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태원 회장은 최근 SK 임직원들의 송년회에 직접 방문하기도 했다. 연합뉴스 제공
▲ 최태원 회장은 지난 23일 있었던 차녀 최민정 중위의 입항 환영식에도 참석하지 않았다. 사진은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왼쪽)과 최 중위 (오른쪽). 연합뉴스 제공

최태원 SK회장이 이혼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최 회장은 지난 26일 세계일보에 이 같은 내용을 담은 A4 3장 분량의 편지를 보냈다. 최 회장의 부인은 노태우 전 대통령의 딸인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이다.

편지에 따르면 최 회장은 오래 전부터 부인과 이혼을 준비해왔다. 그러나 검찰 수사와 재판이 이어지면서 ‘법적인 끝맺음’이 미뤄졌다.

최 회장은 이 과정에서 혼외 자식의 존재도 밝혔다. 노 관장과 이혼을 준비하면서 마음의 위로가 되는 한 사람을 만났고, 수년 전 아이까지 갖게 됐다는 것.

이어 최 회장은 이제는 이혼 절차를 제대로 마무리 하고 새 아이와 엄마를 책임지려 한다고 전했다.

이미 최 회장은 지난 8월 사면복권 이후 새 여자와 아이와 함께 서울 시내 모처에서, 노 관장은 워커힐호텔 내 빌라에 따로 거주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그동안 재벌가의 이혼은 상당한 화제를 모았다. 2005년에는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과 배우 고현정이, 2009년에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임세령 대상 상무가 합의 이혼했다. 최근에는 이부진 호텔신라 대표와 임우재 삼성전기 고문이 이혼을 둘러싸고 소송 중이다.

 

다음은 최 회장이 한 일간지에 보낸 편지 전문

------------------------------------------------------------------------------------------

기업인 최태원이 아니라 자연인 최태원이 부끄러운 고백을 하려고 합니다.

항간의 소문대로 저의 결혼생활은 순탄치 않았습니다.

성격 차이 때문에, 그리고 그것을 현명하게 극복하지 못한 저의 부족함 때문에, 저와 노소영 관장은 십년이 넘게 깊은 골을 사이에 두고 지내왔습니다.

종교활동 등 관계회복을 위한 노력도 많이 해보았으나 그때마다 더 이상의 동행이 불가능하다는 사실만 재확인될 뿐, 상황은 점점 더 나빠졌습니다. 그리고 알려진 대로 저희는 지금 오랜 시간 별거 중에 있습니다.

노 관장과 부부로 연을 이어갈 수는 없어도, 좋은 동료로 남아 응원해 주고 싶었습니다. 과거 결혼생활을 더 이상 지속할 수 없다는 점에 서로 공감하고 이혼에 대한 구체적인 논의를 이어가던 중에 우연히 마음의 위로가 되는 한 사람을 만났습니다.

그리고 그분과 함께하는 삶을 꿈꾸게 되었습니다. 당시 제 가정상황이 어떠했건, 그러한 제 꿈은 절차상으로도, 도의적으로도 옳지 않았습니다. 새로운 가정을 꾸리기 전에 먼저 혼인관계를 분명하게 마무리하는 것이 순서임은 어떤 말로도 변명할 수 없음을 알고 있었습니다.

그 무렵 시작된 세무조사와 검찰수사 등 급박하게 돌아가는 회사 일들과, 저희 부부와 복잡하게 얽혀 있는 여러 이해관계자들의 입장을 고려하다 보니 본의 아니게 법적인 끝맺음이 차일피일 미뤄졌습니다.

그러던 중 수년 전 여름에 저와 그분과의 사이에 아이가 태어났습니다. 노 관장도 아이와 아이 엄마의 존재를 알게 되었습니다. 그동안 이런 사실을 세상에 숨겨왔습니다. 아무것도 정리하지 못한 채로 몇년이라는 세월이 또 흘렀습니다. 저를 둘러싼 모든 이들에게 고통스러운 침묵의 시간이었을 것입니다.

공개되는 것이 두렵기도 했지만, 자랑스럽지 못한 개인사를 자진해서 밝히는 게 과연 옳은지, 한다면 어디에 고백하고 용서를 구해야 할지 혼란스러웠습니다.

하지만 이미 오래전에 깨진 결혼생활과 새로운 가족에 대하여 언제까지나 숨긴다고 해결될 일도 아니라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습니다. 진실을 덮으면 저 자신은 안전할지도 모르지만, 한쪽은 숨어 지내야 하고, 다른 한쪽은 마치 아무 일도 없는 것처럼 살아야 합니다.

이 일은 제 지위와 안전에 국한된 일이 아니라 저를 비롯한 몇 사람들의 앞으로도 지속될 삶에 관한 일이기 때문입니다.

제가 평소 동료에게 강조하던 가치 중 하나가 ‘솔직’입니다.

그런데 정작 제 스스로 그 가치를 지키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이 너무 부끄러웠습니다. 그래서 지극히 개인적인 치부이지만 이렇게 밝히고 결자해지하려고 합니다.

우선은 노 관장과의 관계를 잘 마무리하려고 합니다. 노 관장과, 이제는 장성한 아이들이 받았을 상처를 보듬기 위해 제가 할 수 있는 일은 모두 할 생각입니다.

그리고 제 잘못으로 만인의 축복은 받지 못하게 되어버렸지만, 적어도 저의 보살핌을 받아야 할 어린아이와 아이 엄마를 책임지려고 합니다. 두 가정을 동시에 유지하는 것은 불가능하고 옳지 않기 때문입니다.

이렇게 가정사로 실망을 드렸지만, 경제를 살리라는 의미로 최근 제 사면을 이해해 주신 많은 분들께 다른 면으로는 실망을 드리지 않겠습니다.

제 불찰이 세상에 알려질까 노심초사하던 마음들을 빨리 정리하고, 모든 에너지를 고객, 직원, 주주, 협력업체들과 한국 경제를 위해 온전히 쓰고자 합니다. 제 가정 일 때문에, 수많은 행복한 가정이 모인 회사에 폐를 끼치지 않게 할 것입니다.

알려진 사람으로서, 또 건강한 사회를 만들어야 할 구성원 중 한 명으로서 큰 잘못을 한 것에 대해 어떠한 비난과 질타도 달게 받을 각오로 용기 내어 고백합니다.

 

김재웅 기자

저작권자 © 한스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