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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스경제=김솔이 기자] LG전자가 3분기 시장 예상치를 밑도는 실적을 발표했다. 증권가에서는 4분기 역시 LG전자의 실적 여건이 우호적이지 않아 주가 반등을 기대하기는 어렵다고 보고 있다. 또 계열분리 불확실성 또한 주가의 걸림돌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9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LG전자는 8일 주식시장에서 전 거래일 대비 2700원(-3.83%)내린 6만78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이날 주가는 52주 신저가이기도 했다.

◆ 하반기 실적 부진…스마트폰 사업부 14분기 연속 적자

LG전자는 지난 5일 3분기 연결기준 영업이익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4.4% 늘어난 7455억원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는 금융정보업체 에프엔가이드가 집계한 증권가 전망치인 7985억원을 500억원 가량 밑도는 실적이다. 매출액은 지난해 동기 대비 1.3% 증가한 15조4348억원이었다.

이날 사업부별 실적은 발표되지 않았으나 시장에서는 홈엔터테인먼트(Home Entertainment·HE) 사업부와 홈어플라이언스&에어솔루션(Home Appliance & Air Solution·H&A) 사업부가 영업이익의 대부분을 차지한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신흥국 시장에서 환율 변동폭이 커지면서 두 사업부 실적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친 것으로 추측된다. 

또 HE 사업부의 경우 TV 수요가 상반기로 몰리고 경쟁이 심화되면서 수익성이 악화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김록호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월드컵 영향으로 TV 수요가 상반기에 집중되면서 3분기 출하가 정체됐고 실적이 예상보다 저조한 것으로 추정된다”며 “H&A 사업부는 늦더위로 인해 에어컨 판매 양호했으나 실적 기여도가 기대보다 높지는 않은 것으로 파악된다”고 설명했다.

모바일커뮤니케이션(Mobile Communications·MC) 사업부는 14분기 연속 적자를 기록한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전분기에 비해 적자폭이 줄어들었다는 분석이다. 이종욱 삼성증권 연구원은 “2분기에 비해 스마트폰 매출·출하량·이익이 회복됐으나 방향성 전환으로 판단하기에는 이르다”며 “당분간 흑자전환의 가능성은 낮다”고 진단했다.

4분기 역시 LG전자가 실적 개선을 꾀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H&A사업부가 비수기에 진입하는 데다 MC사업부의 실적 개선 여부도 여전히 불투명하기 때문이다. 또 블랙 프라이데이 등 연말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마케팅 비용이 증가할 가능성이 높다.

고정우 NH투자증권 연구원은 “4분기는 가전제품군이 계절적 비수기 영향을 받을 것”이라며 “연말 TV 관련 판매 촉진 비용이 반영되면서 이익이 감소할 전망”이라고 내다봤다.

◆ 내년 상반기에야 실적 개선될 것

증권가에서는 LG전자의 하반기 실적 관련 우려가 이미 주가에 반영됐다고 보고 있다. 그동안 LG전자 실적은 상반기보다 하반기 실적이 부진한 ‘상고하저’ 흐름을 보였다. 이를 고려하면 이번 3분기 실적 악화는 ‘예견된 악재’라는 것이다.

권성률 DB투자증권 연구원은 “하반기 실적 모멘텀이 뚜렷하지 않고 시장의 관심이 높은 MC·VC 사업부의 변화가 없어 주가는 계속 조정을 보였다”며 “다만 7만원 미만 주가와 밸류에이션을 보면 주가가 추가 하락 가능성이 낮은 구간(rock bottom)에 와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주가의 추가 하락 가능성이 높지 않더라도 4분기 또한 실적 부진이 예상되는 만큼 단시간 내에 LG전자 주가의 반등을 기대하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이에 KB증권·대신증권·키움증권·하나금융투자 등은 LG전자의 목표주가를 일제히 하향했다. 전문가들은 실적 개선이 예상되는 내년 상반기에 들어서야 주가 상승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고의영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부정적인 신흥국 환율 환경, TV시장의 경쟁 심화, TV 원가 부담 증가 등 실적 모멘텀을 저해하는 요소들이 산재해 있다”며 “매년 상반기마다 신성장 가전 침투율이 급증하는 투자포인트가 유효하므로 내년 1분기 실적 모멘텀을 기대하는 중기적 관점의 저점 매수 전략을 추천한다”고 전했다.

김지산 키움증권 연구원은 “1분기는 건조기, 스타일러, 공기청정기 등 신성장 제품군의 매출이 집중되는 시기인 데다 마케팅 비용 절감 효과가 커지는 기간”이라며 “내년 1분기 실적 호조를 염두에 둔 4분기 비중 확대 전략을 권고한다”고 했다.

◆ 계열분리 불확실성 해소돼야

아울러 LG그룹 지배구조 개편 우려 역시 LG전자의 주가 상승을 제한하는 요인으로 꼽힌다. 지난 6월말 구광모 회장이 그룹 총수에 오른 이후 구본준 부회장이 전례를 따라 계열분리에 나설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아직까지 구체적인 계열분리 방안이 공개되지는 않았다.

특히 구 부회장이 LG전자의 신성장동력으로 꼽히는 VC 부문을 가져갈 수 있다는 추측이 나오자 관련 우려가 주가에도 반영됐다는 분석이다. 이에 실적 개선과 함께 계열분리 문제가 매듭지어져야 주가가 반등할 것으로 보인다.

고정우 연구원은 “계열분리 관련 불확실성이 주가 하락에 영향을 끼친 것으로 판단된다”며 “기업가치를 왜곡하는 계열분리 불확실성이 해소되면 밸류에이션 회복이 가능할 전망”이라고 내다봤다.

김솔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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