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스포츠경제=최지윤 기자] “불의를 보면 못 참는 성격이에요.”

배우 김권은 남자답고 솔직했다. KBS 종영극 ‘같이 살래요’ 속 갑질을 일삼는 최문식의 모습은 상상되지 않을 정도였다. 금수저 갑질 캐릭터를 연기하며 욕먹는 걸 두려워하기보다 ‘제대로 보여주자’고 마음먹었단다. “수트는 원 없이 입었다”며 “CF를 찍으면 광고주들이 후회하지 않게 할 자신 있다”고 웃는 김권. 트레이닝복과 슬리퍼 차림에 편한 연기도 보여주고 싶다고 바랐다.

-갑질하는 캐릭터 역 맡아 욕을 많이 먹었다.

“예상하고 있어서 속상하지는 않았다. 신경 안 쓰였다는 건 거짓말이고, 흔들리지 않으려고 노력했다. 우리나라에서 갑질 사건이 많지 않았냐. 오히려 제대로 보여줘야 갑질에 대한 경각심을 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

-갑질 해본 경험도 있나.

“난 갑질 할 위치가 아니다(웃음). 갑질 할 위치가 되고 싶지도 않다. 불의에 못 참는 성격이라서 손해도 많이 봤다. 갑질하는 걸 보면 직설적으로 얘기하는 편이다. 낯을 좀 가리는데, 친한 사람들한테는 장난도 많이 치고 정도 많다. 예민하고 섬세한 부분도 있다.”

-최문식 역에 캐스팅된 이유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윤창범 감독님이 미팅 때 ‘당돌한 모습이 인상적이었다’고 하더라. 원래 역할을 따내기 위해서 애를 쓰지 않냐. 물론 어필하는 것도 중요하만, 감독님은 연륜이 있어서 리딩하고, 풍기는 이미지만 봐도 아는 것 같다. 내가 최문식을 연기한다면 ‘근성 있게 갈 때까지 가보겠다’고 했다. 박재형(여회현) 역 탐나지 않았냐고? ‘공항 가는 길’에서 비슷한 역할을 여기해서 문식처럼 아픔 있는 캐릭터에 조금 더 끌렸다.”

-다양한 수트 패션 선보였는데.

“수트 화보를 찍으면 광고주들이 절대 후회하지 않을 거다(웃음). 한여름에 착장도 가능하다. 이번에 촬영할 때도 너무 더워서 살이 다 보일 정도로 젖곤 했다. 뻔하지 않은 콘셉트의 수트 광고를 찍고 싶다. 수트 광고는 꼭 올드 해야 되는 법 없지 않느냐. 신선한 이미지로 어필하고 싶다. ‘마녀의 법정’ ‘풍문으로 들었소’에서도 수트 입고 2대 8 헤어스타일을 했는데, 다음 작품에서는 트레이닝복 입고 슬리퍼 신고 편하게 말 툭툭 턴지는 역할을 하면 재미있을 것 같다.”

-SNS를 보면 금새록과 친남매처럼 친해 보이던데.

“새록이와 연기할 때 진짜 재미있었다. 새록이가 영화를 많이 찍어서 날 것의 감성이 있다. 서로 ‘이렇게 해볼까?’ 얘기하고, 같이 만들어가는 장면이 많았다. 리액션도 좋아서 같이 연기하다가 빵 터지기도 했다. 연습하는 걸 귀찮아하는 사람도 있지 않냐. 새록이와 나는 많이 맞춰보고 연기 열정이 뜨거웠다. 연인 발전 가능성? 없다. 현장에서 유동근 선생님도 ‘너희들 뭔가 수상해. 내 눈은 못 속여’라고 했는데, ‘네 저희 사귀어요~’ 하면서 계속 장난쳤다. 사적으로 만나서 연기뿐만 아니라 사는 얘기하는 정말 친한 사이다.”

-박세완과 러브라인 있었는데.

“사실 세완이와 러브라인이 있을 줄은 몰랐다. 조금 급하게 회현이와 삼각관계로 흘러가서 아쉬웠지만, 세완이도 워낙 연기를 잘해서 호흡이 좋았다.”

-장미희, 유동근 등 대선배들과 연기 어렵지 않았나.

“유동근 선생님은 호랑이처럼 무서울 줄 알았는데 유머러스하고 젠틀했다. 편하게 연기할 수 있도록 잘 이끌어줬다. 장미희 선생님도 캐릭터를 잡는 법, 배우로서 마음가짐, 패션까지 전체적으로 조언해줬다. 선생님들한테 돈 주고도 못 받을 레슨을 받았다. 어떤 선배들은 대충 대본을 맞춰주기도 하는데, 선생님들은 최선을 다해서 맞춰져 그 순간순간이 공부가 됐다. ‘저 위치에 있을 수 밖에 없구나’ 느꼈다.”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은.

“짝사랑에 실패하고 엄마(장미희)를 껴안고 우는 장면이 있다. 문식이의 외로움이 증폭 돼 다연(박세완)이한테 집착할 때였다. 시청자들이 부담스러워 했는데, 문식이 입장에서는 기댈 사람이 없을 때 다연이가 힘이 돼 줘 의지하는 마음이 컸다. 마음 터놓고 친구가 된 재형(여회현)에게 다연이가 가지 않았냐. 대본에 ‘텅 빈 집안을 혼자 바라 본다’라고 적혀 있었는데, 너무 마음이 아팠다. 아버지(김유석)를 경찰서에 보내고 유동근 선생님한테 안겨서 울 때도 가슴 아팠다.”

-8개월 동안 촬영하면서 가장 힘들었던 점은.

“문식이가 계속 나쁜 짓 하면서 슬퍼하지 않았냐. 아무리 갑질 해도 마음은 여린 캐릭터였다. 즉흥적으로 연기하기보다 고민해서 연습을 많이 하는 편인데, 대본이 좀 늦게 나와 힘들었다. 감정이 복잡한 신을 소화하기 쉽지 않더라. 신은 많아지는데 외우는 건 기본이고 잘 소화해야 하니까 예민해지고 회의감도 들었다. 수능을 공부하는 기분이었다.”

-시청자 반응도 챙겨봤나.

“댓글은 안 보려고 노력한다. 물론 시청자들의 의견도 중요하지만, 내가 계획하고 잡아 놓은 게 흔들리면 안 되니까. 그걸 잡아주는 게 감독님의 몫이라서 많이 얘기를 나누면서 연기했다. 팬들이 내가 매회 입었던 수트 사진에 편지를 써서 스케치북 같은 걸 만들어 줬는데 눈물이 핑 돌더라. ‘이제 유학 가는데 ‘같이 살래요’ 보는 낙으로 주말을 즐기고 있다’는 말도 기분이 좋았다.”

-전작 ‘황금빛 내인생’에 비해 시청률, 화제성 낮았는데.

“아쉬웠다. 소현경 작가님의 ‘황금빛 내인생’을 즐겨 봤는데, 우리 작품과는 성향이 달랐다. ‘같이 살래요’는 조금 더 유쾌하고 중년 로맨스에 초점이 많이 맞춰졌다. 유동근, 장미희 선생님이 데이트하는 장면을 지켜보는 장면도 재미있었다. 마지막 회 결혼식 장면에서 유동근, 장미희 선생님과 눈이 마주쳤는데 정말 슬펐다. 8개월 동안 정이 많이 들었다.”

-30대가 된 후 달라진 점은.

“예전에는 마냥 개성 있게 보이고 싶었는데, 내 자신을 되돌아보고 나를 연구해야 좋은 연기가 나오는 것 같다. 나와의 대화시간을 많이 가지려고 노력한다. 캐릭터를 선택할 때도 편견을 버리고 좀 더 다양한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 처음에 단편영화로 연기를 시작했는데, 영화 ‘명왕성’으로 부산국제영화제에 갔을 때 이 세상에서 가장 행복했다. 역할이 크지 않았지만 정말 최선을 다해서 뿌듯했다. 지금은 쉬고 싶지만 끌리는 작품이 있으면 드러누워서라도 하고 싶다. 드라마 ‘미생’이 그랬다. 최종에서 떨어졌는데, 죽었다 깨도 하고 싶다고 했다. 그런 작품을 보면 밤새더라도 연기하고 싶은 욕심이 생긴다.”

사진=원앤원스타즈 제공

최지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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