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 LPGA UL 인터내셔널 크라운 첫 날, 매너도 성적도 ‘굿샷’
[현장에서] LPGA UL 인터내셔널 크라운 첫 날, 매너도 성적도 ‘굿샷’
  • 인천=박종민 기자
  • 승인 2018.10.05 0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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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팅하는 한국 선수들의 모습. /사진=LPGA UL 인터내셔널 크라운 조직위원회 제공
파이팅하는 한국 선수들의 모습. /사진=LPGA UL 인터내셔널 크라운 조직위원회 제공

[한국스포츠경제=박종민 기자] “Borrow(빌려줄 수 있니)?”

여자골프 세계랭킹 5위이자, 미국 최고의 현역 골퍼 렉시 톰슨(23)이 국내에서 화끈한 팬 서비스를 선보였다. 평소 승부욕이 강하고 다혈질에 가까운 성격인 그는 4일 인천 송도 잭 니클라우스 골프클럽(파72)에서 열린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주관의 8개국 국가대항전 UL 인터내셔널 크라운 첫 날 팬들에게 애교 섞인 농담을 건넸다.

대회는 2명의 선수가 각자 경기를 펼쳐 좋은 스코어를 팀 성적으로 삼는 포볼 방식으로 치러졌다. 18번홀 경기 후 방송사 스탠딩 인터뷰에 나선 톰슨은 이후 자신을 둘러싼 갤러리들에게 일일이 사인을 해줬다. 사인펜이 없던 그는 한 갤러리에게 사인펜을 빌려 다른 갤러리들에게도 사인을 해줬다. 춘천에서 온 50대 남성 갤러리는 “세계적인 선수가 내 모자에 사인을 해주니 기분이 남다르다. 해외 선수 4명에게 사인을 받았는데 앞으로 이 선수들의 경기를 더 애정 어린 눈으로 바라보게 될 것 같다”고 웃었다.

◇선수도, 관중도 ‘매너 샷’

1라운드 대회장 그린은 ‘형형색색’이었다. 스웨덴은 노란색과 파란색, 미국은 빨간색과 파란색, 한국은 흰색과 파란색이 어우러진 유니폼으로 녹색 그린을 채색했다. 갤러리들도 마찬가지였다. 한국과 일본 등 아시아 팬들부터 미국, 유럽 등지에서 온 서양 팬들까지 각양각색이었다. 이들은 자국 국기의 모양을 얼굴에 페인팅 했거나, 모자에 국기를 꽂고 대회장을 활보했다.

18번홀 주위에는 약 500명의 갤러리들이 운집했다. 톰슨이나 에리야 쭈타누깐(23ㆍ태국) 등 선수들이 명성에 걸맞은 매너를 보여줬다면, 다국적 갤러리들도 대회 품격에 맞는 관람 매너를 선보였다. 갤러리들은 타국 대표 선수들이 공을 홀컵 주위에 붙이거나, 타수를 줄일 때마다 박수를 아끼지 않았다.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의 여느 대회들과 달리 경기하는 선수들 앞에서 카메라 셔터를 눌러대는 갤러리들도 거의 찾을 수 없었다. 갤러리들은 선수들이 그린 주위로 걸어 들어올 때 묵묵히 바라보기만 했으며 경기를 완전히 끝낸 후에야 마음껏 사진 촬영을 했다. 대회장은 쓰레기를 찾아 볼 수 없을 정도로 청결함이 유지되고 있었다. 2015년 남자골프 국가대항전 프레지던츠컵이 열렸으며 올해 골프다이제스트가 선정한 '세계 100대 코스' 중 한 곳인 잭 니클라우스의 경관이 갤러리들의 입을 쩍 벌어지게 할 뿐이었다.

◇박성현 등 포진한 한국, 대만에 완승

사실 이 대회를 앞두고 한 차례 논란이 있었다. 대회가 KLPGA 투어 메이저대회인 하이트진로 챔피언십과 같은 기간(10월 4~7일)에 열리게 됐던 것이다. 골프 팬들은 양분될 수밖에 없었다. 현장에서 만난 LPGA 측 한 관계자는 이를 두고 “LPGA 고위 관계자가 한국여자프로골프협회에 메일을 보내거나 방문을 했던 것으로 안다”며 “협회도 그걸 알고 있을 것이다. 다만 서로 조율이 안됐고 그렇게 그냥 대회가 열리게 됐다”고 털어놨다. 이 관계자는 “결과적으로 LPGA 대회가 한국에서 열리고 KLPGA 대회와 같은 기간 열리게 돼 미안한 마음은 갖고 있다”고 전했다.

이날 포볼 경기에서 한국의 박성현(25)과 김인경(30), 그리고 유소연(27)과 전인지(24)는 대만을 상대로 승리를 거뒀다. 박성현과 김인경은 캔디 쿵-피비 야오를 1홀 차로 꺾었고 유소연과 전인지도 테레사 루-슈웨이링을 1홀 차로 제쳤다. 승점 4점을 고스란히 챙긴 한국은 승점 3점을 딴 잉글랜드와 태국을 따돌리고 조별리그 선두를 꿰차 결승 진출에 교두보를 마련했다. 경기 후 만난 유소연은 투어 메이저 대회와 이번 대회의 압박감을 비교해달라는 물음에 “다른 기분의 중압감을 느낀다”고 운을 뗐다. 그는 “투어 메이저 대회는 나를 위해 경기하는 것이지만, 이 대회는 나라를 위해 경기하는 것이라 부담감이 다르다”고 말했다. 그는 “대회 전엔 한국에서 열리는 대회라 한국 선수들의 부담감이 더 클 것 같았는데 막상 경기를 해보니 그렇지 않은 것 같다. 한국 팬들이 많이 오셔서 우리가 더 힘을 받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