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스포츠경제=정진영 기자] 흰 의상을 입은 1500여 명의 사람들이 일제히 이동한다. 단체 결혼식이라도 열리는 거냐고? 아니다. '순백의 만찬'이라 불리는 디네앙블랑에 참가하기 위해서다.

8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 광장에서는 제 3회 디네앙블랑 서울이 진행됐다. 디네앙블랑은 1988년 프랑스에서 시작된 30년 전통의 시크릿 와인 파티다. 비공개 초대를 통해서만 참가할 수 있는 이 파티는 매년 파리로 1만5000여 명의 게스트들을 불러모은다.

모두 같지만 또 다를 수 밖에 없는 이유

디네앙블랑에는 몇 가지의 규칙이 있다. 먼저 머리 끝부터 발끝까지 흰색으로 차려 입어야 한다는 것과 마지막 순간까지 파티 장소가 비공개로 유지된다는 점, 프렌치 정찬 스타일의 식사를 직접 준비해 와야 한다는 점 등이다. 모두 흰 옷을 입고 있지만 모든 테이블에서 각기 다른 개성을 느낄 수 있는 건 이 때문이다.

화이트 드레스의 유래와 특징

이 같은 전통은 파티의 기원을 알면 이해할 수 있다. 1988년 오랜 해외 여행을 마치고 돌아온 파리지앵 프랑수아 파스키에는 그 간 만나지 못 했던 친구들을 다시 만나기 위해 작은 디너 파티를 마련했다. 파스키에의 초대를 받은 친구들은 다른 친구 1명을 데려오기로 했고, 이들이 서로를 알아볼 수 있도록 흰색 의상으로 차려 입기로 했다. '순백의 만찬'이 시작된 기원이다. 그로부터 4년 뒤 파스키에는 더 많은 이들과 함께하기 위해 '파리의 심장' 퐁데자르에서 파티를 열기로 했다. 보행자를 위한 센 강의 다리인 퐁데자르에서 이들만의 파티가 열리도록 당국이 허락할 리 없었기에 파티 장소를 마지막까지 비밀에 부쳤는데, 이것이 디네앙블랑의 전통적인 콘셉트로 자리잡게 됐다. 프라이빗 파티였던 디네앙블랑은 프랑수아 파스키에의 아들 에머릭 파스키에가 2009년 캐나다로 자리를 옮기며 점차 세계로 확산됐다. 이젠 전 세계 25개국 60여 개 도시에서 매년 디네앙블랑이 열리고 있다.

아시아 4번째 개최국인 한국

한국은 아시아의 네 번째 개최국이다. 디네앙블랑 인터내셔널을 창립한 에머릭 파스키에를 비롯해 프랑스 대사 파비안 페논, 박나래, 홍현희, 박수홍, 모델 배정남 등 많은 유명인사들이 디네앙블랑 서울을 찾았다. 지난 해 MBC 예능 프로그램 '무한도전'에서 '무도 서머 페스티벌'의 일환을 디네앙블랑을 패러디하며 더욱 유명해지게 됐다.

올해에는 프로 볼링선수 신수지와 여행 작가 손미나, 모델 박형섭, 김기범 등이 게스트로 참석했고, 가수 에일리가 축하 공연을 펼쳤다. 디네앙블랑의 시그니처 세레모니인 냅킨 웨이브로 시작된 만찬은 축하 공연을 지나 스파클러 점화 시간까지 이어지며 한층 단란해졌다. 미식, 패션, 엔터테인먼트라는 공통의 주제로 한 데 묶인 이들의 축제 디네앙블랑은 매년 더 많은 이들을 파티장으로 불러모으며 색다른 문화를 만들고 있다.

사진=디네앙블랑 제공

정진영 기자

저작권자 © 한스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