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북한, 가상화폐 해킹 배후에서 컨퍼런스 주최국으로
미국 경제 제재 피하려 외화벌이 나서나
북한이 다음달 1일부터 양일간 평양에서 '블록체인 국제회의'를 개최한다./사진=이미지투데이

[한스경제=허지은 기자] 북한이 다음달 평양에서 블록체인 컨퍼런스를 개최하며 가상화폐와 블록체인 분야에 대한 관심을 드러내고 있다. 그동안 굵직한 가상화폐 해킹 사건의 배후로 지목됐던 북한이 이제는 관련 산업을 적극 양성하며 음지에서 양지로 나오려 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북한은 오는 10월 1일부터 양일간 평양 서산호텔에서 ‘블록체인 국제회의(Korean International Blockchain Conference)’를 개최한다. 블록체인과 가상화폐 관련 전문가들을 연사로 세울 예정이다. 정확한 연사 목록은 아직까지 공개되지 않았다.

공식 일정은 9월 27일부터 시작된다. 컨퍼런스 직전인 27일에서 30일까지는 평양 투어 일정이 잡혀있으며 10월 3일에는 북한 기업과 해외 사업가들이 만나는 비즈니스 미팅으로 진행된다. 컨퍼런스 강연에서 비즈니스 미팅까지 컨퍼런스로서의 구색은 제대로 갖춘 셈이다.

이번 컨퍼런스는 스페인 친북단체 ‘조선친선협회’와 스페인에서 블록체인 전문가로 활동 중인 크리스토퍼 엠스(Christopher Emms) 토큰 키(TokenKey) 대표가 공동으로 기획하고 있다. 한국 국적자는 참여할 수 없으며 중국 비자와 북한 비자를 소지한 자만 입국할 수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그간 북한은 가상화폐와 블록체인 관련 업계에선 ‘불모지’에 가까웠다. 북한 정세가 불안정할 뿐만 아니라 금융업이나 정보기술(IT), 보안 등 모든 측면에서 매력적인 사업 파트너로는 생각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한 블록체인업계 관계자는 “현재 관련 사업 논의가 활발한 곳은 스위스를 비롯한 유럽이나 싱가포르, 미국 등 선진국 위주”라며 “지금까지 북한을 사업 파트너로 생각하는 곳은 거의 없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오히려 북한은 국내외 가상화폐 거래소 해킹이나 공격의 배후로 북한이 주로 지목되기도 했다. 대외 무역이 상당 부분 고립된 상황에서 북한이 가상화폐를 통해 외화 벌이에 나섰다는 것이다. 실제로 국가정보원은 지난해 6월 발생한 빗썸의 개인정보 유출 사고의 배후로 북한 해커집단을 지목하기도 했다. 올해 발생한 빗썸 등의 가상화폐 해킹도 북한 소행이라는 소문이 끊이지 않았다.

이번 컨퍼런스를 계기로 북한은 가상화폐 사업을 음지에서 양지로 끌어올리는 시도를 할 것으로 보인다. 북한과 마찬가지로 미국의 경제 제재를 받고 있는 베네수엘라와 이란도 최근 가상화폐를 국가 주도 사업으로 선언하고 개발에 힘을 쏟고 있다. 베네수엘라 정부는 지난 2월 법정 가상화폐 ‘페트로’를 발행했으며 이란 역시 러시아 등과의 협업으로 가상화폐 사업을 키우겠다고 선언한 상황이다.

가상화폐 전문 신용평가업체인 와이스 레이팅스(Weiss Ratings)의 마틴 와이스(Martin D.Weiss) 대표는 “가상화페는 북한, 베네수엘라, 이란 등의 국가에 더 빠르고 효율적인 지불 시스템을 제공할 것”이라며 “가상화폐는 이들과 같은 미국 제재를 피하려는 국가에게는 더 매력적인 대안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허지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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