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스포츠경제=최지윤 기자] 신예 이동길은 아이돌 분위기가 물씬 풍겼다. 곱상한 외모에 조용한 말투를 지녔지만, 연기 관련 질문이 나오면 눈빛이 돌변했다. 최근 종영한 투니버스 드라마 ‘기억하리’에서도 마찬가지다. 귀신이 붙었다는 소문이 있는 박주민 역을 맡아 인상적인 연기를 선보였다. 아이돌 연습생 생활을 하다가 2014년 영화 ‘하이힐’에 차승원 아역으로 캐스팅 되며 배우의 길을 걷게 된 이동길. “가수 활동에 대한 미련은 없다”며 “눈빛으로 표현하는 배우가 되고 싶다”고 바랐다.

-‘기억하리’는 어떤 작품으로 남아 있나.

“굉장히 오랜만에 찍은 작품이다. 웹드라마는 ‘악동탐정스’에 이어 두 번째인데, 원작에 없는 새로운 캐릭터라서 나만의 방식으로 분석해 연기했다. 현재 실력을 파악할 수 있고, 다시 한 번 연기함으로써 원동력이 된 작품이다.”

-어떻게 캐스팅 됐나.

“오디션을 봤는데 애니메이션이 원작이라고 해서 살짝 겁이 났다. 아직 작품 활동을 많이 하지 않았고, 연기 실력도 뛰어나지 않아서 ‘애니메이션 캐릭터를 소화할 수 있을까?’ 걱정됐다. 오디션에서 눈을 완전 뒤집어 까고 귀신에 목 졸리는 연기를 했는데, 감독님이 좋게 봐준 것 같다.”

-박주민 역과 어떤 점이 닮았나.

“주민이처럼 좀 소심하다. 평소 말도 많지 않고 차분한 편이다. 친구들에 왕따를 당하고 귀신에 씌이는 거 빼고는 주민이와 성격이 거의 비슷하다. 여러 친구들과 어울리기 보다는 몇몇 친구들과 관계 맺는 걸 좋아한다. 대사 톤도 평소 말투와 비슷하게 연기해서 어려운 점은 별로 없었다. 촬영하면서 귀신을 보거나 악몽에 시달린 적 없냐고? 귀신을 믿지 않아서 촬영할 때 전혀 무섭지 않았다(웃음).”

-촬영 에피소드도 들려 달라.

“더위를 많이 타서 거의 메이크업을 안 한 상태로 촬영했다. 올 여름은 30~40도 폭염이 계속되지 않았냐. 야외에 나가면 5분 만에 땀이 범벅돼 민낯으로 찍을 때가 많았다. 폐교에서 귀신 분장을 하고 숨겨왔던 비밀을 밝히는 장면이 있었는데, 더운데 신도 길고 눈물도 흘려야 했다. 한 번 눈물이 터지니까 안 멈추더라. 2~3시간 동안 촬영해 기억에 많이 남는다. 감정 연기가 부족했고, 귀신 분장도 많이 지워져 선크림 바른 것처럼 나와 아쉬웠다.”

-박지예와는 한솥밥을 먹고 있다. 연기하기 편했을 텐데.

“오히려 더 신경 쓰였다. 여태까지 연기하던 모습을 봐와서 ‘지예 누나는 이렇게 하겠지?’라고 예상했는데 아니더라. 누나가 내 연기를 엄청 잘 받아줬다. 내가 불편해할 까봐 맞춰주는게 느껴졌다. 극중 구하리(박지예)에 고백하는 신이 가장 만족스럽다. 중요한 신이었는데 일단 교실 안이 시원해서 연기하는데 방해가 안됐다(웃음). 대사가 자연스럽게 나오더라. 연기하면서 설렌 적 없냐고? 전혀 없다. 지예 누나와는 친누나, 남동생 같은 사이다. 누나는 슛 들어가기 전이 가장 귀엽다. 하리일 때 계속 진지하고 나를 걱정해주는 장면이 많았다.”

-인기 실감할 때는.

“스무 살 때부터 카페에서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는데, 어른 손님들이 알아봐줘서 놀랐다. 초등학생 아이들이랑 가족들이 함께 오는 경우가 종종 있다. 지예 누나도 말했듯이 인스타그램 팔로워가 많이 늘어서 ‘기억하리’ 인기를 새삼 실감했다. 사진을 올리거나 SNS에 댓글 달 때도 조심스러워지더라. 반응은 내가 안 챙겨 봐도 지예 누나가 알려줬다. 주민이가 착한 역할이 아니라서 안 좋은 말들이 많았는데, ‘사연이 있었구나’ ‘주민이 안쓰럽다’고 공감해줘서 기뻤다.”

-고등학생 시절 추억도 떠올랐을 텐데.

“교복을 입고 또래 친구들과 한 공간에 있으니까 함께 공부하고 떠들던 추억이 그립더라. 급식을 먹고 싶다(웃음). 서울공연예고를 나왔는데 급식이 정말 맛있었다. 그래도 고등학생 시절로 돌아가고 싶지는 않다. 학창시절 인기 많지 않았냐고? 예고라서 잘생긴 친구들이 정말 많았다. 난 쉬는 시간에 거의 잠만 잤다.”

-‘하이힐’(2014) 이후 2년 정도 공백기 있었다.

“2년 정도 쉬다가 스무 살 때 단편영화, 작년에 웹드라마 ‘악동탐정스’를 찍었다. 원래 아이돌 가수를 준비했다. 씨제스엔터테인먼트에서 아이돌 연습생으로 있었고 팀이 와해 돼 H.O.T 장우혁 선배 소속사에 들어갔다. ‘하이힐’에서 연기하는 내 모습을 보고 희열이 느껴졌다. 그 때부터 ‘배우를 해야겠다’고 마음먹었다. 노래는 취미로 하려고 한다. 직업으로 가지면 부담감이 클 것 같다. 나중에 드라마 OST에 참여하고 싶다.”

-열입곱 살 때 ‘하이힐’로 데뷔했다.

“고등학교 때 관계자들이 학교로 오디션을 보러 왔는데 담임 선생님이 추천해줬다. 첫 연기여서 겁이 없었다. 아무것도 모르고 실력도 없으니까 주눅 들기보다 ‘막 해보자’는 생각이었다. 차승원 선배와는 회상신에서 딱 한 번 같이 연기했다. 아우라가 느껴지더라. 정말 멋있어서 말을 못 걸 정도였다.”

-본인의 가장 큰 매력은.

“내 장점은 눈이다. 감독님이나 관계자분들도 ‘눈이 예쁘다’는 얘기를 많이 해줬다. 연기할 때 눈빛이 중요하지 않냐. 대사를 많이 하지 않아도 눈으로 잘 표현하고 싶다. 아무래도 신인이다 보니까 아직 기회가 많지 않은데, 내 실력을 검증 받을 수 있는 오디션도 많이 보고 원동력을 얻고 싶다.”

-어떤 배우가 되고 싶나.

“스펙트럼이 넓은 배우가 되고 싶다. 한 역할에 치중되기보다 다양한 역할에 도전하는 배우가 되고 싶다. 멜로, 로코, 코믹, 악역 모두 도전하고 싶다. 예전에는 차태현 선배를 꼽았는데 최근 ‘미스터 션샤인’을 보고 변요한 선배에 푹 빠졌다. 눈빛이 정말 멋있다. 내가 추구하는 연기 스타일과 많이 비슷한 것 같다.”

사진=김민경기자

최지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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