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공정위 '기업 봐주기' 의혹, 대기업 수사로 불똥 튀나

[한스경제=변동진 기자] 서울중앙지검 3차장 산하 이전된 공정거래조사부(부장 구상엽)가 대기업과 공정거래위원회를 동시에 겨냥하면서 재계 안팎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문재인 정부 출범 후 상대적으로 조용했던 기업에 대한 수사를 본격적으로 강화하는 것 아니냐는 불안감 때문이다.

서울중앙지검 청사. /연합뉴스

26일 재계와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공정거래조사부는 보유 주식을 허위로 신고한 혐의로 다수의 대기업에 대해 수사를 진행 중이다.

검찰은 연루된 대기업 임직원들을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해 조사했다. 심지어 대상 기업들의 실명까지 거론되고 있다. 롯데그룹과 신세계그룹, 셀트리온, 다음카카오, 농협은행 등으로 알려졌다.

檢, '보유주식 허위신고' 일부 대기업 수사

검찰은 이들이 ‘총수 일가 소유 주식 고의 누락’ 및 ‘차명’ 등의 방식으로 공정위에 허위 자료를 제출한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공정거래법에 따르면 자산이 5조원이 넘는 대기업은 총수를 비롯해 그 일가가 보유한 기업과 지분 내역 등을 공정위에 보고·공시해야 할 의무가 있다. 만약 이를 어기거나 허위로 보고할 경우 1억원 이하의 벌금을 물릴 수 있다.

공정거래법상 담합이나 상호출자제한 위반 등 주요 범죄(66, 67조)에 대해선 공정위의 고발이 있어야 한다. 이는 법무부와 공정위가 폐지하기로 합의한 ‘전속고발권’이다.

그러나 보유주식 허위신고 등은 68조에서 규정한 범죄로 전속고발권 대상이 아니다. 즉, 이번 사건은 검찰이 곧바로 수사할 수 있는 사안이다.

공정거래위원회 정부세종청사 인사혁신처에 대한 압수수색을 진행 중인 검찰. /연합뉴스

법조계 안팎에서는 올 초 신설된 공정거래조사부가 본격적으로 움직인 만큼 검찰의 기업 수사가 강화되는 것 아니냐는 전망이 나온다. 게다가 공정위의 ‘기업 봐주기’ 의혹까지 수사 대상에 포함돼 재계의 불안감은 더욱 커지고 있다.

재계, 불똥 어디로 튈까 전전긍긍

실제 공정위는 기업들의 허위신고를 적발했으나 그때마다 ‘위반 정도가 경미하다’는 이유로 법적 근거가 없는 ‘경고’ 조치를 내렸다. 이는 과징금 등 행정처분을 할 수 있는 다른 불공정거래행위와 달리 적발 즉시 검찰에 고발하도록 형사소송법에 규정돼 있다.

검찰은 공정위 일부 공무원이 대기업 사건 등을 부당하게 처리한 정황을 포착해 지난 6월 공정위 기업집단국과 운영지원과, 심판관리실 등을 압수수색하기도 했다. 여기에 이번 수사를 통해 추가 증거까지 확보하면 칼날은 기업으로 향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게 재계 중론이다.

무엇보다 문재인 대통령은 최근 각종 경제지표가 하락과 고용 위축 등을 이명박·박근혜 정부의 ‘압축성장의 그늘’이라고 지적했다. 그려면서 ‘배제와 독식의 경제를 타파해야 한다’는 의지를 밝혀 대기업 사정이 시작된 것으로 관측된다.

실제 문재인 정부는 출범 후 검찰 역량은 대부분 ‘과거 정권 정치공작 의혹 규명’ 등에 투입됐다. 상대적으로 대기업 수사는 조용했다. 물론 삼성과 롯데그룹 총수 구속됐지만, 이는 박근혜 정부 시절 비선실세 국정농단 사건에서 파생한 결과일 뿐 현 정부와는 직접 관련이 없다. 집권 2년차를 맞아 2기 내각 구성까지 완료한 만큼, 그간 축적한 정보를 토대로 본격적인 대기업 수사에 나서지 가능성이 높은 것이다.

재계 관계자는 “공정위는 내부적 판단에 따라 고발 여부를 결정한 것인데 이에 사법적 잣대를 들이대는 것 자체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하급 기관이 초동 수사를 부실하게 해 기소조차 못하게 한 사안이라면 이해할 것”이라며 “아직 전속고발권이라는 게 존재함에도 불구하고 검찰이 공정위의 본연의 업무에 대해 수사하는 것은 국민들도 납득할 수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또 다른 관계자는 “조심스러운 측면이 있지만, 불안한 것은 사실”이라며 “정부의 대북 문제, 일자리 창출 등에 적극 참여하고 있는데 기업 옥죄기는 더욱 강화되는 것 같아 안타까운 심정”이라고 말했다.

변동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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