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정의선, 현대자동차·기아자동차 명운 걸린 무역확장법 대응

[한스경제=변동진 기자] 국내 4대그룹 총수 가운데 정의선(48) 현대자동차그룹 수석부회장만 2018 평양 남북 정상회담에 참석하지 않은 가운데, 미국으로 떠난 배경과 관련해 재계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수석부회장. /현대자동차

22일 재계에 따르면 정의선 부회장은 지난 16일 전용기편으로 미국 방문길에 올랐다. 이는 그룹 전체를 총괄하는 수석부회장으로 승진한 지 이틀만의 행보였다.

일각에서는 18~20일 제3차 남북정상회담 특별수행원 자격으로 방북할 것이란 예상도 있었지만, 그는 미국 방문을 택했다.
  
정 수석부회장은 18~19일 윌버 로스 미국 상무장관,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미 무역대표부(USTR) 대표 등과 연쇄 회동을 가졌다. 이는 트럼프 행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무역확장법 232조와 관련해 국내 자동차 업계의 의견을 전달하기 위함을 풀이된다.

무역확장법 232조를 보면 미국의 통상 안보를 해친다고 판단될 경우 수입량 제한과 고율의 관세 부과 등을 취할 수 있도록 명시돼 있다. 1962년 제정됐지만, 세계무역기구(WTO) 출범 이후 사실상 사문화 상태였다. 그러나 트럼프 정부 출범 이후 지난해 4월 대통령 행정명령으로 부활했다.

이 법이 발동되면 외국산 자동차에 대해 최대 25%의 관세를 부과할 수 있어 현대자동차 입장에서 명운이 걸린 셈이다.

특히 기아차 공장이 있는 조지아주 조니 아이잭슨 상원의원(공화당)도 만나 협조를 부탁했다.

또 정 수석부회장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개정 합의와 관련해 추가적인 관세장벽이 생기지 않도록 해줄 것을 당부했다.

한·미는 2019년부터 단계적으로 철폐할 예정이던 한국산 픽업트럭에 대한 25% 관세를 2041년까지 유지하는 대신, 기존 무관세 혜택과 미국산 부품 사용비율 상향 조정은 하지 않기로 했다.

다만 무역확장법 232조가 발동되면 기존 FTA 개정안이 무력화될 가능성이 높아 정 수석부회장이 직접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아울러 최근 미국과 멕시코 간 합의가 이뤄진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에 대해서도 설득했다.

NAFTA 개정안에 따르면 멕시코산 자동차의 연간 수입량이 240만대를 넘을 경우 무역확장법 232조에 따라 25%의 관세를 부과하는 내용이 담겨 있다.

문제는 최근 멕시코가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의 생산기지로 성장한 것. 기아차는 현지에 연 40만대의 생산시설을 갖고 있어 무역확장법 영향권에 들어간다.

정 수석부회장은 현대자동차 앨라배마 공장과 기아차 조지아 공장을 통해 고용창출을 하고 있다는 점을 부각한 것으로 전해진다.

재계 관계자는 “방북 일정도 불구하고 미국 출장길에 오른 것은 관세장벽의 리스크가 우선이라는 판단”이라며 “무역확장법 232조가 현대자동차의 명운을 가를 수 있는 위협요소란 방증”이라고 말했다.

변동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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