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민지혁(왼쪽)이 폭로한 '님의 침묵' 오디션비 관련 내용.

[한국스포츠경제=정진영 기자] "오디션비로 걷은 금액은 58만 원이고, 이는 김밥과 주스 등 간식을 사는 데만 다 쓰였다."

영화 '님의 침묵'의 한명구 감독은 오디션비 논란에 대해 이 같이 말했다. 논란의 골자는 이거다. 한명구 감독이 '님의 침묵' 오디션을 보러 온 배우들에게 자유연기 15초와 자기소개 비용으로 5000원을 지급하라는 요구를 했다는 것이다. 배우 민지혁이 자신의 SNS에 이 같은 내용을 폭로하는 글을 게재하면서 논란이 점화됐다.

한명구 감독은 "오디션 비용을 받는 것은 일종의 관행"이라고 해명했지만 대중은 납득하지 못 했다. 민지혁 말마따나 1년 내내 오디션을 보고 열심히 일해도 300~400만 원도 못 버는 배우들이 부지기수인 상황을 감안하면 밥값 5000원은 웃을 돈이 아니다. 더욱이 대부분의 다른 업계에선 구직자들에게 면접비를 오히려 지급한다.

캐스팅 디렉터는 외제차를 탄다는 우스갯소리가 있다. 그만큼 작품의 캐스팅권을 쥐고 있는 캐스팅 디렉터들의 파워가 막강하고, 뒷돈도 오갈지 모른다는 걸 시사한다. 얼마나 파워가 있는 캐스팅 디렉터들과 많이 알고 지내느냐가 매니저들의 경쟁력 가운데 하나로 꼽히기도 한다. 다만 이번 '님의 침묵'의 경우처럼 수면 위로 올라오지 않았을 뿐이다.

이 같은 관행은 배우들이 ‘선택 받는 입장’에 있기 때문에 벌어진다. 출연하는 작품이 없으면 고정적인 수입도 없는 배우들은 한 작품, 한 작품이 아쉬울 수밖에 없고, 그렇기 때문에 뒷돈을 주면서까지 오디션을 볼 기회를 갈구하기도 한다. "한 작품만 뜨면 날 향한 대우도 바뀔 것"이라는 막연한 기대감도 불의에 침묵하게 만드는 동력이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껏 그래왔다’는 관행이 ‘앞으로도 그래도 된다’는 태도로 이어져선 안 된다. ‘뒷돈’이 ‘뒷돈’인 이유는 앞에서 당당하게 주고 받을 수 없기 때문이다. “김밥과 주스를 샀다”는 변명은 오디션비 요구에 대한 정당한 이유가 될 수 없다. 배우들은 기회를 ‘구걸’하러 온 게 아니라 자신이 작품에 함께 해도 될 인재임을 증명하기 위해 온 것이기 때문이다. 그런 그들에게 음료와 간식을 제공하는 건 오디션을 마련한 이들의 몫이어야 한다. 갑과 을을 떠나, 배우 없인 작품도 없다는 걸 기억해야 한다.

사진=민지혁 페이스북

정진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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