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스경제=양지원 기자] 지성은 TV드라마로 익숙한 배우다. 수많은 작품을 통해 캐릭터와 장르를 가리지 않고 완벽한 연기력을 펼치며 시청자들의 호응을 이끌어냈다. 그러나 상대적으로 영화계에서는 활약이 약했다. 때문에 ‘명당’의 흥선대원군을 지성이 잘 소화했을지에 대한 기우가 컸던 것도 사실이다. 혹자의 시선을 의식한 듯 지성은 ‘명당’에서 역사 속 실제 인물 흥선대원군을 독창적인 연기로 표현하며 관객의 찬사를 받았다. 정작 지성은 “내 연기에 충격 받은 부분이 있다”며 “연기에 접근하는 방식을 바꿔보려 한다”며 겸손해했다. 쉴 틈 없이 연기에 대해 고민하는 지성은 사실 ‘아내 바보’이자 ‘딸 바보’다. “가족이 내 인생의 전부”라며 끈끈한 가족애를 드러냈다.

- ‘명당’에 출연하게 된 이유는.

“단순하다. 사실 난 영화가 너무 하고 싶었다. 물론 단지 그것 때문은 아니다. ‘명당’ 시나리오가 굉장히 깔끔해서 욕심이 났다. ‘나도 참여하면 안 될까?’라는 마음으로 조심스럽게 합류했다.”

-사실 ‘명당’에 대한 관객의 호불호가 갈린다.

“동료배우들과 정성스럽게 만들었기 때문에 내게는 더 할 나위 없이 소중한 작품이다. 그런 측면에서 참 감명 깊게 봤다. 선배와 후배들의 연기를 보며 감동했다. 물론 대중의 취향은 다르다고 생각한다. 어떤 분들은 재미 있을 수도, 어떤 분들은 지루할 수 있다. 하지만 그렇게만 판단하기에는 어렵다. 실화를 바탕으로 한 이야기인만큼 ‘명당’은 시대의 느낌이 잘 살아있다. 가족과 함께 보시기에 뜻 깊은 영화라고 본다.”

-젊은 흥선을 연기했는데 어떻게 접근하고자 했나.

“인간적인 이하응의 모습을 많이 담고자 했다. 그의 젊은 시절을 그려내야 하니까. 몰락한 왕족의 인간적인 면모를 살리고자 했다. 얼마나 절박했으면 ‘상갓집 개’로 살았겠나. 또 세상을 바꿀 타이밍이 왔을 때에는 광기 어린 모습을 보여주고자 했다.”

-드라마에 특화된 배우다 보니 영화에 대한 부담도 있을 텐데.

“부담보다는 내게 남겨진 숙제 같다. 이제 나도 나이가 있으니 영화를 많이 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조금이나마 원숙미가 묻어날 타이밍이 되지 않았을까라는 마음이다. 정말 심혈을 기울일 수 있는 작품을 만나고 싶다.”

-늘 항상 치열하게 연기하는 것 같다.

“사실 이게 남다른 건지는 모르겠다. 얼마나 많은 분들에게 공감대를 형성하며 연기하는지를 알 수 없다. 연기하면서 감정이 올라가는 걸 어쩌겠나. 내가 신인일 때 선배들이 가슴으로 연기하라는 말을 많이 하셨다. 사실 내가 봐도 감정 표현을 좀 편하게 하는 분들이 있다. 하지만 나 같은 경우는 스스로 진짜라고 느끼지 않았는데 흉내를 내는 정도로는 연기를 못 하겠다.”

-워낙 다작을 하다 보니 이미지 소비에 대한 걱정을 할 것 같은데.

“걱정을 많이 한다. 그렇지만 내가 지유(첫 딸) 아빠인 걸 어떡하나. 사실 일할 타이밍에 일을 할 뿐이다. 일부러 긴 시간을 쉬기에는 나이가 많다. 하지만 ‘명당’을 기점으로 나를 소진하지 않으면서도 충분히 연기를 잘 표현할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하고 있다.

-이보영이 드라마 ‘신의 선물-14일’을 통해 조승우와 먼저 호흡을 맞췄다. 어떤 배우인지에 대한 힌트를 주지 않았나.

“귀띔을 해도 내가 잘 못 알아듣는 편이다. 직접 만나봐야 한다. 뮤지컬 ‘지킬 앤 하이드’ 팬이라 아내와 함께 여러 번 보러 갔다. 조승우와 꼭 한 번 연기하고 싶다는 마음이 강했다. 그렇다고 팬심이 연기할 때 방해가 되지는 않는다. (웃음) 조승우의 에너지가 워낙 남다르다보니 편하게 연기할 수 있었다.”

- ‘이보영 옆자리가 명당’이라며 아내를 향한 애정을 과시하기도 했다.

“내 인생의 전부는 가족이고 아내다. 뭘 먹을지, 뭘 볼지에 대해 늘 물어본다. 영화관을 갈 때도 어느 자리에 앉을 건지 이보영에게 물어본다. 대중에게 ‘사랑꾼’이라는 인식으로 칭찬을 받기 위해서가 아니다. 아내가 나랑 살면서 외롭지 않았으면 좋겠다. 그게 제일 중요하다.”

-성격이 서글서글하게 변한 것 같다.

“지유와 이야기를 많이 나누다보니 성격도 변했다. 내가 월트디즈니다. (웃음) ‘엄마한테 해달라고 해’라는 말을 하고 싶지 않다. 코드 자체가 바뀌었다. 육아는 내가 한 90프로 담당하는 것 같다. 지금은 아내가 홀몸도 아니다. 장모님이 많이 도와주고 계시지만 우리의 육아법은 ‘부모가 직접 해야 한다’다. 누구에게 맡기고 싶지 않다.”

- ‘믿고 보는 배우’라는 수식어를 어떻게 생각하나.

“부담은 되지 않는데 별로 듣고 싶은 말은 아니다. ‘믿고 보는 배우’가 어디 있나. 다만 대상을 받은 것은 운이 좋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상을 받고 싶어서, 1등을 하고 싶어서 연기하는 일은 없을 것 같다. 단순히 캐릭터에 대한 애착으로 연기하는 것이다.”

사진=메가박스중앙(주)플러스엠 제공

 

양지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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