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스경제=변동진 기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제3차 남북 정상회담 특별수행원 자격으로 평양을 방문하면서 ‘일거수일투족’ 화제가 되는 등 세간의 이목을 한 몸에 받고 있다. 이에 재계 안팎에서는 이 부회장와 북한 측 인사들의 언행(言行)에 담긴 속내에 대해 다양한 해석을 내놓고 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18일 평양에서 북한 이용남 내각 부총리와 만나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북한, 이재용에 쏠린 관심…사실상 삼성에 손 내밀어

19일 평양공동취재진에 따르면 이 부회장과 구광모 LG그룹 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 최정우 포스코 회장, 김용환 현대자동차 부회장 등 기업·경제단체 인사들은 전날 평양시 중구역 인민문화궁전에서 이용남 북한 내각부총리를 면담했다.

이 자리에서 북한 측은 ‘철도 사업’에 적극적인 관심을 보여 눈길을 끌었다. 이 내각부총리는 “현재 우리 북남 관계 중 철도 협력이 제일 중요하고 제일 큰 자리를 차지한다”고 강조했다. 대화를 나눈 대상은 오영식 한국철도공사 사장이지만, 삼성물산이 남북 경협에 관심을 갖고 있는 점을 고려하면 사실상 이 부회장을 향한 발언이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삼성물산은 지난 4월 대북 사업 태스크포스(TF)를 꾸렸다. 도로와 철도, 항만 등 인프라 분야에 투자가 가능해 통일 전문가들은 대표적인 경협 수혜주로 꼽는다. 이로 인해 북한의 국내총생산(GDP)가 올라간다면 향후 삼성전자의 진출로 자연스럽게 이어질 수 있다.

이 부회장은 직접적인 언급은 없었지만 대북 경협에 대해 호의적인 입장을 피력했다. 그는 “평양은 처음”이라며 “마음에 벽이 있었는데, 직접 경험하며 ‘이게 한민족이구나’라고 느꼈다”고 밝혔다. 더불어 “호텔 건너편에도 한글이 쓰여 있고, 우연히 보니 평양역 건너편에 새로 지은 건물에 ‘과학중심 인재중심’이라고 적혀있었다”며 “삼성의 기본경영 철학이 ‘기술중심 인재중심’”이라고 첨단기술 사업의 진출 가능성을 내비쳤다.

이재용(왼쪽) 삼성전자 부회장과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대통령 전용기에 나란히 앉은 모습. /연합뉴스

◇이재용 부회장, 평소보다 더 신중한 언행…이유는?

이번이 첫 방북인 이 부회장은 출발때부터 집중적인 관심의 대상이었다. 실제 이 부회장이 서류가방을 들고 수행원 없이 전용기에 탑승하는 모습까지 보도될 정도였다. 뿐만 아니라 최태원 회장과 나란히 앉은 모습, 김현철 청와대 경제보좌관에 다가가 대화하는 장면, 취재진 질문에 말을 아끼는 것까지 이슈를 몰고 다녔다.

하지만 정작 이 부회장 본인은 언행(言行)에 있어 ‘상당히 조심하는 모습’이 역력했다. 이를 두고 이번 방북과 관련해 일각에서 불거진 ‘정치적 행보’ 논란을 불식시키기 위한 모양새라는 분석이다. 

이 부회장은 현재 국정농단 사건과 관련해 형사재판을 받고 있는 상황이다. 이 내각부총리도 이를 알고 “우리 이재용 선생은 여러 측면에서 아주 유명한 인물”이라고 뼈 있는 농담을 던졌다.

재계 관계자는 “평소도 언행의 신중을 기하는 이 부회장이지만, 대법원 판결을 앞두고 있는 만큼 더욱 조심하는 것 같다”며 “괜한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도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이 관계자는 “정작 흥미로운 점은 북한 측 반응”이라며 “이 내각부총리의 워딩을 보자면 사실상 삼성의 적극적인 투자를 희망하는 것으로 해석 가능한 워딩”이라고 설명했다.

삼성 측은 방북과 관련해 신중한 모양새다. 그룹 내 관계자는 “이 부회장의 의중을 파악할 수는 없다"고 했다. 삼성물산 관계자는 “화해 무드가 조성된 것을 사실”이라며 “남북 경협 빗장이 풀리면 건설 부문이 주력이기 때문에 진출 가능성이 있는 것은 맞다”고 답했다. 하지만 “아직 각종 세미나, 포럼에 참석하는 등 스터디 단계”라며 “여러 사업에 대해 검토 중이라고 봐야”라고 덧붙였다.

변동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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