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스경제=양지원 기자] 영화 ‘물괴’(12일 개봉)는 한국 영화 최초의 크리쳐 사극이다. 그 동안 ‘괴물’ ‘신과함께-죄와 벌’ 등 크리쳐물 영화가 있었으나 사극을 접목시켰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기발한 상상력에 오락을 더해 차별화를 뒀다. 그러나 여느 장르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클리셰를 벗어나지 못한 점은 아쉬움으로 남는다.

‘물괴’는 조선왕조실록에 실린 실화를 토대로 한다. 중종 22년, 역병을 품은 괴이한 짐승 물괴가 나타나 공포에 휩싸인 나라를 지키기 위해 목숨을 건 이들의 사투를 그린다.

거대한 물괴는 산 곳곳에서 나타나 백성들을 죽인다. 겨우 살아남은 이들도 역병에 걸려 끔찍한 고통 속 죽음을 맞이하게 된다. 하지만 왕 중종(박희순)은 이 역시 자신을 압박하고 몰아내기 위해 영의정 심운(이경영)이 세운 계략이라고 믿는다. 중종은 소문의 진위를 파악하기 위해 옛 내금위장 윤겸(김명민)을 불러 수색대를 만든다. 수색대에는 윤겸, 성한(김인권), 명(이혜리), 허 선전관(최우식)이 있다.

영화 '물괴' 리뷰

수색대는 곳곳을 돌아다니며 물괴를 찾기 위해 애쓴다. 심운의 오른팔 진용(박성웅)의 방해공작에도 굴하지 않은 수색대는 드디어 기이한 형체의 물괴와 함께 생각하지 못한 진실을 마주하게 된다.

영화의 후반부쯤 모습을 드러내는 물괴는 거대하고 기괴하다. CG(컴퓨터 그래픽)로 표현했음에도 불구하고 어색함 없이 위압적인 위용을 과시한다. 괴생명체가 등장하는 크리쳐 장르와 사극의 조합이 신선하게 다가온다. 한국에서 한 번도 시도하지 않은 크리쳐 사극은 풍성한 미장센과 액션으로 화면을 꽉꽉 채운다.

그러나 부족한 서사가 아쉬움으로 남는다. 영화의 재미를 결정짓는 이야기보따리가 없다. 결국 인간의 그릇된 욕망과 탐욕, 권력의 부정부패가 또 다른 괴물을 만들었다는 스토리 구성이 식상함을 자아낸다. 캐릭터들도 평면적이다. 김명민과 김인권의 모습은 마치 ‘조선명탐정’ 시리즈 속 김명민-오달수 콤비를 연상케 한다. 또 한국영화에서 숱하게 다뤄진 권선징악 결말과 허술한 해피엔딩 역시 영화의 단점이다.

다행히 김명민의 명연기는 ‘물괴’의 부족한 점을 조금이나마 채우는 역할을 한다. 묵직한 카리스마와 함께 생생한 표정연기로 영화의 긴장감을 한껏 끌어올린다. 김인권 역시 흠 잡을 데 없는 연기를 보여주며 김명민과 콤비를 이룬다. 다만 혜리의 연기가 아쉽다. 극의 완급조절을 하지 못한 연기와 특유의 발성이 영화의 몰입도를 흐린다. 러닝타임 105분. 15세 관람가.

사진=씨네그루(주)키다리이엔티·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양지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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