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영화 '82년생 김지영'으로 불붙은 연예계 페미니즘 논란

[한국스포츠경제=최지윤 기자] 연예계 페미니즘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배우 정유미는 영화 ‘82년생 김지영’(감독 김도영) 출연 확정 후 남성들에 거센 비난을 받고 있다. 영화화를 막아 달라는 청와대 청원이 등장했으며 성대결로까지 번지고 있다. 이전에도 미쓰에이 출신 배우 수지와 AOA 설현, 레드벨벳 아이린 등이 페미니스트 논란에 휩싸였다. 유독 여성 연예인들에 페미니즘 관련 과도하게 문제를 제기하고 비난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정유미, 수지, 설현(왼쪽부터)

‘82년생 김지영’ 된 정유미

정유미는 ‘82년생 김지영’ 출연으로 화제의 중심에 섰다. 영화는 어느 날 갑자기 자신의 친정 엄마, 언니 등으로 빙의 된 증상을 보이는 30대 여성 김지영(정유미)의 이야기. 조남주 작가가 2016년 발간한 동명의 원작 소설은 육아로 경력이 단절된 1982년생 전업주부 김지영씨의 인생을 통해 여성이 겪는 차별과 사회구조적 불평등을 담았다. 이 책은 지금까지 100만부에 육박하는 판매고를 올린 베스트셀러로 여성들의 열렬한 지지를 받고 있다. 정유미의 캐스팅 소식이 알려지자 마자 ‘페미니스트냐’는 비난이 쏟아졌다. 페미니스트란 남성 중심적인 시각에서 벗어나 여성이 억압받는 현실에 저항하는 여성 해방 이데올로기(페미니즘)를 지지하는 사람을 뜻한다. 정유미가 인스타그램에 최근 올린 일상 사진에는 무려 4000개가 넘는 댓글이 달렸다. 팬들은 “이제 믿고 거른다” “꼴페미(꼴통 페미니스트)다” “‘윤식당’으로 호감 된 이미지 한방에 날리네” “소신 있는 행보 응원한다” “여성 인권에도 더욱 관심 가져달라” 등 엇갈린 반응을 보였다.

영화는 제작 전부터 평점 테러를 받고 있다. 네이버에서 개봉 전 예상평점은 16일 오후 1시 기준 10점 만점에 4.4점이다. 예고편도 나오지 않은 영화에 대해 제작을 반대하는 이들이 몰려들어 최하점인 1점 세례를 했다. 반면 제작에 찬성하는 이들은 평점 10점을 줬다. 심지어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정유미 영화 82년생 김지영 출연 반대합니다’ ‘소설 82년생 김지영의 영화화를 막아주세요’ 등의 청원 글이 잇따르고 있다. 영화에 출연한다는 자체만으로 ‘페미니스트’라고 비난하는 건 문제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페미니즘이 아닌 작품으로 평가해야 된다는 의견이 많다. 
 
수지부터 설현까지 페미니즘 논란 왜

연예계 페미니즘 논란은 처음이 아니다. 수지는 지난 5월 성범죄 피해를 주장한 유튜버 양예원을 지지해 페미니스트 논란에 휩싸였다. 당시 인스타그램에 양예원 성폭력 사건 수사를 촉구하는 청와대 국민청원 글을 공유했다. “이 용기 있는 고백이 사실이라면 더 많은 사람들이 알아야 한다. 앞으로 이런 피해가 생기지 않았으면 한다”며 페미니즘의 문제가 아니라 “사람 대 사람으로 휴머니즘에 대한 끼어듦”이라고 강조했다.

설현은 수지가 올린 게시물에 ‘좋아요’를 눌러 ‘너도 페미니스트냐’는 질타를 받았다. 반면 페미니즘을 지지한다고 밝힌 에프엑스(f(x)) 루나를 팔로우해 오해를 샀다. 이후 유병재, 아이유, 유아인 등을 차례로 언팔로우(친구 끊기)해 논란이 커졌다. 설현은 “팔로워가 많아서 지인 외에 팔로워를 정리한 것”이라며 “팔로워에 대해 이슈가 됐다는 소식을 듣고 바로 멈췄다. 사회적인 이슈에 대해 관심이 많고 의견을 들으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방송인 유병재는 자신이 기획한 스탠딩 코미디 콘서트에서 페미니즘을 조롱해 비판 받았다. 아이유는 과거 앨범과 뮤직비디오 등에서 로리타 콘셉트(소아 성애 성향) 소화해 뭇매를 맞았다. 유아인 역시 지난해 트위터에서 페미니스트라고 밝힌 아이돌 연습생 한서희와 말씨름을 했다.

이 외에도 에이핑크 손나은은 지난 2월 인스타그램에 ‘걸스 캔 두 애니띵’(GIRLS CAN DO ANYTHING·여자는 무엇이든 할 수 있다)’이라는 문구가 새겨진 핸드폰 케이스를 들고 찍은 사진을 올렸다가 페미니즘 논란에 휩싸여 ‘협찬 제품’이라고 해명했다. 소녀시대 최수영은 ‘82년생 김지영’을 인상 깊게 읽어 첫 단독 리얼리티 타이틀을 ‘90년생 최수영’이라고 붙였다가, 아이린은 ‘82년생 김지영’을 읽었다는 이유만으로 비난을 받았다.

최영일 시사평론가는 “정유미씨가 단지 ‘82년생 김지영’에 출연한다는 이유만으로 ‘페미니스트’라고 비난하는 건 몹쓸 마녀사냥이다. 정유미씨가 아닌 다른 누구를 캐스팅해도 똑같은 비난을 했을 것”이라며 “수지, 설현 등을 페미니스트로 치부하는 현상 역시 대중적인 비난이 아니다. 일부 반페미니즘, 남성 우월주의 시각을 가진 사람들의 과격한 행동인데 마치 대중적인 분위기, 트렌드인냥 시민의 탈을 쓰고 나오는 건 용서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사진=OSEN

최지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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