김서연 기자] 정부가 끓어오르는 부동산 시장을 잠재우기 위해 융단폭격식 규제를 쏟아붓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집값은 더 오른다”는 기대감이 개인 투자자들을 중심으로 시장에 만연하다. 반면 전문가들 사이에선 “집값이 꼭짓점을 찍은 것 아니냐”는 의견이 슬며시 고개를 들고 있다. 강남에 ‘3.3㎡당 1억원’ 아파트가 잇달아 등장하고 한주에 1억원씩 집값이 오르는 등 비정상적인 이상 급등 현상이 이어지면서 ‘집값 거품론’이 점차 힘을 받고 있어서다. 

12일 정부와 업계에 따르면 13일 집값 안정을 위한 종합 부동산 대책이 발표될 예정이다. 특히 세제와 관련해 시장의 예상을 뛰어넘는 강도 높은 규제가 나올 것으로 보인다.

다주택자와 고가주택 보유자의 보유세 부담 확대, 지방 원정 투자를 차단하기 위해 실거주 여부에 따라 장기보유특별공제를 차등 적용하거나 일시적 2주택자의 비과세 요건을 강화하는 등 주택 보유·구입·매도와 관련한 세금 규제가 총 망라돼 투기 수요를 전방위에서 압박할 것으로 예상된다.

12일 서울 송파구의 한 상가 부동산중개업소에 아파트 시세표가 붙어 있다. 사진=연합뉴스

◆ “집값 거품 곧 꺼진다” 뒷받침하는 근거 4가지 

이제 정부와 부동산 시장의 관심은 이 대책이 과연 요동치는 부동산 시장에 제대로 먹혀들지 여부로 옮겨갔다. 실제로 효과를 내서 천정부지 오르기만 하는 집값을 끌어내릴 수 있을지, 거품을 걷어낼 수 있을지가 핵심이다.

집값이 ‘더 오른다’는 기대감을 업고 이상 급등할수록 ‘가격 하락은 시간문제’라는 분석도 역설적으로 힘을 얻기 시작했다. ‘정부 의지에 상관없이 집값은 오른다’는 부동산 학습효과가 작용해 내리기는커녕 자고나면 올랐던 것처럼 ‘이상 급등은 거품 붕괴로 이어진다’는 학습효과도 작용한 탓이다.

한 부동산 전문가는 “집값이 계속 오르는 것에 불안감이 있다는 것 자체가 (가격에) 거품이 있다는 것을 인정하고 들어가는 것”이라며 “기대가 반영돼 만들어진 가격은 기대가 꺾이면 주저앉는데 (집값이) 오를 때 논리가 떨어질 때 똑같이 적용되진 않는다”고 경고했다.

‘더 오른다’는 기대감을 업고 이상 급등하고 있는 집값의 거품이 곧 사그라든다는 근거는 크게 네 가지다.

#1. 공급 물량 늘어난다

먼저, 공급 물량은 늘어나고 있다는 점이다. 뛰는 집값을 잡기 위해서는 수요를 줄이거나 공급을 늘리는 것 외에 대안이 없는데, 정부가 수요를 줄일 수는 없으니 공급으로 선회했다.

정부는 초강력 재건축 규제와 다주택자 중과세, 대출규제 등 투기수요 억제 중심 정책에서 벗어나 공급확대도 병행하는 쪽으로 정책 기조를 다시 수정했다. 현 정부가 부동산 시장을 안정시키기 위한 대책을 내놓을 때마다 강력한 투기수요를 억제하는 쪽으로만 방향을 튼 것은 ‘공급은 충분하다’는 진단이 기저에 자리한 탓인데, 여러 규제로 부동산 시장을 누르면 누를수록 오르는 집값에 결국 공급 쪽으로 눈을 돌린 것이다.

당정 역시 공급 확대를 집값 안정의 해결책으로 꼽았다.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지난 3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정부의 부동산 규제책 발표에도 서울과 수도권 일부 지역 아파트 가격이 계속 오르고 있다”며 “정부가 공급 대책을 이른 시일 내 제시해 부동산 시장을 안정시키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다만 재건축·재개발 규제 완화를 통한 공급확대는 투기수요를 부추길 수 있으니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2. 줄어드는 거래량을 보라   

월별 전국 주택매매거래량 (단위:만건). 그래픽=이석인기자 silee@sporbiz.co.kr

거래량 변화를 살펴봐도 지금과 같은 호가 상승이 무의미하다는 것이 두 번째 이유다. 거래량이 적은데도 가격이 오르고 있는 것은 관망세 속에 기대심리가 작용한 것으로, 이 역시 거품이라는 얘기다.

국토부가 지난 달 발표한 ‘7월 전국 주택 거래량’ 자료에 따르면 전국의 주택 매매거래량이 총 6만3687건으로 지난해 같은 달(9만8414건) 대비 35.3% 감소했다. 유형별로는 아파트의 거래량이 3만9353건으로 작년 7월 대비 40% 감소했고 연립·다세대는 1만3763건으로 28.1%, 단독·다가구주택은 1만571건으로 22.7% 각각 감소했다. 집값은 연초부터 꾸준히 우상향 곡선을 그리는데 거래량은 계속해서 떨어져 그 사이가 계속 벌어지는 형국이다.

다만 일각에서는 거래량이 적더라도 집값이 낮아지지는 않을 수도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정부가 여러 규제로 시장을 옥죄다보니 구조적으로 매물이 나올 수 없는 상황인데, 매수자가 증가하는 것은 바로 호가 상승으로 이어지고 한두 개만 비싸게 팔려도 전체 집값을 끌어올려 시세로 굳어진다는 얘기다.

#3. “꼭 잡는다” 정부 의지도 한 몫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대표(왼쪽)와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11일 오전 경기도 수원시 경기도청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경기도 예산정책협의회’에서 미소를 짓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번만큼은 물러서지 않겠다는 정부의 의지도 한 몫 한다.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11일 이재명 경기도지사와 만나 ‘토지공개념’의 실질적 도입을 거론하며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 집값 잡기에 대한 강한 의지를 내비쳤다. 부동산 대책 발표를 코앞에 두고 여당 대표가 토지공개념을 다시 들고 나온 것은 의미심장하는 것이 업계의 중론이다. 앞서 지난 6월에 나온 보유세 개편안이 태풍이 아닌 미풍에 그쳤기에, 이번 대책의 강도가 매우 세질 것 같다는 분석이다.

이 대표는 “토지가 공급이 안 돼 집값이 폭등할 수밖에 없는 구조인데 이것을 극복하려는 종합대책을 중앙정부가 모색 중”이라면서 이번에 발표될 대책에서 강도 높은 규제가 나올 것임을 예고했다. 그는 이어 “토지공개념을 도입한 것이 1990년대 초반인데 개념으로는 도입해놓고 20년 가까이 공개념의 실체를 만들지 않아서 토지가 제한 공급된다”고 강조했다.

이 지사 역시 “토지공개념은 헌법에 도입된 지 수십 년이 지났지만 실제로는 이 개념이 현장에서 작동되지 않는다”며 “경기도는 모든 토지에 대해서 일정액의 보유세를 부과하고 전액을 경기도민 전원에 공평하게 배분하는 정책을 실현해 보려고 한다”고 말했다.

#4. 대출 규제로 옥죄니, ‘빚내서 집사기’ 더 어려워진다

13일 발표될 종합 부동산 대책에는 집값의 최대 80%까지 가능한 임대사업자 대출을 40%선으로 축소함과 동시에 다주택자에 대한 전세자금 대출을 중단하는 등 추가 대출 규제도 함께 담긴다. 임대사업자대출에 주택담보인정비율(LTV·Loan To Value ratio)을 신규로 도입하고, 임대업 이자상환비율(RTI·Rent To Income ratio)을 강화하거나 전세대출 보증 공급을 까다롭게 하는 등의 방안도 검토된다. 잣대가 또 한 번 엄격해지는 것이다.

대출도 힘들어지는데 여기에 금리인상까지 더해지면 부담은 더 커진다. 지난 달 31일 한국은행은 기준금리를 1.50%로 동결했는데, 금융권에서는 최근 부동산 가격 상승이 기준금리 인상 요인으로 충분히 작용할 수 있다는 관측을 내놨었다. 현재 금융업권에서는 한은이 10월에 금리인상 시기를 놓치면 올해는 올리기 어려울 것 같다는 전망이 지배적인데, 금리가 오른다면 부동산 가격은 상승세를 지속하기 어렵다.

기준금리 인상은 통상 대출금리를 올려 부동산 수요를 끌어내리는데 기여한다. 즉, 금리가 오르면 대출이자 부담이 커지고 이에 따라 매수자는 주택을 살 여력이, 매도자는 주택을 보유할 여력이 낮아진다. 금리가 오르면 그에 따른 금융비용이 늘어나는 만큼 구매수요도 낮아지는 것이다.

서울 송파구 잠실동 아파트 단지 일대. 사진=연합뉴스

◆ 부동산 전문가들 “내일 대책, 집값 상승의 연장선 혹은 하락의 출발선”

전문가들은 9·13 종합 부동산 대책이 이미 과열된 부동산 시장을 단숨에 잠재우긴 힘들겠지만 점차 효과를 낼 것이라고 예측했다. ‘집값이 최고점에 올라섰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일부 인정을 하면서도 “대책이 나오는 내일이 분수령”이라는 조심스러운 목소리를 냈다.

김영곤 강남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집값이 최고까지 올라섰는지 여부는 지역별로 차이가 있다”며 “이는 서울과 경기도 일부 지역의 문제지, 지방은 전혀 타격을 안 받고 있어서 ‘집값이 꼭짓점을 찍었다’고 일반적으로 얘기를 할 수는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특히 강남의 재개발, 재건축이 걸려있는 쪽은 장담을 못한다”고 덧붙였다. 현재 1100조원에 이르는 부동자금은 시간이 지날수록 늘어날 수밖에 없는 구조이고, 현재 부동산으로만 몰리고 있는데 이를 보고 집값이 꼭짓점에 올라섰다는 것은 예단일 수도 있다는 얘기다.

이남수 신한은행 PWM도곡센터 PB팀장은 “집값이 꼭짓점에 올라섰는지 아닌지는 지나보면 알겠지만 현재 유동성이 풍부해 지금 집값은 얼마 전까지만 해도 상상할 수도 없는 가격이었던 것을 고려하면 (집값이) 더 갈수도 있다”며 “내일 정책 강도가 어느 정도 되느냐에 따라 집값 상승의 연장선일지, 하락의 출발선일지 분수령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종합 대책이 시장에 작용할 영향에 대해 김 교수는 “종합부동산세 세율을 높이고 세부담 상한을 올리는 등 세금 문제를 갖고 하면 1차적으로 시장이 멈칫할 것”이라면서도 “시간이 지나면 내성이 생길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 팀장은 “대책 강도에 따라 다르겠지만 강하게 나오면 일단은 주춤할 수밖에 없다”면서도 “구체적으로 공급 방안이 나오지 않는다고 하면 효과가 오래 지속되기는 어렵다”고 설명했다. 수도권을 비롯해 전체적인 공급 방안이 나오기에는 시간이 부족했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이 팀장은 “세제 대책이 당장은 효과가 있어도 나중에 전월세 쪽으로 전가될 가능성도 높아 대책만으로 가격을 중장기적으로 하향시키기에는 한계가 있다”고 덧붙였다.

김서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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