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KAIST 의과학대학원 이정호 교수팀, ‘비라프’ 돌연변이 탓
기술이전으로 치료약 개발 나서

[한스경제=홍성익 기자] 난치성 뇌전증(간질 발작)을 일으키는 소아뇌종양의 원인과 뇌전증 발생의 원리가 국내 연구진에 의해 규명됐다. 수술 치료에 어려움이 있는 소아뇌종양 기반의 난치성 뇌전증 치료에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정호 교수/제공 = KAIST

한국과학기술원(카이스트, KAIST)은 의과학대학원 이정호 교수연구팀이 연세대의대 세브란스병원 김동석·김세훈·강훈철 교수팀과 함께 난치성 뇌전증을 일으키는 소아뇌종양 근본원인과 뇌전증 발생 원리를 규명했다고 18일 밝혔다.

소아뇌종양 환자에게서 나타나는 뇌전증은 일반 뇌전증 환자에게 사용되는 항뇌전증 약물에 반응하지 않기 때문에 난치성으로 분류되고 현재로서는 별다른 치유법이 없는 상황이다.

연구팀은 소아뇌종양 환자 뇌 조직 및 동물 모델의 분자 유전학적 분석을 통해 태아의 뇌 발달과정 중 신경 줄기세포에 ‘비라프(BRAF V600E)’라는 돌연변이가 발생하면서 난치성 뇌전증이 동반된 소아 뇌종양이 발생한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또 비라프 유전변이가 태아 뇌 발달 과정 중 발생함을 확인했다.

연구팀은 이 변이를 동물 모델에서 구현해 신경절 교세포종의 병리 양상을 재현하고 발작을 관찰, 소아뇌종양 기반의 뇌전증 치료용 동물 모델을 최초로 확립했다. 이를 이용해 면역 염색 분석, 전사체 분석을 실시했다.

그 결과, 소아뇌종양에서 발생하는 난치성 뇌전증이 신경세포에 존재하는 비라프 변이로 인해 발생하고, 교세포에 존재하는 변이는 종양 덩어리를 형성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

특히, 현재 임상에서 항암제로 사용되고 있는 비라프의 저해제를 동물 모델에 주입, 난치성 뇌전증 치료 효과가 있음을 확인했다.

또한 연구팀은 현재 피부암과 갑상선암 표적 항암제로 사용되는 비라프 저해제를 동물에게 주입한 결과 난치성 뇌전증이 치료되는 것도 파악했다.

연구팀은 이번 연구결과를 바탕으로 카이스트 교원창업기업인 ‘소바젠’을 통해 소아 뇌종양 난치성 뇌전증 치료약 개발에 나설 계획이다.

이번 연구를 이끈 1저자 고현용 카이스트 연구원은 “소아뇌종양 환자의 신경줄기세포에서 발생한 돌연변이가 난치성 뇌전증 발생의 핵심역할을 한다는 것을 처음으로 밝혀낸 것”이라며 “난치성 뇌전증을 근본적으로 치료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한편 이번 연구는 서경배과학재단과 보건복지부 세계선도과학자육성사업 지원 등을 받아 진행됐으며, 연구성과는 국제 학술지 ‘네이처 메디슨’ 17일자 온라인판에 실렸다.

홍성익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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