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기업 경쟁력 강화 위해선 신규 채용 있어야"

[한스경제=이성노 기자] 수주절벽에 따라 인력 감축이 불가피한 조선 업계에 대졸 신입사원 채용 바람이 불고 있다. 

18일 업계에 따르면 올해 조선 3사(현대중공업, 삼성중공업, 대우조선해양) 모두 업계 불황에도 대졸 신입 채용을 진행하거나 검토하고 있다. 삼성중공업이 3년 만에 신규 채용의 문을 열었고, 대우조선해양 역시 하반기 내에 대졸 공채를 계획하고 있다. 현대중공업은 공채는 아니지만, 매년 수시로 신규 채용을 이어가고 있다.  

현대중공업은 지난 2016년 상반기 이후 대졸 공채를 중단했지만, 매년 조선학과 출신을 대상으로 수시 채용을 진행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현대중공업 수시 채용·삼성중공업 3년 만에 공채·대우조선해양 공채 검토중

가장 먼저 포문을 연 곳은 '업계 1위' 현대중공업이다. 이미 상반기에 50여 명의 신입 사원을 채용했고, 하반기에도 필요에 따라 신입·경력자 구분 없이 신규 인력을 충원할 계획이다. 

현대중공업 관계자는 "공채는 사실상 힘든 상황"이라며 "생존을 모색하고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R&D(연구개발)와 설계쪽 필수 인력에 한해 수시 채용을 꾸준히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현대중공업은 업황 불황 속에 2016년 상반기 이후 대졸 공채를 진행하고 있지 않지만, 조선학과 출신을 대상으로 연구개발 분야에 지속적으로 수시 채용을 진행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70명의 신입 사원을 채용했다. 

지난 2016년부터 신입사원 채용을 중단했던 삼성중공업은 3년 만에 공채를 진행한다. 올 하반기에 설계기술직·생산공정관리직·해외영업직·경영지원직(재무) 신입사원을 채용할 계획이다. 구체적인 규모는 공개하지 않았으나 과거 연간 300여명에 달했던 규모에는 미치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회사 관계자는 "실적이 좋지 않았을 때에도 신규 채용은 꾸준히 검토해왔다"며 "그룹 차원에서 진행하는 대규모 채용과 별도로 회사가 장기적으로 성장하려면 신규 인원이 필요하다는 공감대가 형성됐다"고 밝혔다. 

대우조선해양은 시기나 규모 등 구체적인 사안은 검토중이지만 올해 하반기에 4년 만에 공채 진행 가능성은 어느때보다 높다. 

회사 관계자는 "구체적인 날짜와 규모를 논의하고 있어 확정되지 않았을 뿐 하반기 신규 채용은 계획하고 있다"며 "작년까지만해도 공채에 대해 검토 자체를 하지 않았지만, 올해는 내부적으로도 적극적이다"고 설명했다.

다만, 조선 3사 대졸 신입사원 초봉 수준은 이전과 비교해 다소 낮아질 것으로 보인다. 

업계 한 관계자는 "구체적인 초봉 수준은 공개할 순 없지만, 상황이 상황인만큼 호황기때와 비교해선 낮아지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조심스럽게 말했다. 

삼성중공업은 3년 만에 대졸 공채를 진행하고 있고, 대우조선해양 역시 올 하반기에 4년 만에 공채를 계획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인력 구조조정·수주 난항에도 신규 채용 진행

조선 3사는 수주절벽에 따른 일감부족으로 인력 구조조정을 단행했거나 검토 중에 있다.  

현대중공업은 올해에만 두 차례 희망퇴직을 실시했고, 삼성중공업(약 2200명 감축)과 대우조선해양(약 900명 감축)은 채권단에 제출한 자구계획에 따라 인력을 감축해야 하는 상황이다. 

다만, 삼성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은 인력 구조조정에 대해 구체적인 계획은 잡혀있지 않다. 향후 수주 실적에 따라 유동적이라는 게 회사 측의 설명이다. 

실적 역시 만족스럽지 못하다. 

8월말 기준으로 현대중공업 수주액은 87억달러로 목표액인 132억달러에 약 66%를 달성했다. 37억달러의 수주액을 기록하고 있는 삼성중공업은 목표(82억달러)에 45% 밖에 달성하지 못했다. 대우조선해양 역시 36억달러로 목표액인 73억달러에 49%를 채운 상황이다. 

조선 3사 모두 계약 규모가 큰 해양 사업에서 수주를 따내지 못하면 사실상 올해 목표 수주액을 달성하기 쉽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그럼에도 조선 3사가 신입 사원을 뽑은 이유는 기업이 중·장기적으로 성장하고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선 업무 연속성을 유지해야 하기 때문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현재 국내 조선 업계가 많이 좋아졌다고는 하지만 호황기때 수주량과 비교해선 절반 수준"이라며 "조선 3사가 모두 구조조정 등 힘든 상황이지만, 기업의 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해선 연구·개발에 꾸준히 매진해야 하기 때문에 신규 채용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다른 관계자는 "아무리 업계가 어려워도 업무 연속성이 떨어지면 회사 경쟁력까지 떨어질 수 있다"며 "중·장기적으로 업무에 대한 리스크를 줄이기 위해서라도 신규 채용은 필요한 부분"이라고 밝혔다.  

또 다른 관계자는 "신규 채용은 인력 구조조정, 임단협과 별개의 문제"라며 "당장 업계가 불황이지만, 장기적으로는 신규 인력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성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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