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스경제=양지원 기자] 장르를 가리지 않고 온 몸을 던져 연기하는 배우 김명민이 ‘물괴’(12일 개봉)를 통해 한국 최초 크리쳐 사극에 도전했다. 대중에게 ‘연기 본좌’로 불리는 김명민도 ‘물괴’는 결코 쉽지 않은 작업이라고 했다. 눈에 보이지 않는 물괴라는 존재를 마주하는 연기에 대한 아쉬움을 털어놓으며 “공포 이상의 혐오스러운 감정이 표현되길 바랐다”고 했다.

-‘물괴’의 완성본에 대해 만족했나.

“난 재미있게 봤다. 원래 내 영화에 후한 점수를 주는 편이 아닌데 ‘물괴’는 좋았다. 지난 해 4월부터 7월까지 촬영을 했는데 그때만 해도 물괴 형상이 지금처럼 나올 거라고 생각하지 못했다. 물괴는 정말 잘 나온 것 같은데 내 연기가 아쉽다. ‘물괴’는 오락영화로서 너무 괜찮은 작품이라고 생각한다. 후회 없는 작업이다.”

-블루 스크린을 통해 보이지 않는 상대 물괴와 싸워야 했다.

“솔직히 물괴와 하는 액션은 많이 민망했다. 나 혼자 보이지 않는 형체와 싸우지 않나. 이 때쯤이면 굴러야 한다는 타이밍도 혼자 계산해야 했다. 원맨쇼 하는 기분이었다.”

-스스로 연기를 하며 민망할 때가 있나.

“당연하다. 연기를 한 뒤에는 내 모습을 체크하지 않는다. 연기를 하는 동안에는 그런 생각을 안 하는데 하기 전과 후가 너무 민망하다. 그래서 연기 한 뒤에도 모니터를 못 본다. 감독님이 OK하면 됐다고 생각한다. 사실 다른 배우들에게도 모니터를 볼 것을 권유하지 않는다. 계속 자신의 표정만 신경쓰다보면 촬영도 끊기니까.”

-이번 영화에서는 연기적으로 어떤 고민을 했나.

“윤겸 역은 영화의 톤앤매너를 알맞게 배치하고 처리하는 역할이다. 오락무비로서 성공하기 위해서는 내가 해야 할 몫이 상당했다. 피아노로 치면 ‘도레미’에서 벗어나지 않으려고 했다. 또 현장을 이끌어가는 것 역시 주연배우의 몫이기 때문에 그걸 늘 염기에 두며 연기했다. 김인권, 이혜리, 최우식과 함께 팀플레이를 했다. 각각의 개성을 보여주면서 모두 함께 공포의 상대와 싸우는 연기톤을 잡아가려 했다.”

- ‘배우로서 자세가 됐다’며 혜리를 칭찬했는데.

“현장에 상당한 애정을 느끼고 있었다. 난 항상 ‘이 작품이 내 마지막 작품’이라는 생각으로 임한다. 주연배우들은 연기 뿐 아니라 할 게 상당히 많다. 나 같은 경우 촬영장에 1시간 정도 일찍 가서 제작진들과 대화를 나눈다. 불만이 있는 제작진이 있다면 조용한 곳으로 데리고 가서 이야기를 나눈다. 혜리가 이런 것을 굉장히 잘 한다. 두루두루 사람들을 잘 챙긴다. 사실 연기가 끝나자마자 차로 들어가 버리는 배우들이 꽤 많다. 난 현장에서 모두 함께하려고 하는 자세가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첫 크리쳐물 작품에 출연하며 기대한 점이 있나.

“‘물괴’는 도전이라고 생각한다. 도전을 안 하고 사는 건 참 재미없다. 그렇지만 단순히 내 개인적인 욕심을 채우려고 하면 너무 많은 희생자가 발생한다. 영화에 투자되는 돈이 한 푼이 아니니까. 결과가 잘 나와서 모두의 노고가 헛되지 않길 바란다. ‘괴물’ 이후 크리쳐물이 자리 잡지 못한 이유는 그 아성을 따라갈 작품이 없었기 때문이다. 오로지 한국의 기술로 ‘물괴’가 탄생했고, 영화도 사극이다. 토종인 셈이다. 이 작품이 잘 된다면 한국 사람으로서 뿌듯할 것 같다.”

-데뷔 초나 지금이나 변하지 않은 신념이 있나.

“쥐뿔 없던 시절부터 나는 돈보다 명예를 좇았다. 지금도 마찬가지이지만 난 이 일을 돈을 벌기 위해 하는 게 아니라 연기를 하고 싶어서 한다. 돈이야 내가 쓸 만큼 벌면 된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신인 때도 이상한 작품에는 결코 출연하지 않았다. 진짜 연기를 하고 싶다는 생각 뿐이었다. 어렸을 때부터 잡초처럼 자랐다. 나만의 저력이다. (웃음)”

-판타지 크리쳐물 신과 함께’ 시리즈의 흥행이 ‘물괴’에도 긍정적인 효과를 줄 것 같나.

“제발 그랬으면 한다. 배급사도 같은 롯데엔터테인먼트다. ‘신과함께’ 시리즈의 기운을 받았으면 좋겠다.”

- ‘괴물’과 다른 ‘물괴’의 차별화된 매력은.

“실제로 조선왕조실록에 실린 실화라는 점, 우리만의 고유 액션사극이 더해졌다는 점, 추석 때 볼 수 있는 한국최초의 크리쳐물이라는 점이다. 또 유럽과 아시아 주요 국가에 선판매되며 전 세계에서 인정받았다.”

사진=씨네그루(주)키다리이엔티·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양지원 기자

저작권자 © 한스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