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스경제=김솔이 기자] 아모레퍼시픽이 3분기 실적 부진 전망에 하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내수 화장품 시장이 부진한 데다 면세점 매출 회복이 더뎌지고 있기 때문이다.

5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아모레퍼시픽은 4일 주식시장에서 전 거래일 대비 3만7000원(13.99%) 내린 22만75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주가는 장중 22만4500원까지 하락하며 52주 신저가를 경신했으며 5일 개장후에도 약세를 이어가고 있다.

◆ 내수 부진에 면세점 매출액 회복 지연

증권사들이 추정한 아모레퍼시픽의 3분기 연결기준 예상 매출액은 지난해 동기 대비 16.1% 증가한 1조4047억원, 영업이익은 47.8% 늘어난 1494억원이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3분기 실적이 시장 예상치(컨센서스)를 밑돌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에 따라 이달 들어서만 BNK투자증권에 이어 KB증권, 유진투자증권 등 주요 증권사들이 아모레퍼시픽에 대한 목표주가를 하향 조정했다. 

먼저 면세점을 제외한 전문점, 백화점, 방문판매 등 국내 유통채널 매출액이 부진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선화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전문점·할인점을 중심으로 판매되는 중저가 브랜드는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역성장을 지속할 것”이라며 “고가 브랜드로 구성된 방문판매·백화점의 경우 국내 화장품 시장 성장성 둔화에 따라 타격을 피할 수 없게 됐다”고 설명했다. 홈쇼핑과 온라인 등 디지털 유통채널 매출액만 10% 가량 성장할 전망이다.

면세점 매출액 또한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배치 이전 수준으로 회복되기가 어려울 것으로 추측되고 있다. 올초부터 중국이 한한령(限韓令)을 해제할 조짐을 보이면서 국내 중국 관광객 증가와 더불어 아모레퍼시픽의 면세점 매출액이 대폭 증가할 것으로 예상됐으나 매출액 증가폭이 기대치에 미치지 못한다는 분석이다.

BNK투자증권에 따르면 아모레퍼시픽의 3분기 면세점 매출액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7% 늘어난 3010억원을 기록할 전망이다. 7·8월 중국인 입국자 수가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각각 46%, 41% 증가했던 점을 고려하면 아쉬운 수준이다. 특히 아모레퍼시픽이 지난 7월부터 실시한 면세점 내 1인당 브랜드별 구매 제한 완화 정책 효과도 미미하다. 

이승은 연구원은 “면세점 매출액은 전년도 기저에도 불구하고 기대치에 미치지 못할 것”이라며 “면세점에서 마저 실적 성장이 둔화된다면 향후 동사 주가 상승은 더딜 전망”이라고 내다봤다.

◆ 중국 시장 성장률 둔화 예상

아모레퍼시픽의 주력 해외 시장인 중국 법인 역시 성장세가 둔화된다는 분석이 나온다. 무엇보다 중국 법인 매출액에서 80%를 차지하는 중가 브랜드의 경쟁이 심화됐기 때문이다. 고가 브랜드가 전체 매출에서 비중은 20% 미만에 불과하다. 지난해보다 신제품 출시를 비롯해 마케팅, 출점을 공격적으로 진행하고 있지만 매출 성장률은 여전히 저조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중국 성장률이 낮은 수준으로 유지될 경우 중국인 입국자 수 증가에 따른 면세점 매출 증가도 기대하기가 어렵게 된다.

박신애 KB증권 연구원은 “주가 반등을 위해서는 중국법인 성장률이 높아져야 한다”며 “수익성이나 면세점 실적은 후순위 조건”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3분기 중국 법인 성장률이 10% 이하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중국 내 브랜드 경쟁력 약화에 대한 우려가 불가피하다”고 내다봤다. 

이선화 연구원 또한 “중국 현지 포트폴리오에서 중저가 브랜드 비중이 높아 지난해보다 16% 성장에 그칠 것”이라며 “올초에 제시했던 20% 성장과는 멀어질 전망”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아모레퍼시픽이 중국에서 고전하는 사이 북미지역과 유럽지역의 투자 성과가 실적 개선에 기여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정용진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북미법인은 라네즈·이니스프리의 호조로 매출 성장을 이어갈 수 있다”며 “유럽법인의 경우 향수 브랜드인 ‘롤리타 렘피카’의 라이센스 만료에 따라 일시적인 매출 둔화가 있었지만 브랜드 리빌딩이 본격화되고 있다”고 전했다.

김솔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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