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中 하이얼, 미국 GE 브랜드 가전 수입 계획 돌연 취소
국내 기업도 간접 피해 예상
2017년 11월9일 중 국가주석 시진핑(오른쪽)이 중국을 방문 중인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베이징 인민대회당의 기업관련 행사장에서 나란히 국기 옆에 선 모습. /사진=연합뉴스

[한스경제=허지은 기자] 미국과 중국 간 무역전쟁 총성이 커지면서 가전과 반도체 등 관련업계에 비상이 걸렸다. 직접 공격의 대상인 중국 기업이 직격탄을 맞을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국내 기업에도 피해가 우려되는 상황이다.

21일 업계에 따르면 세계 최대 가전업체인 중국 하이얼은 전날 미국 제너럴일렉트릭(GE) 브랜드 가전 수입을 취소하기로 결정했다. 지난 2016년 GE의 가전 사업부문을 인수한 하이얼은 브랜드 재편 작업을 거쳐 오는 11월부터 GE 가전을 수입해 프리미엄라인으로 세울 예정이었다. 주 타겟층은 GE 브랜드에 익숙한 중국 내 부유층으로, 이미 대대적인 마케팅과 홍보도 시작한 뒤였다.

출시 두 달여를 앞두고 하이얼이 계획을 돌연 취소한 것은 미중 무역전쟁이 격화됐기 때문이다. 장루이민 하이얼 최고경영자(CEO) 겸 회장은 파이낸셜타임스(FT) 인터뷰에서 “미국산 제품을 중국으로 수입하는 데 문제는 없었으나 (미중 무역분쟁으로) 이제는 제동이 걸렸다”며 론칭 계획 취소의 이유를 밝혔다.

◆ 중국산 수입품 절반 2500억달러 규모에 관세 부과

미국과 중국은 오는 24일부터 양 국 수입품에 상호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밝혔다. 미국이 중국산 수입품 2000억달러(약 225조원) 규모에 10% 관세를 부과할 계획을 밝혔고, 중국도 즉각 미국산 수입품 600억달러(약 67조원) 어치에 보복 관세를 매기겠다고 나섰다. 미국은 관세율을 내년부터 25%로 적용한다는 계획이다.

이번 조치로 가장 큰 타격이 예상되는 곳은 중국 기업이다. 앞서 미국은 7월과 8월 각각 340억 달러, 160억 달러 규모 중국산 수입품에 25% 고율 관세를 부과했다. 여기에 2000억달러 규모에 추가 관세 부과가 결정되면서 중국산 수입품 절반에 가까운 2500억달러 규모가 관세 부과 대상이 됐다.

더욱이 이번에 새로 관세가 매겨지는 품목에는 전자제품, 사무용품, 자전거, 가구 등 소비재가 다수 포함됐다. 중국산과 미국산 모두 가전이 포함돼 있어 미국과 중국 소비자가 직접 관세 부과의 충격을 피부로 느끼게 될 것으로 보인다. 이 과정에서 GE 브랜드 수입을 앞둔 하이얼도 직격탄을 맞았다.

◆ 한국 기업 간접 피해 우려…정부 “단칼 통상협상 없다”

국내 업계도 미중 무역전쟁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산업계는 미중 무역전쟁이 당장의 수출에는 영향이 적지만 장기화될 경우 수출 감소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우리 수출에서 높은 비중을 차지하는 반도체 수요의 70%는 중국에서 나오고 있어 중국 기업의 타격은 우리 기업으로 고스란히 연결될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이번 추가 관세 조치 대상에 가전이 포함되면서 국내 가전업계에도 비상등이 켜졌다. 미국과 중국이 상호 간의 관세 부과 항목에 가전을 추가하면서 현지 진출기업의 직접적인 수출 감소가 불가피한 상황이다.

정부는 이런 상황에서 긴급 대책회의를 열었다. 20일 오전 서울 대한상의에서 열린 ‘민관합동 실물경제 대책회의’에는 김현종 통상교섭본부장을 중심으로 기획재정부, 외교부, 국무조정실, 코트라, 무역협회, 무역보험공사와 8개 업종(반도체, 디스플레이, 가전·정보기기, 자동차·부품, 철강, 기계, 석유화학, 섬유) 대표들이 참석했다.

김현종 본부장은 “미중간 분쟁상태는 뉴노멀(새로운 기준)로 인식하고 대응책을 세워야 한다. 이를 타개하기 위한 단칼의 통상협상은 없다”며 “주력산업의 고도화를 통해 후발국이 추격하기 힘들고 통상환경 변화에 영향받지 않을 새로운 수출품목군을 육성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허지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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