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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스경제=김현준 기자] 취업시즌이다. 사상 최악의 취업난을 뚫고 입사한 사회초년생들은 회사에서도 높은 문턱에 직면하게 된다. 바로 '사회생활'이라는 신세계다. 지난해 3월 구인구직 매칭 사이트 ‘사람인’ 통계에 따르면 퇴사율이 가장 높은 연차는 ‘1년차 이하’(49%)로 전체의 절반 가까운 비율을 차지하는 신입들이 퇴사를 선택한다. 이들은 퇴사 이유로 △상사와의 갈등(복수선택) 13.1% △잦은 야근 등 ‘워라밸’(일과 삶의 균형) 부족 12.1% △기업문화 부적응 10.5% 등을 높은 순위로 꼽고 있다. 사내생활이 회사에 정착하는 데 있어 상당히 중요한 요인이라는 의미다. 이러한 상황에서 신입들이 실제 회사 내에서 부딪치는 상황들과 그에 맞는 대처 방안, 방향을 제시해 그들의 고민을 어느 정도 덜어 줄 수 있는 일종의 ‘회사 사용 설명서’를 권하고자 한다.

“어떻게 오늘?(회식 각?)”

2016년 한 음료 광고에서 나온 대사다. 광고 내에서 이 말을 들은 직원들은 계획에도 없는 날벼락이라도 맞은 듯 당황한 기색이 역력하다. 하지만 이 장면이 전혀 위화감이 없다. 회사에 몸담은 사원에게 언제든지 펼쳐질 수 있는 현실이기 때문이다.

정기적인 회식도 쉬운 자리 아니다. 소수의 직원으로 구성된 직장에서는 이제 갓 들어온 신입부터 사장까지도 모두 모이는 상황이다. 하급자로서 회식 자리서 지켜야 할 예절, 갑작스레 치고 들어오는 건배사 제안 등 신경 쓸 부분이 한 둘이 아니다.

그러나 갑작스런 회식은 더 어렵고 당황스럽다. 본인이 이미 세워 놓은 계획을 순식간에 무너뜨려 삶의 의욕까지 떨어뜨린다. 예고 없이 억지로 데리고 가는듯한 모양새는 부당해보이기도 하다. 그렇지만 거절해도 괜찮을까.

모 중소기업에 5년 이상 재직 중인 박모(34)씨는 정기 회식은 빠지지 않고 참석하는 편이다. 회사 자체적으로 회식이 잦은 것도 아니다. 그러나 그는 신입 당시부터 가끔 갑작스레 회식을 권유할 때마다 양해를 구하고 참석하지 않았다.

박씨는 입사 초창기 불참했을 때를 회상하며 “불안감이 안 생길 순 없었다”며 “회사가 큰 규모가 아닌 만큼 군기 같은 분위기가 있었고, 불참에 따른 불이익이 있을 까봐 노심초사했다”고 밝혔다.

실제로 다음날 그는 상사들의 암묵적인 시선이 느껴졌다고 밝혔다. 그러나 시간이 점차 지날수록 ‘그때 뿐’이었다는 것도 경험했다고 한다. 박씨는 “갑작스럽게 마련된 회식에 참여하지 않았다고 구체적인 불이익이 있진 않았다”고 답했다.

이처럼 정기 회식 이외의 자리는 약속된 회식과 달리 업무에서 완전히 벗어난 사적 자리인 만큼 정중히 거절할 만하고, 강요받기도 어려운 게 현실이다.

◆술은 꼭 마셔야 할까

그러나 우리는 회식의 종류와 회식 참석·불참 여부보다 그 자리에 임했을 때 더 많은 고민에 빠지게 된다. 그 중심에는 바로 술자리가 있다. 최근 세대와 문화의 변화로 예전처럼 고깃집 위주가 아닌 패밀리 레스토랑 등 다양한 장소에서 회식이 진행되기도 하지만, 일부 사례일 뿐더러 우리는 술 몇 잔 권하는 분위기가 감도는 뷔페식 회식을 걱정하진 않는다.

회식 자리가 열리면 고기가 노릇노릇 익어가는 가운데 사소한 이야기들의 나눔과 함께 분위기도 무르익는다. 점차 술 없이는 다음으로 넘어갈 수 없는 그런 상태다.

술 자체와 그런 분위기를 좋아하는 직원들은 상사에 잘 맞춰 물 흐르듯 자연스레 술잔을 기울이면 된다. 하지만 술이 정말 체질에 안 맞거나 술을 많이 섭취하는 일이 고역인 사람들은 이 난관을 어떻게 헤쳐 가야할까.

체질인 경우에는 낫다. 보통 한 잔만 마셔서 얼굴이 순식간에 빨개지는 등 알코올과 거리가 먼 몸 상태가 된다면 상사도 억지로 권하지 않는다. 일종의 ‘특권’이다. 술을 정말로 좋아하지 않는다면 적극 활용할 필요가 있다.

반면, 피부색은 멀쩡한데 마실수록 머리와 속은 뒤집어져 고생하는 이들에게 ‘약을 복용하고 있다’라는 사유는 유용한 회피 수단이 된다. 병원이나 제약회사에 다니지 않는 이상 술과 약품이 섞일 때 생기는 부작용을 판단할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최근 간에 이상이 생겨 한약을 복용하고 있는데 한의사가 술·담배는 꼭 피해야 한다고 말했다’고 이유를 달면 집요하게 물어볼 수 있는 상사는 드물다. 물론 ‘발 연기’는 피해야 한다.

그리고 단도직입적으로 무리 안 해도 된다. 오히려 그러다 사고라도 터져 수습해야 하는 상황에 오면 상사 입장에서 더 골치다. 개인주의가 강한 현 시대를 반영해 강권하는 분위기도 점차 줄어드는 추세다. 회식자리에 참석하고 분위기에 맞추고 함께 이야기 나누며 자리를 지켜가는 것만으로도 당신은 이미 평균 이상을 달성했다.

◆폭음 피할 수 있는 비법은

그러나 간혹 정말 폭음을 피할 수 없는 분위기나 상사를 만날 때가 있다. 이런 부류의 상사들은 어떠한 이야기를 하더라도 미소를 지으며 빠른 손놀림으로 잔을 채우며 건배를 제안한다. 원 샷은 말할 것도 없다. 폭탄주도 어김없이 등장한다.

술자리를 즐기고 알코올에 내성이 충분한 간을 지닌 사람이라면 그럭저럭 이 위기를 넘길 수 있다. 그러나 이런 자리에 앉아 있는 자체를 정말 괴로워하고, 잦은 음주로 몸이 도저히 따라주지 않는다면 계속 주어지는 술잔은 소화하기가 여간 쉽지 않다.

정말 솟아날 구멍조차 보이지 않는 상황이라면 택할 수 있는 방법이 하나 있다. 주변 사람들이 ‘미친 거 아니냐’는 인식을 가질 정도로 술주정을 부리든, 고함을 치든 노래를 내지르든 하라. 그 한번이면 다음 회식에서는 당신에게 누구도 강제로 권하지 못한다.

현재 휴직 중인 7년차 직장인 임모(31)씨는 신입 당시 본인이 술을 마시지 않는다고 하자 상사와 선배들이 억지로 술을 권했다고 한다. 그는 “아무도 못 건드리게 할 작정으로 회식 3차 노래방에서 정말 ‘미친’ 사람처럼 노래를 불러대고 소동을 피웠다”며 “이후 나에게 회식자리를 권한 사람조차 없어졌다”고 당시 상황을 밝혔다.

술잔을 상사에게 집어 던지고 때리는 폭력까진 아니더라도 살기 위한 몸부림을 보여라. 그렇게라도 숨통이 트여야 고된 회사 생활을 버틸 수 있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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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차도 ‘필참’ 해야 하는 의무인가... 그건 'NO'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 저녁 식사를 겸한 부서 회식이 마무리됐다. 모두가 삼삼오오 식당 밖으로 모여 정황을 살핀다. 어수선한 상황에서 부장님이 무리를 이끌며 2차 참석자들을 모집한다. 내일 밀린 업무도 많은 상황에서 2차까지 속된 말로 달린다면 남은 한주 피로에 쳐지는 건 당연지사다. 그러나 이미 무리를 형성한 이들이 함께 가자고 제안한다. 특히 신참 주제에 직급이 높은 모든 선배들의 권유를 물리친다는 생각은 행동을 망설이게 한다.

대기업과 중소기업을 두루 다닌 10년차 직장인 양모(38) 씨는 2차에 불참해 큰 문제는 없었다고 말한다. 양씨는 “나도 낮은 연차 때부터 2차를 안가고 집에 복귀한 경우가 대다수였다”면서 “나를 향한 인식이 악화될까 걱정은 됐지만, 다음날 회사 분위기도 나쁘지 않았고 인사고과 같은 데에 특별한 영향도 없었다”고 밝혔다.

2, 3차 자리에 꾸준히 참석해 소수 정예로 남는다면 상사들의 눈에 들어 어느 정도 인센티브가 생길지는 모르지만, 그렇다고 불참한다고 해서 눈에 띌 만큼의 불이익은 없다는 이야기다.

◆정기 회식만큼은 필참

그러나 이런 여러 가지 고민에 앞서 먼저 생각해보아야 할 부분은 회식의 목적이다. 사람들은 회식 자리에서 업무와 회사, 그리고 회사원과 관련해 허심탄회하게 이야기한다. 실제로 회사 사람들과 유용한 정보를 비롯해 속마음을 좀 더 편하게 드러낼 자리는 회식 정도다. 이 자리에서 회사원들은 조금은 형식을 넘어선 관계를 만들어간다. 또 서로가 그런 관계로 발전해야 좀 더 효율적인 소통이 가능하고 업무 진행도 더 원활해진다.

쉽게 말해 똑같은 일이 발생하더라도 안면식만 있는 사람과 친밀하다고 생각하는 인물 중 누구에게 더 자세하고, 친절하게 이야기하겠는가. ‘회식’이라는 문화가 직종과 상관없이 어느 회사를 가더라도 존재하고 있는 이유다.

그래서 정기적으로 잡힌 회식은 되도록 참석하길 바란다. 정기 회식이 조직 내 예정된 ‘약속’인 만큼 거절하기에는 명분이 적고 불참에 따른 위험성도 크다. 실제로 지난 7월 ‘사람인’ 통계에 따르면 ‘회사 내 중요한 이슈 누락’(24.1%, 복수응답), ‘승진 등 인사고과에 부정적 영향’(22.7%) 등 정기적인 회식에 불참하면 불이익을 받는다는 결과도 나왔다.

한편 전체 응답자의 54.4%는 ‘직장 내 회식 문화가 달라졌다’고 평했으며 이중 긍정적인 변화 1순위로는 ‘회식 횟수 자체가 줄었다’(55.9%, 복수응답)를 꼽았다. 이처럼 회식 빈도수도 점차 줄어드는 추세인 만큼 한 해에 얼마 없는 정기 회식에서라도 확실하게 자리를 잡아라. 그리고 그 자리에서는 나를 내려놓고 조직을 위해 최선을 다해라. 피할 수 없는 자리라면 열린 마음으로 상대방을 대해야 그 시간도 더 빠르게 지나가지 않겠는가.

김현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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