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원 SK그룹 회장(오른쪽)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왼쪽)과 공군1호기에서 담소를 나누는 모습

[한스경제=팽동현 기자]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특별수행원으로 참가한 재계 총수 가운데 ‘맏형’답게 여유로우면서도 진중한 모습이다.

최 회장은 이번 방북길에서도 자신의 디지털카메라(디카)로 평양의 풍경을 직접 사진으로 담으면서 여유를 보였다. 방북 유경험자로서 중심을 잡는 모습이다.

최 회장은 새로운 IT기기를 앞서 체험해보는 ‘얼리어답터’이자 사진 촬영에도 관심이 많은 것으로 유명하다. 자칫 경색될 수 있는 방북길 분위기를 ‘디카’로 풀어낸 것은 처음이 아니다. 첫 평양 방문이었던 2007년 남북정상회담 때는 재계 총수 중 ‘막내’로 참여해 재계 선배들의 모습을 담으며 화합을 주도한 바 있다.

11년 만의 두 번째 방북길에서 최 회장은 이제 선배로서 후배들을 챙기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공군1호기’에서는 이재용 부회장과 나란히 앉은 모습이 포착됐는데, 초행길에 오르는 이 부회장에게 방북 경험을 토대로 조언을 해준 것으로 추측되고 있다. 두 그룹 총수는 평소에도 상당한 친분을 가진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18일 리용남 북한 내각부총리와의 면담 자리에서 최 부회장은 “11년 만에 오니까 많은 발전이 있는 것 같다. 건물도 많이 높아졌지만 나무들도 많이 자라난 것 같고 상당히 보기 좋았다”고 소감을 밝히며 “에너지와 통신, 반도체 분야를 하고 있다”고 SK그룹을 소개했다.

다만 대북경협 관련 구체적인 언급은 삼갈 것으로 보인다. 미국 주도의 대북제재가 진행 중인 상황에서, 이제 고참으로서 방북 경제 인사들을 이끄는 입장인 최 회장으로서는 더욱 신중해질 수밖에 없다는 게 재계의 분석이다.

재계에서는 이번 방북이 SK그룹의 대북사업에 물꼬가 트이는 시발점이 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SK그룹은 지난 2002년에도 북한 조선정보기술산업총회사와 중국에 IT합작법인을 설립하고 북한에 CDMA 이동통신망을 구축하는 등의 협력을 추진한 바 있다. 최근에는 남북 간 ICT 교류를 지원하기 위해 SK텔레콤 CR센터 산하에 ‘남북협력기획팀’을 신설했다.

북한에 풍부하게 매장돼있는 희토류도 ICT산업이 주축인 SK그룹의 관심사다. 한국광물자원공사에 따르면 반도체, 디스플레이 등에 핵심 재료인 희토류는 중국에 이어 세계 2위권의 매장량을 지닌 것으로 평가된다. 채굴 관련 환경오염 이슈가 남아있지만, 북한의 값싼 인건비까지 감안하면 SK하이닉스의 새로운 공장부지로서도 매력적인 조건이다.

한 재계 관계자는 “정치적인 이슈와 직결되고 여전히 대북제재 문제도 남아있으므로 이번 방북에서 구체적인 내용이 나오기는 힘들 것”이라며 “일단은 서로 얼굴 익히는 자리 수준으로 보이나 앞으로 지켜볼 여지는 있다”고 설명했다.

팽동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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