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스경제=이정인 기자] 미국 상무부가 지난 5월 한국산 철강제품에 쿼터(수입 할당)를 적용한 이후 처음으로 ‘품목 예외’ 신청에 대해 승인 결정을 내린 가운데 국내 철강 업계는 향후 전망에 대해 신중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20일 미국 상무부가 현지 기업 마이크로 스태핑(Mirco Stamping)이 한국 기업 에스엘테크의 제품에 대해 품목 예외를 신청한 것을 지난 17일(현지시간) 승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미국은 지난 5월 한국산 철강의 쿼터 물량에 고율 관세(25%)를 면제하는 대신, 2015~2017년 평균 수출량의 70%로 쿼터 제한을 뒀다.

그러나 지난달 말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한국·아르헨티나·브라질의 철강 쿼터와 아르헨티나의 알루미늄 쿼터에 대해서는 미국 산업의 상황에 따라 선별적인 면제를 허용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하면서 희망이 생겼다. 미국 현지 기업과 외국기업의 미국 현지법인이 품목 예외를 신청해 승인 받으면 미국 상무부가 승인한 물량만큼은 쿼터를 적용 받지 않고 수출할 수 있게 됐다.

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포스코, 현대제철, 세아제강 등 다수의 국내 철강사가 품목 예외를 신청한 상태다. 포스코의 미국 현지법인 POSCO AAPC와 현대제철 미국 법인은 각각 변압기 제조에 필요한 방향성 전기강판과 일부 자동차용 철강에 품목 예외를 신청한 상태다. 세아제강 미국법인(SSUSA)도 지난 5월 유정용강관 튜빙과 케이싱 등을 예외품목으로 지정해달라고 신청해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 미국에 생산법인이 없고 판매법인만 있는 동국제강은 현지 고객사들과 품목 예외 신청을 협의 중이다.

이처럼 국내철강업계가 품목 예외를 신청하고 미국 상무부의 결정을 기다리고 있는 가운데 한국 기업 제품에 대한 첫 승인이 나오면서 일각에서는 숨통이 트이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왔다.

하지만 이번 조치에 대해 업계 관계자들은 신중한 반응을 보였다. 긍정적인 소식인 건 분명하지만 향후 결과를 예단할 수 없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한 업계관계자는 “첫 승인 사례이기 때문에 긍정적으로 생각한다”면서도 “여러 변수 때문에 국내 다른 철강사들이 신청한 품목에 대해서는 승인 여부를 여전히 장담할 수 없는 상태다”라고 밝혔다. 미국 철강업체 US스틸과 AK스틸 등은 포스코와 현대제철 등이 신청한 품목을 미국에서 충분히 공급할 수 있다며 품목 예외 승인을 반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른 업계관계자도 “이번 조치를 일반화해서 보기는 힘들다”며 “대미수출량이 많은 품목이나 미국 철강사 제품 대비 경쟁력이 있는 품목은 승인 여부를 예측할 수가 없다”고 말했다. 이어 이 관계자는 “이런 시도 자체가 처음이기 때문에 업계에서 발표 시기와 결과를 예측할 수가 없는 상태다”라고 밝혔다.

이정인 기자 lji2018@sporbiz.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