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스포츠경제=최지윤 기자] “김은숙 매직은 이번에도 통했다.”

제작비 430여 억 원을 들인 tvN 종영극 ‘미스터 션사인’은 국내를 넘어 전 세계 팬들을 사로잡았다. 무엇보다 김은숙 작가는 역사교과서 속 사진 한 장 정도로 남아있는 의병을 살아있는 인물로 재조명했다. 이병헌과 김태리의 열연에 힘입어 ‘미스터 션샤인’은 20%를 육박하는 시청률로 유종의 미를 거뒀다. 1990년대 구한 말 시대를 배경으로 센스 있는 PPL 활용도 돋보였다. ‘미스터 션샤인’이 남긴 세 가지 의미를 살펴봤다.

되살아난 구한말 의병

김은숙 작가는 이름 없는 의병들을 재조명했다. ‘미스터 션샤인’은 신미양요(1871년) 때 군함에 승선해 미국에 떨어진 한 소년이 미국 군인 신분으로 자신을 버린 조국인 조선으로 돌아와 주둔하며 벌어지는 이야기. 명성황후가 일본 낭인들에 피살된 을미사변부터 1905년 을사늑약 전후 시기를 배경으로 의병들의 활약상을 담았다. 역사에 기록된 독립운동가들과 달리 이름없는 의병들의 치열한 투쟁은 시청자들을 눈물짓게 했다.

‘미스터 션샤인’은 방송 초반 고증을 제대로 하지 않았다는 의혹과 함께 역사 왜곡 논란에 휩싸였다. 하지만 회를 거듭할수록 탄탄한 전개와 밀도 높은 캐릭터로 시청자들의 마음을 돌렸다. 추앙 받던 집안의 애기씨 고애신(김태리)과 쿠도 히나라고 불리는 글로리 호텔 사장 이양화(김민정) 모두 숨겨진 의병으로 활약했다. 일본군들이 무고한 조선인들을 총칼로 죽이는 걸 차마 보고있지 못해 직접 의병이 된 사람들이었다.전당포를 꾸리며 의병을 돕던 일식이(김병철)와 춘식이(배정남) 등도 생동감 있게 그렸다. 저마다 아픔을 가진 이들이 의병이 될 수밖에 없었던 이유를 설득력 표현해 호평이 쏟아졌다. 넷플릭스를 통해 190여 개국에 동시 방영된 ‘미스터 션샤인’은 역사적 사건만 담는데 그치지 않고 전 세계인들에 보편적인 정서를 어필했다.
 
이병헌-김태리 인생작

이병헌과 김태리는 ‘미스터 션샤인’으로 인생작을 경신했다. 9년 만에 안방극장으로 복귀한 이병헌은 노비 신분을 박차고 미국으로 건너간 해병대 대위 유진 초이(Eugene Choi) 역을 맡아 열연했다. 이병헌은 영화 ‘내부자들’에서 대한민국 사회의 부패와 비리를 파헤쳤고, ‘광해, 왕이 된 남자’ 속에선 조선시대 비운의 왕 광해로 변신해 선 굵은 연기를 선보였다. ‘미스터 션샤인’에서도 “역시 이병헌”이라는 찬사가 아깝지 않았다. 조국으로부터 버림 받았지만, 마지막 회에서 일본군에게서 고애신(김태리)을 지키고 자신을 희생했다. 섬세한 감정 연기는 물론 영어 대사와 20세 나이차가 나는 김태리와 로맨스까지 완벽 소화했다.

김태리 역시 첫 드라마인데도 명품 연기로 시청자들을 매료시켰다. 열강제국의 침탈에 맞서 나라를 구하려는 의병 역을 맡아 주체적인 구한말 여성의 모습을 보여줬다.  ‘~소’ ‘~오’ 등 시대극의 문어체 대사도 자연스럽게 소화했다. 세련된 외모와 중저음의 보이스, 탄탄한 연기력까지 갖춰 고애신 그 자체였다. 이 외에 이정현, 이정은, 김남희, 김용지, 이시훈 등 조연배우들도 신스틸러 역할을 톡톡히 했다.
 
시대극 PPL 새 지평

김 작가는 시대극 PPL의 새 지평을 열었다. 사극에 전혀 어울리지 않을 것 같은 브랜드를 극중 자연스럽게 녹였다. 파리바게뜨 브랜드 명을 그대로 노출시키지 않고 과거 프랑스를 불란서로 부르는 것을 착안, 구한말 시대 표기법을 따라 불란셔 제빵소로 광고한 게 대표적이다. 이와 함께 재치 있는 대사로 광고 속 한 장면처럼 보이게 만들었다. 조선에 미국영사로 온 유진초이(이병헌)는 사무실에서 커피를 마시며 “혹시 이 잔이 유행이오?”라고 물었다. 해당 제품은 CJ오쇼핑 플레이팅 브랜드 오덴세 제품. ‘이병헌 찻잔’으로 불리며 인기를 끌었다.

김 작가는 전작 ‘도깨비’에서 노골적인 PPL로 비난을 받은 탓인지 현대 제품을 구한말 시대에 맞게 녹이기 위해 고심을 거듭한 것으로 알려졌다. 유진 초이가 주막에서 주문한 삼계탕은 맘스터처 신제품이었지만 브랜드명이 노출되지 않아 PPL인지 알 수 없었다. SNS 및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극중 PPL을 찾아내는 것이 놀이처럼 번졌다. 한 관계자는 “김은숙 작가 드라마는 PPL도 주목받지 않느냐”며 “1990년대 초반을 배경으로 해 PPL이 쉽지 않았지만, ‘미스터 션샤인’ 방영에 맞춰 관련 프로모션을 함께 진행해 광고 효과가 높았다”고 했다.

최지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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