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스경제=양지원 기자] 제 23회 부산국제영화제(BIFF)가 지난 4일 개막했다. 4년 간 논란과 위기를 극복하고 화합의 장으로 만들겠다는 이용관 이사장의 각오에 걸맞게 수많은 국내외 스타들이 영화제를 찾았다. 영화단체들도 보이콧을 철회하며 부산영화제의 명성을 되찾기 위해 힘을 보탰다. 태풍 콩레이가 덮치며 위기를 맞기도 했으나 그도 잠시, 날이 개자마자 영화제는 뜨거운 분위기를 이어갔다.

■ 개막식부터 별들의 잔치

올해 개막식 레드카펫은 수많은 스타들이 참석해 자리를 빛냈다. 안성기, 이보희, 장동건, 현빈, 김희애, 김남길, 한지민, 유연석, 남주혁, 이나영, 이하늬, 김규리, 박해일, 최희서, 박용우, 조우진, 소녀시대의 수영, 엑소의 레이 등이 참석해 팬들과 인사했다.

특히 영화 ‘창궐’의 주역이자 연예계 절친인 현빈과 장동건은 나란히 레드카펫을 밟아 시선을 끌었다. 두 사람은 개막식 후 ‘창궐’팀과 함께 회포를 풀며 어느 때보다 즐거운 시간을 보내기도 했다.

또 세계적인 영화음악가이자 피아니스트인 류이치 사카모토가 ‘안녕, 티라노’에 이어 ‘마지막 황제’의 OST인 ‘메리 크리스마스 미스터 로렌스’를 연주하며 아름다운 선율로 영화제를 채웠다.

부산영화제를 찾은 해외 게스트들 역시 돋보였다. ‘대륙의 수지’로 불리는 바이바이 허는 ‘초연’으로 관객을 찾았다. 또 국내에서 수많은 팬들을 거느리고 있는 류이호와 ‘곡성’으로 유명한 쿠니무라 준 역시 부산 땅을 밟았다.

■ 태풍에 행사 속속 취소..분위기 잠시 주춤

그러나 불청객인 제 25호 태풍 콩레이의 영향으로 뜨거운 축제 분위기가 가라앉기도 했다. 지난 4일 밤 부산영화제의 명물로 알려진 포차촌은 스타들의 발길이 뚝 끊긴 채 한산했다. ‘신과함께’ 시리즈의 김용화 감독과 제작사 리얼라이즈픽처스 원동연 대표가 관계자들과 술잔을 기울였다. 또 배우 유연석과 박해일이 뒷풀이를 즐겼다.

6일 오전에는 태풍 콩레이가 남해안 내륙지방에 상륙하며 직격탄을 맞았다. 일상적인 생활이 불가피할 정도로 강한 비바람이 몰아쳤다. 부산영화제 측은 즉시 진행 예정이었던 야외 무대인사와 오픈 토크 등 여러 행사를 취소하거나 미루는 등 대처에 나섰다.

그러나 콩레이가 같은 날 오후 2시를 기준으로 소강상태에 접어들면서 4시부터 본격적인 행사가 시작됐다. ‘미쓰백’ 한지민은 김시아, 이희준과 함께 영화의전당에서 무대인사를 통해 팬들과 소통했다. 한지민은 “아침에 태풍이 불어 많이 걱정했다. 큰 피해 없으셨기를 바란다. 이렇게 자리해주셔서 감사하다”며 고마운 마음을 드러냈다.

‘버닝’ 오픈토크는 오후 3시에서 오후 7시로 시간이 변경돼 진행됐다. 당초 태풍으로 인해 취소할 예정이었으나 영화 팬들을 만나고자 하는 유아인의 강한 의지가 반영됐다. 유아인은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직접 오픈토크 개최 소식을 알려 눈길을 끌기도 했다.

‘암수살인’ 팀인 김윤석, 주지훈, 김태균 감독 역시 무대인사로 팬들과 만났다. 류이호도 갈라프레젠테이션 초청작 ‘모어 댄 블루’로 관객들에게 인사했다.

■ 탈북여성부터 통일 은유까지..현 정부 반영했나

올해 영화제는 다양한 색을 띤 작품들이 소개됐다. 특히 남북 화해 무드가 형성된 문재인 정부를 반영한 듯 탈북 여성의 삶이나 중국 동포의 애환을 다룬 작품이 소개돼 눈길을 끌기도 했다.

이나영이 6년 만에 복귀한 작품이자 영화제 개막작인 ‘뷰티풀 데이즈’는 탈북 여성의 녹록치 않은 삶을 담담하게 그린 영화다. 이나영이 탈북 여성이자 아들을 떠난 엄마 역을 맡아 새로운 얼굴을 보여주며 눈길을 끌었다. 가족의 의미에 대해 질문을 던짐과 동시에 갈등과 화해를 반복하는 남북관계를 암시하는 영화이기도 했다. 메가폰을 잡은 윤재호 감독은 “영화 엔딩에 긍정적인 메시지가 담겨있다”며 “이는 남북통일과도 관계가 있다. 새롭게 시작되는 이야기처럼 긍정적으로 표현하고 싶었다. 오래전부터 기획한 작품이다. 이런 메시지를 전달하는 영화가 나온 가운데 두 정부에서 (통일에 대해) 긍정적인 모습이 좋다”고 설명했다.

장률 감독과 박해일이 세 번째 호흡을 맞춘 갈라프레젠테이션 부문 초청작 ‘군산: 거위를 노래하다’는 중국 동포(조선족)를 바라보는 사람들의 시선을 녹여낸 작품이다. 언뜻 남녀의 사랑 이야기를 하는 듯 보이지만 중국 동포, 한국군 해병대 출신 아버지 등 캐릭터들의 갈등 관계를 통해 현대 사회의 모습을 담았다. ‘모든 것은 연결돼 있다’는 영화의 메시지처럼 한국, 일본, 중국을 오간 캐릭터들의 연결고리를 풀어냈다. 이는 마치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5일 세계한인의 날 기념식에서 “지금 한반도에는 한민족의 하나 된 힘이 필요하다”며 “동포 여러분이 낯선 땅에서 우뚝 서 대한민국의 자랑이 되었듯 위기를 기회로, 불가능을 가능으로 만들어 낼 힘이 되어주시기 바란다”는 발언을 떠올리게 했다.

올해 부산영화제는 오는 13일까지 영화의 전당, CGV센텀시티, 롯데시네마센텀시티, 메가박스 해운대 등 5개 극장 30개 스크린에서 열린다. 폐막작은 홍콩 원화평 감독의 ‘엽문 외전’이 선정됐다. 초청작은 79개국 323편으로 지난 해 76개국 300편에서 3개국 23편이 늘어났다.

사진=임민환 기자 limm@sporbiz.co.kr

 

양지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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