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가철에 여행객들로 북적이는 인천국제공항. /사진=연합뉴스

[한스경제=이정인 기자] 취업시즌이다. 사상 최악의 취업난을 뚫고 입사한 사회초년생들은 회사에서도 높은 문턱에 직면하게 된다. 바로 '사회생활'이라는 신세계다. 지난해 3월 구인구직 매칭 사이트 ‘사람인’ 통계에 따르면 퇴사율이 가장 높은 연차는 ‘1년차 이하’(49%)로 전체의 절반 가까운 비율을 차지하는 신입들이 퇴사를 선택한다. 이들은 퇴사 이유로 △상사와의 갈등(복수선택) 13.1% △잦은 야근 등 ‘워라밸’(일과 삶의 균형) 부족 12.1% △기업문화 부적응 10.5% 등을 높은 순위로 꼽고 있다. 사내생활이 회사에 정착하는 데 있어 상당히 중요한 요인이라는 의미다. 이러한 상황에서 신입들이 실제 회사 내에서 부딪치는 상황들과 그에 맞는 대처 방안, 방향을 제시해 그들의 고민을 어느 정도 덜어 줄 수 있는 일종의 ‘회사 사용 설명서’를 권하고자 한다.

◇ ‘휴가’는 신입에겐 먼 얘기?  이젠 NO

신입사원은 고달프다. 업무에 대한 적응, 직장 상사와의 관계, 회식 등 새로운 환경에 던져진 신입들은 신경 써야 할 일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출근 후 하루가 어떻게 가는지 모를 정도로 정신없이 직장 생활을 한다. 똑같은 일상이 매주 반복되고 점점 심신이 지쳐간다.

대부분 직장인들이 그러하듯 신입들에게도 휴가는 사막의 오아시스나 다름없다. 하지만 많은 신입들에게 휴가는 ‘언감생심’ 일지도 모른다.

대기업 입사 5개월 차 신입사원 신모 씨(25)는 신입들의 흔한 고충을 전했다. 신모 씨는 “회사에서 휴가 사용을 못하게 하지는 않지만 상사들의 눈치가 보여서 차마 휴가를 가겠다고 말하지 못했다”고 털어놨다.

휴가를 쓰고 가족 여행을 떠나는 부장님처럼, 배우자와 단둘이 여행을 떠나는 과장님처럼, 해외여행을 떠나는 대리님처럼 휴가를 쓰고 싶지만 ‘휴가’라는 단어를 입에 담는 것 자체가 두려운 신입이 많으리라 생각한다.

‘휴가’는 정말 신입들에게 꿈도 꿀 수 없는 것일까. 여전히 우리 사회에 수직적이고 보수적인 기업 문화가 남아있는 곳이 있지만 예전과 비교하면 기업 문화는 많이 변화했다. 많은 기업에서 신입사원의 정당한 권리를 인정해주는 분위기로 변하는 추세다.

30년 째 공직 생활을 하고 있는 A씨(55)는 “요즘 같은 시대에 신입들이라고 휴가를 못쓰게 하는 건 말이 안 된다”며 “부서에 피해만 주지 않는다면 신입도 언제든 휴가를 쓸 수 있게 하고 있다”고 밝혔다.

국내 한 중견기업에서 과장으로 근무 중인 구모 씨(37)는 “기업 문화도 점점 변하고 있다. 과거와 달리 요즘은 각자 자신의 휴가를 존중해주는 분위기다”라며 “부서마다 조금씩 차이가 있기는 하지만 신입이라고 무턱대고 못 쉬게 하지는 않는다”라고 말했다.

그렇다면 첫 휴가는 어느 시점부터 사용하면 좋을까. 최소 입사 후 5개월 이후를 추천한다. 처음부터 정규직원으로 입사를 하는 경우도 있지만 3개월 정도의 수습기간을 운영하는 회사도 있다. 입사 후 3~5개월은 회사 생활에 적응하는 시기다. 사회 초년생들은 이 기간 조직 문화를 습득하고 업무에 대해 교육받는다. 이 기간에 성실성, 사회성 등을 평가 받기도 한다. 미래에 직장 생활을 잘하고 싶은 욕심이 있다면 휴가는 잠시 미뤄두고 회사 적응에 집중하는 것을 권한다.

◇ 신입들에게도 소중한 휴가, 제대로 알고 챙기자

신입도 당연히 휴가를 갈 수 있는 권리가 있다. 하지만 휴가는 다른 세상 얘기라고 생각하는 신입 사원들이 많기에 자세한 정보를 모르는 사회초년생들도 많을 것이다. 정확히 알아야 피해를 보지 않고 당당하게 휴가를 사용할 수 있다.

지난 5월 29일부터 시행된 ‘2018 근로기준법 개정안’에 따르면 신입 사원도 입사 1년 차에는 최대 11일, 2년 차에는 15일 총 26일의 연차유급휴가를 보장받게 됐다. 5인 이상 사업장이면 모두 적용 대상이며 5인 미만 사업장도 사업주의 재량에 따라 발생할 수 있다.

개정 전에는 1년 차에 사용한 휴가 일수를 2년 차 휴가에서 공제했기 때문에 2년 동안 총 휴가 일수는 최대 15일 이었다. 2년 미만의 근로자들도 맘 편하게 휴가를 쓸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된 것이다.

재직자가 연차유급휴가를 사용하지 않았을 경우 당일 치 연차유급휴가 미사용 수당을 받을 수 있다. 근로기준법에 의거한 연차수당 계산법은 '통상임금x근무시간x연차 개수'다. 통상임금이란 정기적이고 고정적이며 일률적으로 지급되는 임금을 뜻한다.

연차수당 미지급은 위법이다. 하지만 노동자가 '연차휴가 사용 촉진제도'를 따르지 않았을 시에는 위법이 아니다. 사업주가 휴가사용 기간 만료 6개월 전을 기준으로 10일 이내에 사용자가 근로자에게 휴가사용 시기 지정을 서면(전자문서 포함)으로 요구했을 때 그리고 2개월 전에 근로자에게 서면으로 통보했고 충분히 쉴 시간이 있었음에도 근로자가 이를 거부하고 사용하지 않는다면 회사에서는 수당을 줄 의무가 없다는 것을 기억해야 한다. 최근에는 연차 수당 지급을 꺼려해 휴가를 적극적으로 사용할 것을 권하는 기업들이 많다.

퇴근을 서두르고 있는 직장인들. /사진=연합뉴스

◇회사 생활은 단체 생활, 개인의 권리도 중요하지만 조직과 구성원에 대한 배려도 필요

모든 일이 그렇지만 휴가도 타이밍이 중요하다. 회사 생활은 단체 생활이고 사회생활이다. 신입 사원도 한 조직에 속한 구성원이다. 휴가는 노동자의 정당한 권리이지만 내 권리가 중요한 만큼 다른 구성원들의 권리도 중요하다. 내가 속한 부서나 단체에 피해가 가지 않는 선에서 슬기롭게 휴가를 사용해야 한다.

대기업 2년 차 직장인 이모 씨(26)는 “지금 다니고 있는 회사는 신입도 휴가를 자유롭게 쓸 수 있는 분위기다. 하지만 경험에 비추어 볼 때 휴가를 적절하게 쓰는 게 중요하다”며 “자신이 맡은 업무에 지장이 안 가고 부서에 피해가 가지 않는 선에서 휴가를 써야 한다고 말하고 싶다”라고 말했다.

휴가 계획을 미리 세워놓고 부서장과 상의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기본적으로 휴가를 신청하려면 일반적으로 부서장에게 결재를 올려야 한다. 부서장의 결재가 떨어져야 휴가를 떠날 수 있기 때문에 휴가 계획에 대해 미리 상의하는 것이 좋다. 부서장으로서는 부서 내에서 여러 명이 같은 기간에 휴가를 쓰거나 휴가사용에 대해 보고하지 않고 홀연히 떠나버린다면 난감할 수 밖에 없다. 같은 부서원 들의 휴가 계획을 파악하고 서로 겹치지 않게 휴가를 사용하는 것이 좋으며 휴가 가기 전 보고는 필수다.

휴가 신청서를 제출해 승인을 받는 등 정식적인 절차를 밟고 휴가를 떠나야 한다는 것도 반드시 기억해야한다. 그렇게 해야 나중에 법적인 문제가 발생하지 않는다. 휴가를 가는 동안에는 업무 공백이나 혹시 모를 상황에 대비해 연락 가능한 연락처를 부서원들과 공유하는 것이 좋다. 필요하다면 업무 인수인계도 해야한다.

한 번에 길게 휴가를 사용하는 것도 썩 바람직하진 않다. 직장 생활 하다보면 우리의 의지와 무관하게 휴가를 써야하는 일이 생길 수 있다. 회사 생활을 오래 한 직장인들도 휴가를 짧게 여러 번으로 나눠서 사용하는 것을 추천한다.  

사무실에 출근한 순간부터 눈치가 보이는 신입사원에게 휴가 사용은 정말 어려운 일 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잘 쉬어야 더 잘 일할 수 있다. 휴가는 업무를 더 효율적으로 수행할 수 있게 하고 생산성에 도움이 되는 중요한 제도다. 때로는 신입사원이 당당해질 필요도 있다. 열심히 일한 신입사원들이 하루빨리 맘 편히 휴가를 떠날 수 있기를 바란다.

이정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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