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몰타·버뮤다·지브롤터 등 국가...가상화폐·블록체인 산업 육성 활발
조지프 무스카트(사진) 몰타 총리는 지난달 28일(현지시간) 열린 유엔 총회 연설에서 "블록체인과 가상화폐는 더 이상 피할 수 없는(inevitable) 돈의 미래"라고 말했다./사진=연합뉴스

[한스경제=허지은 기자] 과거 ‘조세피난처’로 이름을 알린 몰타, 버뮤다, 지브롤터 등이 블록체인과 가상화폐 산업의 ‘메카’로 떠오르고 있다. 선진국이 가상화폐 규제와 산업 육성 사이에서 고심하는 사이 틈새 시장 공략에 나선 것이다. 이들 국가의 행보를 두고 불법 자금 세탁이 가상화폐로 옮겨올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2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몰타와 버뮤다, 지브롤터 등 국가들은 가상화폐 관련 법안을 정비하고 블록체인 스타트업을 유치하는 등 국가 주도로 해당 산업을 적극 육성하고 있다. 영토도 작고 인구 수도 적은 이들 국가는 블록체인과 가상화폐 산업으로 일자리 창출과 세수 확보를 꾀하고 있다.

◆ 블록체인·가상화폐 법안 마련에 적극적

몰타는 지난 7월 스스로를 ‘블록체인 섬(Blockchain island)’로 명명한 뒤 관련 산업 육성에 앞장서고 있다. 세계 최대 가상화폐 거래소 바이낸스와 오케이엑스, 비트베이 등이 몰타로 본사를 이전하거나 업무협약(MOU)을 맺고 사업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몰타 정부는 블록체인과 가상화폐를 ‘돈의 미래’라고 보고 있다. 지난달 28일(현지시간) 열린 유엔 총회 연설에서 조지프 무스카트 몰타 총리는 “블록체인과 가상화폐는 더 이상 ‘피할 수 없는(inevitable)’ 돈의 미래”라며 멀지 않은 때에 대중적이고 광범위하게 사용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무스카트 총리는 “블록체인 기술이 혁신과 시스템 개선을 가져올 것이라고 확신한다”며 “이것이 몰타가 블록체인 산업에 몰두하고 있는 이유”라고 밝혔다. 몰타와 MOU를 맺은 바이낸스의 장펑 자오 최고경영자(CEO)는 “몰타에 투자해 현지 블록체인 업계와 가상화폐 기업을 성장시키는 데 도움을 주고 싶다”고 밝혔다.

버뮤다와 지브롤터 역시 가상화폐 관련 법을 재정비하고 전세계 스타트업을 끌어모으고 있다. 선진국에서 규제를 논의 중인 가상화폐공개(ICO·Initial Coin Offering)을 오히려 장려한 덕에 이들 국가의 법인을 통해 상장된 가상화폐도 부지기수다.

지난달 24일 버뮤다에서 ICO를 결정한 로리에트 디지털의 니콜 비어낫 최고운영책임자(COO)는 버뮤다에서 사업을 시작하게 된 배경에 대해“ICO를 앞두고 법적·규제적 기반을 마련한 곳을 찾은 결과 버뮤다로 결정하게 됐다”며 “버뮤다 정부와 통화당국이 만든 법안은 사업을 시작할 때 필요한 확실성을 제공했다”고 설명했다.

◆ '불법 자금 세탁' 우려는 상존

그러나 이들 국가에 대한 전망이 밝지만은 않다. 국가 주도 산업으로 삼기에는 블록체인과 가상화폐 산업은 아직 걸음마 단계이며, 변동성도 높기 때문이다. 게다가 법인세율이 매우 낮아 조세 피난처로 사용된 이들 국가가 이제는 가상화폐 피난처로 사용돼 불법 자금 세탁에 악용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실제로 일부 스타트업들은 ICO를 앞두고 몰타와 버뮤다, 지브롤터가 아닌 스위스로 향하고 있다. 지난해 스위스에서 일어난 ICO규모만 10억달러(약 1조1165원)에 달한다. 스위스는 주크 주(州)를 ‘크립토밸리(CryptoValley)’로 천명하고 유럽의 블록체인 허브로 자리잡고 있는데, 같은 조건이라면 스위스를 택한다는 게 업계의 전언이다.

지난해 스위스를 통해 ICO를 진행한 한 블록체인업계 관계자는 “스위스 금융당국은 ICO 심사를 매우 엄격하게 진행하고 별도의 자율규제안도 운영하고 있다”며 “세계적 금융 강국이라는 스위스 정부의 신뢰도도 주된 이유가 됐다”고 설명했다.

허지은 기자

저작권자 © 한스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