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50년만에 두번째 노조...직원들, 노조 출범에 거는 기대감 커
사측, 말 아끼지만...일부 "강성노조땐 부작용" 우려
민주노총, 한국노총도 가입유치 경쟁
서울 대치동 포스코센터. /사진=연합뉴스

[한스경제=이정인 기자] 창사 이래 50년간 사실상 무노조 경영을 했던 포스코에 '노풍(勞風)'이 불고있다. 반 세기 만에 제대로 된 노조 설립이 현실화될 분위기다. 문재인 정부가 친노동정책을 펼치고 있고, 지난 2월 무노조였던 삼성전자에 노조가 설립되면서 어느 때보다 포스코의 새로운 노조가 출범할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포스코 역사에서 노조가 아예 없었던 건 아니다. 앞서 1988년 ‘포스코 노동조합’이 결성됐고, 1991년 직선제로 선출된 3기 집행부가 출범하면서 노조원이 2만 명에 이르는 대규모 노조로 발전했다. 하지만 정부와 사측의 노조와해 시도와 노조 간부의 비리사실이 밝혀지면서 현재는 10여명만 남아 있는 소규모 노조로 전락했다. 노조가 사실상 유명무실화된 후 1997년 출범한 노경협의회가 노조 역할을 맡고 있지만 성격이 직장협의회에 가깝다. 그동안 새로운 노조 설립 움직임이 있었지만 번번히 무위에 그쳤다.

하지만 최근 일부 직원들의 주도로 새 노조 설립 움직임이 다시 일었다. 업계에 따르면 포스코 일부 직원들과 협력사 직원들이 중심이 된 ‘포스코의 새로운 노동조합 준비위원회(이하 준비위)가 지난 3일 결성됐고, 새 노조 출범을 위한 뭍밑 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13일 열린 노동조합 가입보고 기자회견에서 한 포스코 노동자가 김호규 금속노조 위원장의 손을 잡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준비위는 강성노조로 분류되는 민주노총 금속노조와 손 잡았다. 민주노총 금속노조는 지난 13일 기자회견을 열고 포스코 노동자들의 가입 소식을 알렸다. 이날 기자회견에 등장한 포스코 노동자 9명은 사측의 노조 탄압을 우려해 하회탈 가면을 썼다. 포스코 노동자는 이날 가입 선언문에서 "50년을 이어온 권위주의와 수직적인 기업문화, 가시적인 성과만을 중시하는 성과주의의 악습과 관행들로 인해 창의성은 자취를 감췄다"라며 "현장 노동자들에 대한 모욕적이고 비인간적이며 차별적인 대우가 한계를 넘고 있다"라고 노조 가입 이유를 밝혔다. 

금속노조의 한 관계자는 “온오프라인을 통해 가입 신청서를 받고 있고 집행체계 구축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면서도 “회사 측 탄압이 우려돼 현재까지 몇 명이 가입했는지 밝힐 수는 없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노조 설립 바람이 불고 있는 이유에 대해 “직원들이 경영진의 비자금 비리, 과거 정부의 자원외교 문제를 보면서 회사의 이익을 위해 아무리 열심히 일해도 소용없다는 자괴감을 느꼈다고 한다”며 “개혁, 혁신, 민주화에 대한 공감대가 사업장에서 생겨났고 개인의 힘으로는 회사를 바꿀 수는 없으니 노동조합을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한 것 같다”고 밝혔다.

민주노총 금속노조 가입을 완료한 준비위는 노조 출범 시기를 10월초로 잡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으며 15일 1박 2일 일정으로 첫 총회를 여는 등 노조 구성 작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한국노총도 ‘포스코 노동조합 설립추진위원회’를 출범시키고 포스코 노조 설립 경쟁에 가세할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노총은 민주노총 산별노조 지회가 아니라 ‘포스코 노동조합’을 만들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하며 조직화에 나서고 있다. 한국노총은 지난 7월 ‘포스코 사내하청 노동자 노동기본권 보장 촉구 기자회견’을 열고 포스코에 무노조 경영을 철폐할 것을 요구하기도 했다.

2011년 노사정협의회 합의에 따라 복수노조 제도가 시행됨에 따라 한 회사에 두개의 노조가 들어설 수 있고 직원들은 원한다면 양쪽에 모두 가입할 수 있다.

포항제철소 용광로에서 작업하고 있는 직원들. /사진=연합뉴스

포스코 사측은 노조 설립 움직임을 예의주시하면서 말을 아끼고 있다. 업계와 직원들의 반응도 엇갈린다. 익명을 요구한 포스코 직원 A씨는 “일부 직원들은 이왕하는거 제대로 하는 게 좋지 않냐는 반응”이라며 “사내직원 관리 측면에서 다른 기업에 비해  대우가 약한 편이라고 생각한다. 노조가 없기 때문이라고 생각해서 노조 설립을 지지한다”고 말했다. 다른 직원 B씨도 "노조 설립에 관련해서 절대적으로 반대하는 직원은 본적이 없다. 전반적으로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직원들이 많다"고 전했다.

반면 노조설립이 강성노조인 금속노조를 중심으로 진행되고 있는 점에 대해 우려하는 시각도 있었다. 다른 직원 C씨는 “금속노조가 강성노조이어서 노조설립을 찬성하면서도 설립 후 생길 부작용을 걱정하는 분위기”라고 우려를 나타냈다.

업계에서도 포스코 노조설립이 미칠 영향에 대해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철강업은 시설 기반 산업이고 24시간 생산을 멈출 수 없는 데 파업에 내몰려 경영에 차질이 생길까 우려된다”고 밝혔다.

대내외 경제상황이 어렵고 불확실한 변수가 많은 상황에서 노조가 출범한다면 회사 경영이 난관에 봉착할 수 있다는 우려와 강성 노조가 탄생하면 정치적 사안에 휘둘릴 수 있다는 점을 걱정하는 시각도 있다.

이정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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