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징역 2년6월·집행유예 4년…묵시적 청탁부분 ‘유죄’
2심 재판부 "피고인, 박대통령 요구에 수동적으로 응해"
"朴정권 면세점 정책, 롯데에 유리했다 보기 어려워"
박근혜 전 대통령 측에 뇌물을 건넨 혐의 등으로 1심에서 실형을 선고받은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5일 서초동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리는 항소심 선고공판에 출석하기 위해 호송차에서 내려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 연합

[한스경제=장은진 기자] 제3자 뇌물공여 혐의으로 법정 구속된 신동빈(63) 롯데그룹 회장이 항소심에서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서울고법 형사8부(부장판사 강승준)는 5일 신 회장 뇌물공여·경영비리 혐의 등 항소심에서 징역 2년6개월과 벌금 180억원·추징금 72억여원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징역 2년6개월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했다.

신 회장은 2016년 박근혜 전 대통령과의 독대에서 롯데면세점 월드타워점 특허 재취득 등 그룹 현안에 대해 도움을 요청하고, 그 대가로 사실상 최순실 씨가 지배하는 K스포츠재단에 70억원을 건넨 혐의를 받는다.

실제 롯데면세점 월드타워점이 2015년 11월 사업선정 과정에서 탈락하자 신 회장은 2016년 3월 안종범 전 경제수석과 박 전 대통령을 만났다. 이후 K스포츠재단에 70억원을 추가 지원했으며, 그해 12월 월드타워점은 특허를 재취득하게 됐다.

2심 재판부는 K스포츠재단에 70억원을 추가 지원한 혐의를 1심과 똑같이 인정했다.

재판부는 "청탁의 대상인 면세점 재취득이라는 현안이 존재했고, 박 전 대통령도 권한을 잘 알고 있었다고 판단한다"며 "대가성을 인식하며 70억원을 지원한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뇌물을 공여해 국가가 추진하는 정책이 공정할 것이라는 사회 일반과 국민 신뢰를 침해했다"고 지적했다.

다만 "대통령이 먼저 요구해 수동적으로 응했고, 불응할 경우 기업활동 전반에 불이익을 받을 두려움을 느낄 정도"라며 "의사결정의 자유가 다소 제한된 상황에서 뇌물공여 책임을 엄히 묻기는 어렵다"고 판시했다.

이어 "K스포츠재단 추가 지원 당시 롯데 외에도 박 전 대통령의 요구에 응한 그룹이 여럿"이라며 "이 같은 행위가 최 씨의 개인적 이익을 도우려는 의도란 사실을 기업 측이 인지하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또 "지원 전후 면세점 정책과 관련해 롯데에 유리하게 집행됐다고 보기 어렵단 점을 참작했다"고 덧붙였다.

신 회장은 롯데시네마 매점 영업이익 몰아주기 등 일부 배임 혐의에 대해 1심과 마찬가지로 유죄 판결을 받았다. 반면 총수 일가에 공짜 급여를 지급했다던 횡령 혐의는 1심과 달리 무죄를 받았다.

신 회장과 함께 기소돼 1심에서 징역 4년의 실형과 벌금 35억원을 선고받았던 신격호(96) 총괄회장은 징역 3년과 벌금 30억원을 선고받았다. 고령과 건강 상태를 고려해 구속되진 않았다.

이밖에 신 명예회장과 사실혼 관계인 서미경(58) 씨는 항소심에서 무죄 판결을 받았다. 1심 재팜부는 서 씨에게 징역 3년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다. 

신영자(76) 전 롯데장학재단 이사장 역시 징역 3년에 집행유예 4년·추징금 11억9767만여원을 선고받고 풀려났다. 그는 앞서 징역 2년의 실형을 선고받았다. 

장은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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