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가운데)이 지난 13일 오후 서울 세종로 정부서울청사에서 '주택시장 안정방안'을 발표하고 있다.

[한스경제=김현준 기자]문재인 정부가 지난 13일 '주택시장 안정방안'을 발표했다. 이날 공개된 ‘9.13 부동산 대책’은 고강도 규제책이라 불렸던 지난 8.2 대책을 넘어선 ‘역대급’ 정책이라는 평이다. 다주택자 종합부동산세(이하 종부세)율이 크게 올라 최고 3.2%까지 인상된다. 종부세 인상 상한선이 150%에서 300%로 크게 상향됐다. 과세표준 3억~6억원(시가 18억~23억원) 구간이 신설되어 종부세율 0.7%가 적용됐고, 과표 3억원 이상의 다른 구간도 1주택자와 일반 2주택자를 대상으로 0.2%에서 최대 0.7%까지 세율이 올랐다.

대출도 강력히 제한했다. 2주택 이상 보유자는 투기지역 및 투기과열지구·조정지역에서 새 집을 구매할 경우 주택대출이 불가능하다. 임대사업자대출도 투기지역에 한해 주택담보인정비율(LTV)이 80%에서 40%까지 내려가며 조정대상지역 주택 취득과 8년 이상 장기 임대 주택 등록 시 양도세를 감면하고 종부세를 면제한 혜택도 사라졌다. 또 주택 공급 확대를 위해 수도권 택지 30곳에 총 30만 호 규모의 신규 주택을 짓기로 결정했다.

이처럼 정부가 고강도 부동산 규제에 나선 것은 최근 서울 및 수도권 집값 상승세가 급등하는 상황을 방치할 수 없다는 판단에서다. 이날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번 대책에도 집값 불안정이 또 생긴다면 추가 대책을 내놓겠다”며 집값 폭등을 잡겠다는 정부의 단호한 의지를 보였다.

“미친 집값 잡을 때까지 규제 계속, 후속 대책도 필요” vs “잠재적 수요자도 투기꾼으로 인식하는가”

9.13 부동산대책과 관련해 언론들은 상반된 주장을 내세우고 있다. 경향신문은 14일 “부동산 안정대책, ‘미친 집값’ 잡을 때까지 계속돼야”라는 제목의 사설을 통해 정부의 부동산 규제 강화에 찬성하는 입장을 보였다. 그동안의 집값 상승이 일시적인 효과에 그친 이전 부동산 규제책에 따른 것이라며 세율과 과세 대상 확대, 다주택자, 임대사업자 대출 규제 강화 등이 투기수요 차단에 효과가 있을 것이라 진단했다.

이어 1주택자의 종부세 과세 면세 대상을 공시가격 9억원 이하에서 6억원 이하로 확대하지 않은 점은 아쉽다고 지적하면서 이번 대책으로 부동산 시장이 정상화 될 것이라 장담할 수 없는 만큼 모든 수단을 동원해 부동산 시장을 안정시켜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한겨레는 같은날 사설을 통해 그동안 부족한 부동산 대책과 박원순 서울시장의 여의도·용산 통합 개발 발표 등으로 인해 주택 시장이 크게 흔들렸다고 지적했다. 이어 비싼 수업료를 톡톡히 치른 만큼 정부는 부동산 시장을 안정화하기 위해 일관되고 강력한 정책 기조를 이어가야 한다고 덧붙였다. 구체적으로 “집값 문제를 ‘한 방의 대책’으로 해결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며 구체적인 공시가격 현실화와 토지 공개념에 입각한 개발이익환수제 등 후속 대책을 지속적으로 추진해야한다고 주장했다.

매일경제는 이날 사설에서 이번 대책을 두고 “그동안 내놓은 수요 억제 대책 강도를 조금 더 높인 수준에 불과하다”며 공급 확대 정책이 미흡한 점을 지적하고 있다. 이어 징벌적 과세와 대출 규제 등 수요를 억누르는 대책만으로는 규제 정책이 반짝 효과에 그칠 공산이 크다며 재건축·재개발을 통한 도심 주택 공급 등의 똘똘한 공급 로드맵도 함께 동반되어야 함을 주장했다.

한국경제는 “다주택자를 투기꾼으로 보고 규제를 강화한 정부가 실수요자의 상징인 1주택자와 잠재 수요자까지 투기꾼으로 몰고 있는게 아니냐”는 우려를 들며 9.13 부동산대책을 부정적으로 보고 있다. 이어 서울 집값 폭등은 정부의 규제 일변도 정책에 따른 반작용이었다며 정책 실패를 극단적 정책으로 막는 건 또 다른 부작용을 가져올 수 있다고 지적했다. 더 나아가 집값을 잡으려다 부동산 시장 전체를 잡는 잘못을 범해선 안 된다고 주장하고 있다.

“서울·강남만 아우성인데 부동산 정책 확실히 밀고 가자” vs “열심히 일해서 월세로만 살아야 하나”

네티즌들 사이에서도 이번 9.13 부동산 대책을 두고 갑론을박이 치열하다. 규제 강화에 찬성하는 측은 “1주택자는 세금 많이 안 오르니 걱정 말고 정부는 다주택자 세금 중과해달라”, “서울·강남에서만 아우성인데 부동산 정책 확실히 밀고 가서 투기를 확실히 잡자” 등 과열된 투기 심리를 잡기 위한 규제는 계속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또 “집 파실 분은 양도세 내고 파시면 된다. 지금 가격이면 62% 내고도 이익이신데 욕심이 과하네” 등의 반응도 있다.

반면 이번 규제정책을 두고 반발하는 이들은 “강력한 대출규제 정책으로 서민들에게 대출이 억제되는 부작용은 생각도 안하고 정책 펼치나. 현실을 파악 못 하는 정책을 해서 매매절벽도 생겼다” 등 무분별한 규제 일관 정책으로 부동산 생태계 자체를 악화시켰다고 지적한다. 이어 “열심히 해서 집 한 채 있고 투기자 아닌 사람이 태반인데 열심히 일해서 월세 살아야 하나” 등 투기 목적이 없는 주택 보유자들도 피해를 보고 있다는 하소연도 이어지고 있다.

계속된 규제로도 집값이 끊임없이 오르는 현상을 보고 ‘일단 사두면 이익’이라는 기대심리가 지나쳤던 건 사실이다. 후속 대책을 더해 커져만 가는 수요를 진정시켜야 한다. 다만 억제로만은 집값을 잡는 게 불가능하다는 현실을 이미 10년 전에 교훈으로 배운 만큼 정부는 다양한 주택 공급 정책도 병행해야 한다. 똘똘한 수요를 잡기 위해서는 '오르니까 잡아야한다'라는 일차원적이고 단순한 시각은 피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김현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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