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시중은행 CEO, 증인 채택서 모두 제외

[한스경제=김서연 기자] 국회가 다음 달 10일부터 29일까지 약 3주간 국정감사(국감)에 돌입하는 가운데, 올해 은행권에서는 올 상반기를 뜨겁게 달군 채용비리, 대출금리 조작, 인터넷전문은행 관련 문제 등이 집중 질의될 것으로 보인다. 채용비리 의혹을 떨치지 못한 시중은행들의 수장이 증인 명단에서 빠지면서 은행장들은 한숨 돌리게 됐으나, 증인 채택을 위한 협의는 또 이뤄질 수 있어 국감 일주일 전까지는 긴장을 놓을 수 없을 전망이다.

29일 국회와 금융권에 따르면 국회 정무위원회는 전날 오후 전체회의를 열어 총 42명 규모의 국정감사 증인명단을 채택했다. 이날 여야가 합의한 일반 증인명단에는 윤호영 카카오뱅크 대표와 심성훈 K뱅크(케이뱅크) 행장이 지난해 정무위 국감에 이어 또 다시 증인대에 서게 됐다. 당초 은행권을 휩쓴 채용비리와 함께 대출금리 조작 문제로 시중은행 수장들이 출석할 것으로 전망됐지만, 모두 제외됐다.

금융권 채용비리와 관련해 검찰 관계자들이 지난 2월 6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국민은행 본점 압수수색을 마친 뒤 관련 물품을 가지고 밖으로 나오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증인 채택, 협의는 또 이뤄질 수 있어”

인터넷전문은행을 제외한 은행 CEO들이 단 한 명도 증인 명단에 포함되지 않았으나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금융권 국감에서의 최대 이슈는 채용비리가 될 전망이다. 지난해 국감에서는 우리은행만 홍역을 치뤘지만, 우리은행을 신호탄으로 대부분의 시중은행에서 줄줄이 채용비리 사실이 적발된 올해에는 채용비리가 집중 포화를 받을 것으로 보인다.

신한은행은 채용비리로 검찰 수사 중에 있고, 지난 17일 임원 자녀 등을 특혜 채용한 의혹을 받는 전직 신한은행 인사담당자 2명은 구속기소된 상태다. 이달 초 응시자들의 점수를 조작하는 등 부정 채용에 관여한 혐의를 받는 국민은행 전·현직 직원들은 징역 3∼4년을 구형받았다.

더불어민주당 관계자는 “정무위원회에 소속된 위원들이 은행권 채용비리 문제를 집중적으로 다루겠다고 벼르고 있다는데 증인 채택에서 여야 합의가 안 됐다”면서도 “협의는 또 이뤄질 수 있다”고 추후 은행장들이 증인대에 설 수 있음을 시사했다. 그는 이어 “심상정 정의당 의원이 지난해 국감에서 채용비리를 집요하게 파헤쳐 은행권에서 이끌어낸 변화가 컸고 사회적으로 공감대를 이룰 수 있는 것(채용)을 건드려 이슈가 제대로 됐지 않냐”고도 덧붙였다. ‘정기 국회의 꽃’인 국감에서 본인의 입지를 제대로 다질 만한 ‘큰 건수’가 올해는 채용비리가 될 것이라는 얘기다.

실제로 지난해 10월 심 의원이 국감에서 우리은행 채용비리 의혹을 제기하고 일년이 되어가는 지금까지 은행권 채용비리는 여전히 뜨거운 감자다. 은행들마다 채용비리 방지 태스크포스팀(TFT)을 만들고 객관적인 채용을 위해 필기시험을 부활시키는 등 변화가 컸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지난해 국감에서 미확인 된 정무위 증인·참고인 명단이 떠돌아서 국회가 민간 증인 신청을 최소화 한 영향이 올해도 있는 것 같다”면서도 “국감 일주일 전에만 (증인) 신청을 하면 되니 끝까지 긴장을 놓을 수 없다”고 말했다.

경남은행·KEB하나은행·씨티은행(CG). 사진=연합뉴스

◆ 고객 소득·담보 누락으로 이자 더 받은 은행들도 도마 위로

대출금리 부당 산정문제도 도마에 오를 것으로 보인다. 금감원은 지난 6월 대출금리 산정체계 점검에서 경남은행, KEB하나은행, 한국씨티은행이 소득이나 담보 입력 누락으로 고객에게 부당하게 높은 금리를 부과한 사실을 적발하고 전액 환급하도록 했다.

세 은행은 실제보다 더 높은 가산금리를 책정하는 방식으로 고객들로부터 이자를 더 받았다. 대출금리는 기준금리(은행채 금리 또는 코픽스)와 가산금리로 구성되는데, 이들은 대출금리 핵심 변수인 가산금리를 산정할 때 대출자 소득액을 줄이거나 담보가 없는 것처럼 입력해 높은 대출금리를 적용했다. 은행은 단순 실수라며 환급 조치를 취했고 금융당국과 은행권이 ‘대출금리 제도개선 태스크포스(TF)’를 가동했지만 시민단체에서 은행을 상대로 집단소송에 나서는 등 논란은 더 커지고 있다.

경남은행은 연소득 입력 오류로 최근 5년간 가계자금대출 약 1만2000건(전체의 6%)에서 이자를 과다하게 받은 것으로 파악됐다. 환급액은 최대 25억원이다. KEB하나은행은 2012년부터 올해 5월까지 일부 영업점에서 최고금리 적용 오류로 부당하게 금리가 책정된 경우가 252건, 환급 대상 이자액 1억5800만원이다. 씨티은행은 2013년 4월∼올해 3월 취급한 담보부 중소기업대출에 신용원가 적용의 오류로 금리가 과다하게 청구된 건수가 27건이고 이자금액은 1100만원이다.

무엇보다 정치권에서 이에 대해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고 있어 압박 수위가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금리를 부당하게 매긴 은행을 처벌할 근거를 마련하기 위한 법안도 속속 나오는 중이다. 그렇지 않아도 은행들은 수신금리는 낮추고 여신금리는 높여 이자장사를 한다는 원성을 사고 있는 터라, 금융소비자들과의 신뢰를 훼손했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울 전망이다.

민주평화당 김종회 의원은 지난 3일 금리 조작 은행에 대한 제재 조항과 소비자 정보제공 의무를 명시한 은행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개정안은 은행이 내규 등을 위반하여 가산 금리를 부당하게 부과했을 경우 불공정 영업행위로 규정하고, 금융위원회가 위반행위를 제재할 수 있는 조항을 신설했다. 더불어민주당 민병두 의원도 지난 7월 은행의 가산금리 조작이나 잘못된 금리 책정을 금지하고, 해당 행위에 대한 책임을 은행에게 부과하는 은행법 개정안을 대표발의했다. 민 의원은 정무위원장을 맡고 있는 터라, 이에 대한 관련 질의가 쏟아질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김서연 기자

저작권자 © 한스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