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스경제=이성노 기자] 재계가 한가위를 앞두고 협력업체 납품대금 조기지급으로 '상생 경영'을 실천하고 있는 가운데 에쓰오일이 협력사 직원 사망 사고에 무성의한 대응으로 일관해 비난이 쏟아지고 있다.

에쓰오일은 푸드트럭 창업자를 지원하며 '상생 경영'에 앞장서기도 했고, 순직 소방관 유족, 보육원 청소년들에게도 지원을 아끼지 않았던 곳이지만 정작 직원 사망 사고 사후 대책마련에는 소극적인 모습을 보였다.

사고 직후 사과문, 재발 방지 대책 등에 대한 어떠한 공식 발표도 없었다. 비슷한 시기에 협력업체 직원이 사망하자 대표이사 사장이 직접 나서 사과문을 발표하고 고개를 숙였던 다른 대기업들과 확연히 비교되는 행보다.    

19일 재계에 따르면 삼성그룹을 비롯해 주요 기업들이 추석을 앞두고 협력업체에 납품 대금을 조기에 지급하며 '상생 경영'을 실천하고 있는 가운데 지난 5일 협력사 직원이 사망한 에쓰오일은 사후 대책에 소극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하청업체 직원 사망 사고에 소극적인 에쓰오일 

19일 에쓰오일·고용노동부 울산지청·울주경찰서에 따르면 지난 5일 울산시 울주군 온산공장에서 발생한 에쓰오일 하청업체 소속 직원 A씨 추락 사망 사고는 여전히 조사 중이다. 

사고 당시 A씨는 탈황 공정 반응기(21m) 촉매 교체작업을 하고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울산지청에 따르면 A씨는 반응기 상부 개구부 3m 아래에 있는 트레이(받침대)에 잠시 머물렀다 다시 상부로 올라가는 과정에서 추락한 것으로 보고 있다.  

울산지청 관계자는 "원·하청 관계자를 상대로 사고 원인을 비롯해 회사 측이 사전 안전교육과 안전관리를 제대로 진행했는지 등을 조사하고 있다"고 말했다. 울주경찰서 측 역시 원·하청 안전관리 담당자를 소환해 사고 경위를 조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사고 발생 2주일이 지났지만, 에쓰오일 측은 "사고 원인 조사중"이라는 말 이외에는 어떠한 대책도 마련하지 않고 있다.  에쓰오일 관계자는 "현재 사고 원인 조사중으로 알고 있다"며 "사후 대책에 대해선 내부적으로 논의된 바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 

◇ 안전사고 발생 직후 '신속 대처' 타기업과 비교

올해 안전사고가 발생한 타 기업과 비교되는 행보다. 일반적으로 안전사고가 발생하면 사고 원인과 관계없이 회사 책임자는 직접 현장을 찾아 사과문을 발표하고 유가족을 위로하기 마련이다.

에쓰오일보다 하루 전인 지난 4일  협력업체 직원을 잃은 삼성전자만 해도 사고 발생 하루 뒤 김기남 대표이사 사장은 직접 현장을 찾아 사과문을 발표하는 동시에 재발 방지에 총력을 기울이겠다며 고개를 숙였다.

지난 4월 대전사업장 폭발 사고로 5명의 사상자를 낸 한화 역시 사고 직후 "부상자들이 조속히 쾌유할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며 공식 입장을 밝힌 데 이어 이태종 한화 대표이사가 사고 발생 직후 대전으로 내려가 유가족, 피해자와 직접 만나는 등 사고 수습에 총력을 기울였다. 

반면, 에쓰오일은 사회공헌활동 현장을 의욕적으로 찾아다니던 알 감디 대표이사는 고사하고 고위 임원의 사고 현장 방문도 찾아볼 수 없었다. 

에쓰오일 측은 "공장 책임자가 현장을 방문하긴 했으나…"면서 알 감디 대표이사 등 본사 고위 임원의 현장 방문에 대해선 아무런 회신을 하지 않았다. 

정유·화학 업계 한 관계자는 "업계 특성상 안전사고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지만 무재해 작업장을 실현하는 것은 사실 쉽지 않다"며 "사고가 발생하면 기업 이미지에도 적지 않은 타격을 주기 때문에 적극적으로 대처하는 것이 일반적이다"고 설명했다.  

오스만 알 감디(가운데) 에쓰오일 대표이사는 사회공헌활동에는 적극적으로 참여했지만, 정작 직원 사망 사고 현장은 방문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사진=에쓰오일

◇ '사회적 기업' 타이틀 무색한 에쓰오일

에쓰오일의 행보가 더욱 아쉽게 느껴지는 이유는 대외적으로 다양한 사회공헌 활동을 펼치고 있지만, 당장 내부 사고에는 소극적으로 움직이고 있기 때문이다. 

에쓰오일은 청년 푸드트럭 창업자들에게 유류비를 지원하며 '상생 경영'을 실천으로 옮기는 것을 물론 순직 소방관·해경 유족, 다문화가정, 보육원 청소년, 장애 청소년들에게 아낌없는 지원을 이어가고 있다.  

이 덕분에 에쓰오일은 다우존스 지속가능경영지수(이하 DJSI) 평가에서 9년 연속 'DJSI 월드 기업'에 선정됐다.  DJSI는 미국 금융정보회사 다우존스와 스위스 투자 평가사인 로베코샘이 전 세계 2500여개 글로벌 기업을 대상으로 지배구조·윤리경영·리스크 관리·공급망 관리·환경성과·인적자본 개발·사회공헌 등 경제·사회·환경적 측면을 종합적으로 평가해 지속가능성을 측정하는 평가지수다.

에쓰오일 측은 "9년 연속 DJSI 월드 기업에 선정된 것은 에쓰오일이 글로벌 수준의 경영 투명성을 바탕으로 사회와 조화를 이루고, 이해관계자의 기대사항을 경영활동에 충실히 반영해 온 노력이 인정받은 것"이라고 자평한 바 있다. 

사회 취약 계층을 대상으로 다양한 사회공헌활동을 펼치며 대외적으로 사회와 조화를 이루고 이해관계자들의 기대 사항을 반영한 기업으로 비칠지 모르겠지만, 정작 내부적으로는 협력업체 직원 사망 사고에 대외할동만큼의 적극성을 찾아보기 힘들어 '이율배반'적인 행보가 아니냐는 비판이 잦아들지 않고 있다.

한편, 에쓰오일 측은 "사망 사고가 발생해 유감"이라며 "회사는 안전사고에 대비해 많은 노력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성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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