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이일형 위원 등 스멀스멀 커지는 소수의견

[한스경제=김서연 기자] 지난달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 회의에서 금리 인상을 시사하는 목소리가 더 커진 것으로 파악됐다. 지난 7월 금통위에서 인상 소수의견을 냈던 위원이 또 금리인상 의견을 낸 가운데, 금리인상의 필요성을 낸 위원이 지난 회의보다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18일 공개된 한은 금통위 8월 회의록에 따르면 이일형 위원이 지난 7월에 이어 8월 금통위에서도 금리 인상 소수 의견을 내놨다. 의사록은 “이 위원은 한은 기준금리를 현 수준에서 유지하는 것에 대해 명백히 반대의사를 표시하고 0.25%포인트를 인상할 것을 주장했다”고 밝혔다.

지난 달 31일 한은은 서울 중구 소재 한은 본부에서 이주열 총재 주재로 금통위 회의를 개최하고 기준금리를 연 1.50%로 유지했다. 이로써 한은은 여섯 번 연속 금리를 동결했다.

이일형 금융통화위원. 사진=연합뉴스

◆ 이일형 위원 “금리 인상해야…경제상황·대내외 경제여건 회복 中”

이 위원은 “중장기 관점에서 물가갭의 폭과 변동성의 최소화를 목적으로 통화정책을 글로벌 경기 전망, 제한된 정책여력의 효율적 운용, 그리고 거시정책과의 조화라는 프레임워크(framework·틀) 안에서 고려할 필요가 있다”며 “이러한 중기적 틀에 기초하여 볼 때 이번 회의에서 기준금리를 현 1.50%에서 1.75%로 인상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판단된다”고 언급했다.

이 위원은 현재의 경제상황과 대내외 경제여건이 회복되고 있다는 점을 근거로 들었다.

그는 “수출과 경제구조의 변화 추이를 살펴볼 때 과거에 비해 낮은 2% 후반 수준의 성장률에 정착한 것으로 보인다”며 “국내총생산(GDP)갭도 크게 등락하지 않는 것으로 보아 경기변동성도 축소됐다”고 밝혔다.

또, “소비자물가에 비해 수요압력을 상대적으로 더 잘 보여주는 관리품목을 제외한 물가지수는 이미 수개월 동안 목표치에서 등락하고 있다”며 “주요 국가들과의 비교에서도 직·간접적으로 관리대상이 아닌 품목들의 물가지표는 OECD 평균을 유지하며 2%대에서 횡보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물가갭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과도한 금융 불균형의 누적을 억제하는 동시에 정책여력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이 위원은 강조했다.

이 위원은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 추천으로 지난 2016년 4월 금통위원이 됐다. 국제통화기금(IMF) 이코노미스트 출신으로 베트남주재 수석대표, 아시아태평양국 자문관 등으로 일한 국제금융전문가로 평가받는다. 금통위원이 되기 직전인 대외경제정책연구원장(KIEP) 시절 경기부양을 위한 금리인하에 부정적인 입장을 밝혔던 적이 있어 매파(물가안정 중시)에 가까운 성향으로 알려져있다. 

◆ 6명 위원 중 절반 “이번엔 동결”…인상 필요성은 시사

이 위원과 이주열 한은 총재를 제외한 나머지 위원들은 동결 의견을 내면서도, 기준금리를 현 수준인 1.50%에서 유지하면서 향후의 상황전개를 좀 더 지켜보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견해를 유지했다.

A 위원은 “현재의 성장, 물가, 금융상황을 종합해 볼 때 금융 불균형 위험에 유의해 기준금리 인상을 통해 통화정책의 완화정도를 현재보다 다소 축소 조정할 필요가 상존한다고 판단된다”면서 “다만 그 시점과 관련해 미·중 무역갈등, 신흥국 금융불안 등 대외여건의 불확실성이 높고, 지난 7월 고용지표의 예상 외 부진 등으로 경제주체의 심리가 상당히 위축되어 있는 점을 고려할 때 이번 회의에서 기준금리를 인상할 경우 자칫 의도하지 않은 부작용을 초래할 우려도 있다고 생각한다”고 기준금리 동결 이유를 밝혔다.

B 위원은 “당분간은 현재의 기준금리 수준을 유지하면서 거시지표들의 움직임에 대해 좀 더 시간을 가지고 모니터링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한다”며 “통화정책 결정에 있어 금융안정에 더욱 유의해야 한다”고 밝혔다.

C 위원은 “여러 가지 불규칙 요인들과 정책, 기저효과를 제거할 경우 물가상승 압력이 최근 지표 물가들이 표면적으로 시사하는 것보다 높은 수준에서 진행되고 있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며 물가가 상대적으로 빠르게 목표치에 접근할 가능성을 언급했다.

지난달 31일 오전 한국은행에서 이주열 총재가 금융통화위원회를 주재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6명 위원 중 2명 “금리인상은 시기상조”

A, B, C 위원이 동결을 주장하면서도 인상이 필요함을 시사했으나, 나머지 2명 위원은 ‘금리인상은 이르다’는 의견을 견지했다. 지난 7월 회의 때는 금리 인상의 필요성을 시사한 위원이 2명, 중립 1명, 신중론이 2명이었는데, 금리 인상 필요성을 나타낸 위원이 3명으로 늘어난 것이다.

D 위원은 “현실의 물가흐름에서는 아직 상승률의 확대 기조가 분명하지 못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며 “물가는 하반기 상승률의 확대를 기대하나 여전히 현 시점의 물가상승률이 낮고 불확실성이 높은 상황이므로 확대 속도를 확인하며 그에 맞추어 금리 인상 시점을 선택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E위원은 “현재의 기준금리 수준을 유지해 점차 확대되고 있는 거시경제의 하방위험을 완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기준금리를 동결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유가상승과 최저임금 급등 등 비용 측면에서 상당한 상승압력이 발생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여전히 1%대 중반에 머물러 있다”면서 “향후에도 내수가 확대되기 쉽지 않다는 점을 감안하면 물가상승률이 빠르게 반등할 가능성은 높지 않아 보인다”고 진단했다.

김서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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