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스경제=양지원 기자] 배우 조인성이 영화 ‘안시성’으로 총 220억 원의 제작비가 들어간 대작의 간판이 됐다. 고구려와 당나라의 전쟁을 승리로 이끈 양만춘 장군 역을 맡아 기존의 타 배우들이 연기한 장군들과는 전혀 다른 모습을 보여줬다. 젊고 패기 넘치고, 열정적인 양만춘으로 변신한 조인성은 실제 촬영 현장에서 남주혁, 설현 등 후배들을 이끄는 ‘수장’으로서 역할도 했다. 조인성은 “주연배우라는 타이틀을 갖고 있다 보니 결정해야 할 것들이 많아졌다”며 “형들과 후배들이 잘 따라줬다. 서로 공감하며 즐겁게 촬영했다”고 했다.

-어느 덧 현장을 아우르는 위치가 됐다. 실제 배우들과의 관계를 통해 양만춘과 ‘안시성’ 팀을 구축했다고 했는데.

“양만춘 장군의 카리스마에 대해 늘 생각했다. 원래 어원은 특별히 능력을 주신 게 카리스마라고 하더라. 그럼 그 능력은 무엇일까. 싸움일지 힘일지 아니면 세상을 보는 지혜일지를 고민했다. 그러다 우리의 관계를 갖고 들어왔다. 내 나이가 딱 중간이다. 배성우, 박병은, 오대환 형보다 어리고 남주혁, 설현보다 많다. 그런데 난 주연배우라는 타이틀을 갖고 있다. 결정해야 할 게 많아졌다. 제작팀과 촬영 스케줄 등 조율을 많이 했다. 배우들끼리 서로를 공감하고 이해하며 더 돈독해졌다.”

-사실 양만춘을 모르는 사람들이 많다.

“2030대도 모르고 40대도 잘 모른다. 60대로 넘어가면 안시성 전투에 대해 아는 분들도 많더라. 나는 국사시간에 배워서 양만춘 장군에 대해 알긴 했다. 사실 양만춘은 다른 장군들에 비해 칭송받지 못한 인물이라는 생각이다. 앞서 최민식, 김명민 선배가 이순신 역할을 너무 훌륭히 소화하지 않았나. 그래서 나도 장군이라면 그 정도 나이는 돼야 하지 않나 싶었다. 그런 편견으로 시나리오를 봤는데 감독님과 제작사 대표님이 사실 그 때 장군의 나이는 다 내 나이 대였다고 했다. 그 동안 해 온 연기를 반복하는 자기 복제를 하고 싶지는 않아서 도전을 하겠다는 생각으로 양만춘 장군에 임하게 됐다.”

- ‘안시성’에는 서사가 부족하다는 평가도 있다.

“고구려의 전부를 담은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이제 막 시작한 거다. 사실 조선시대를 다룬 영화들은 얼마나 많은가. 누군가 또 고구려에 대해 발견과 고증을 해야 한다. 나는 이 영화를 통해 포털사이트에 ‘양만춘’이라는 단어가 많이 검색되기를 바란다.”

-원톱 조인성에서 팀플레이로 바뀐 느낌이다.

“이게 또 상업적인 요소가 된 것 같다. 양만춘 혼자 돋보이는 영화라면 위험이 분명히 있을 것이다. 촬영을 하면서 수정고가 생겼고 지금 이 느낌대로 갔다. 팀플레이가 되면서 영화가 좀 더 튼튼하고 단단하게 나왔다고 생각한다.”

-촬영 기간만 7개월이다. 현장에서 어떤 난관은 없었나.

“현장의 위기는 없었다. 육체적으로 힘들 뿐이었다. 여름과 겨울을 ‘안시성’으로 보냈다. 여름은 죽을 만큼 더웠고 겨울은 남극보다 추웠다. 사실 대충 찍고 싶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포기하지 말자는 생각으로 임했다.”

-사랑하는 사람들을 잃는 양만춘의 감정을 어떻게 표현하고 싶었나.

“자세히 보시면 아는 분들도 있겠지만 양만춘은 한 번도 웃은 적이 없다. 비록 전쟁에서는 승리를 거뒀지만 즐겁지 않은 것이다.”

-남주혁 설현 등 후배 배우들에게 연기에 대한 조언을 해 줬나.

“물어보면 얘기해주는 편이다. 묻지 않으면 굳이 나서서 얘기를 하는 편은 아니다.”

-전작 ‘더 킹’과 마찬가지로 명절 대목을 책임지게 됐다.

“텐트폴 영화의 숙명이라고 생각한다. ‘명당’ ‘협상’까지 투자배급사를 대표하는 영화가 세 편 이상 개봉하는 경우는 드물다. ‘왜 내가 이래야 하는 거지?’라는 생각이 들기도 하지만 ‘안시성’을 지켜야 한다는 마음뿐이다.”

-영화 ‘클래식’에서 호흡을 맞춘 손예진, 조승우와 대결을 펼치게 됐다.

“나를 비롯해 세 배우가 남아있다는 것도 대단한 것 같다. 이게 얼마나 반가운 일인지 모르겠다. ‘명당’ ‘협상’과 경쟁이라는 생각은 하지 않는다. 함께 가고 싶다.”

-꼭 주연배우로서만 활약하고 싶은 마음인가. 필모그래피는 적은 편이다.

“어떤 기준이냐에 따라 달리질 수 있는 것 같다. 앞으로는 많은 작품을 하려고 노력할 것 같다. 정우성 형도 ‘더 킹’에서 상징적인 인물로 출연하지 않았나. ‘1987’에서도 많은 분들이 영화의 힘을 보태기 위해 출연했고. 나 역시 큰 역할에 집착하지 말아야 한다는 판단이 들었다.”

사진=아이오케이컴퍼니 제공 

양지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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